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선에서 사고로 멈춰있는 승용차를 버스가 피하려다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9일 오후 8시 30분쯤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경미한 접촉사고가 발생해 차량 두 대가 차선 끝에서 비상등을 켜고 섰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도로에 차가 달리는 점을 감안해 갓길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에서 달려오던 버스는 멈춰 있는 차량을 뒤늦게 발견했지만, 그 옆에 선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갓길 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지난 3월 17일 오후 7시쯤 고창담양고속도로에선 경차 한 대가 우측 가드레일에 충돌한 후 도로에 멈춰섰다. 바로 뒤를 달리던 SUV 차량이 속도를 이기지 못해 경차를 들이 받았다. 사고 직후 SUV 차량 운전자가 구호 조치에 나섰지만, 뒤이어 달려오던 버스 한 대가 이들을 덮쳤고 결국 3명이 숨졌다.

두 사건은 모두 교통사고나 고장 등으로 정차한 차량이나 사람을 뒤에서 오는 차량이 충돌해 발생하는 ‘2차 사고’다. 이런 사고가 매해 250건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 2차 사고의 경우 치사율이 일반 사고보다 훨씬 높다며 교통량이 많은 추석 명절 기간, 1차 사고 후 행동 수칙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와 일반국도, 고속국도에서 250건가량의 2차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엔 24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경부선에서 멈춰있는 트럭에 검은색 승용차가 충돌했다.

심각한 건 사고 당 사망자를 의미하는 치사율이다. 244건의 사고로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반 사고 치사율이 8%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특히 어둡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야간 사고의 경우 사망자 발생 확률이 더 커진다. 전체 사망자 중 65%가량인 21명이 야간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변을 당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고속도로 등에선 차량이 계속 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정차 차량에 대한 대응이 늦을 가능성이 크다”며 “속도가 빠를수록 제동거리도 길어져 2차, 3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차 사고 예방을 위해 사고현장 조치 행동요령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도로공사는 운전자들의 행동요령 기억을 쉽게 하기 위해 ‘비트밖스’란 구호를 만들었다. 고속도로 비상 상황 발생 시 행동요령으로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 열고, 밖으로 대피해 스마트폰으로 신고’ 하라는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보험사 등과 사고 정보를 공유하고 2차 사고 우려 차량을 휴게소, 졸음 쉼터 등 안전지대로 옮기는 긴급견인서비스도 제공한다. 윤종군 의원은 “정부는 긴급대피알림 시스템을 확충하고 사고 위험 구간에는 운전자가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비상공간 및 안내 유도 사인을 확대해야 한다”며 “운전자들도 2차 사고 예방 안전 수칙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