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개한 봄꽃에 눈이 내리더니 곧바로 초여름 더위가 찾아왔다. 봄의 복판인 4월 날씨가 올해 유독 어지러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 봄은 겨울과 여름의 계절적 특성이 섞여 나타나는 환절기다. 하지만 올봄은 이례적으로 이상 한파와 이상 고온이 번갈아 발생하며 한겨울과 한여름의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극단적 날씨 변화의 원인으로 ‘북극 온난화’가 꼽힌다.
북극 온난화란 북극(북위 66.5도 이상)의 기온이 전 지구 평균보다 2~4배 정도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다. ‘북극 증폭’이라고도 한다. 해빙(海氷)이 빠르게 줄면서 얼음이 없어진 북극 바다는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고, 그 결과 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중위도에서 북극으로 따뜻한 대기·해류·수증기까지 침투하고, 따뜻해진 북극은 더 많은 수증기와 구름을 만들면서 온실효과가 강화된다.

이렇게 북극이 따뜻해지면 우리나라 날씨는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서울의 4월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지난 12~14일에는 비구름대를 동반한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통과했다. 보통의 봄이라면 봄비가 내려야 했다. 그런데 12일 낮 최고 22.5도이던 기온이 밤사이 불어온 찬 북풍 때문에 다음 날 아침 최저 1.1도까지 떨어졌다. 하루 새 21.4도가 급락한 것이다. 비는 눈으로 바뀌었고 0.6㎝ 적설을 기록했다. 4월 중순 서울에 눈이 쌓인 건 관측 시작 이래 118년 만이었다. 그러나 눈이 내린 후 나흘 만인 17일에는 기온이 최고 24.7도(종로구 기상관측소)로 크게 올랐고, 21일에는 최고 27.1도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며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더웠다.
이런 현상이 생긴 건 북극 온난화로 북극 찬 공기와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를 나누는 강한 바람 띠인 ‘제트기류’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 극지와 중위도 간 온도 차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바람의 움직임도 사행(蛇行)하며 울퉁불퉁해진다. 이 제트기류에서 떨어져 나온 찬 공기 덩어리인 ‘절리(切離) 저기압’이 한반도 북쪽에 위치하면서 영하 30~40도의 북극 한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넣었는데 이것이 ‘4월 눈’의 원인이 됐다. ‘한기 침투’가 4월 중순까지 나타난 것이다. 우리가 ‘꽃샘추위’라 부르는 건 한기 침투를 달리 표현한 것인데, 북극 온난화로 우리나라에 마지막 꽃샘추위가 불어오는 시기가 3월 말에서 4월 중순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북극은 점점 더워지고 있다. 미국 해양기상청(NOAA)에 따르면, 북극의 연평균 기온은 과거(1951~1980년·30년 평균) 대비 2022년 2.8도, 2023년 3도, 작년엔 3.2도가 각각 높았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지구 연평균 기온이 각각 과거 대비 0.86도, 1.17도, 1.29도 높았던 것보다 2.5~3.3배가량 높은 것이다. 북극의 연평균 기온은 2015년 영하 12도에서 점점 올라 2023년 처음으로 한 자릿수대인 영하 9.7도를 기록했다. 작년엔 영하 9.4도였고, 올해는 영하 9.1도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월 북극의 해빙 면적이 과거(1991~2020년·10년 평균)보다 6% 작았으며 1947년 위성 관측 이래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다. 2월에는 북극 일부 지역에서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0도가량 높았고, 일부 지역은 영상권을 기록하기도 했다. 2월 북극 해빙 면적은 과거보다 8%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3월에도 이상 고온과 해빙 면적 감소가 이어졌고, 이런 추세는 이달 초까지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 해빙은 1년 중 3월 중순이 가장 크다. 이에 미국 빙권 데이터센터(NSIDC)는 1979년부터 ‘3월 북극 최대 해빙 면적’을 조사해 발표 중인데 올 3월은 1433만㎢로 관측 이래 크기가 가장 작았다. 3월 기준 북극 최대 해빙 면적은 2022년 1488만㎢에서 2023년 1462만㎢, 작년 1450만㎢로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극 온난화는 해가 거듭될수록 심해지고 있고,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북극 온난화
북극 기온이 지구 평균보다 2~4배가량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 해빙(海氷)이 줄면서 얼음이 없어진 북극 바다는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해 온난화가 빨라진다. 따뜻해진 북극에선 수증기와 구름도 더 많이 생성돼 온실 효과가 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