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화단에 가을 꽃이 피어있다. /뉴시스

정부가 우리나라의 계절별 길이를 손보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온난화로 인한 계절 변화를 감안해 기존 3개월 단위의 사계절 구분이 사라지고, 계절 길이에 맞춘 방재·보건 등 사회 시스템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국립기상과학원 주관으로 ‘온난화에 따른 계절 길이 변화 및 부문별 영향 포럼’을 열고 보건·방재·생태·농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계절별 길이 재조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여름 시작일을 ‘일 평균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로 보고 있다. 가을은 ‘일 평균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후 다시 올라가지 않은 첫날’로 삼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계절은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 겨울(12월~이듬해 2월)로 3개월 단위로 구분됐다. 그런데 이 기준을 토대로 과거(1971~1980년)와 최근(1981~2010년)의 계절 길이를 비교한 결과 여름은 6일 길어지고, 겨울과 봄은 각각 3일·1일씩 짧아졌으며, 가을은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계절 길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발표를 맡은 최영은 건국대 교수는 “한반도는 봄 시작 시점이 빨라지고, 점점 더 긴 여름과 짧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며 “2100년이 되면 국내에 아열대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이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아열대화가 이미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계절 길이 조정이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인다는 진단도 나왔다. 홍제우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절 길이를 현 상황에 맞게 바꾸면 전통적 홍수기·갈수기의 기준이 달라지고, 폭염·한파 등 건강 피해를 사전에 더 예방할 수 있다”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재난에 기후변화의 기여율이 얼마나 되는지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날 패널 토론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국립생태원, 국립농업과학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8개 기관도 참여해 최근 국내 온열질환 양상, 생태계와 농업지도 변화, 전력 사용량 증가 등 온난화가 야기하는 사회적 파장과 변화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