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성격은 ‘매운 새우깡’ 형인데, ○○님은 어떤 유형이세요?” 대학생 고지연(23)씨는 지난주 소개팅 상대에게 이렇게 물었다. 성격이 ‘매운 새우깡’ 형이라니, 이건 대체 무슨 말일까.

고씨가 말한 건 ‘SPTI 테스트’ 결과다. ‘스낵(snack)’과 성격 유형 검사 ‘MBTI’의 합성어인 SPTI는 한 스타트업이 지난 19일 내놓은 ‘스낵 심리 테스트’의 이름. 12개의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매운 새우깡’, ‘우유젤리’, ‘빵또아’ 등 이용자 성향과 비슷한 스낵 캐릭터를 알려준다.

SPTI는 지난주 네이버 10~20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출시 10일 차인 28일 기준 참여한 이용자 수만 약 920만명. SNS에는 SPTI 결과를 공유하는 게시글이 수천 개 올라왔다. 도대체 SPTI가 뭐길래, 젊은 세대는 여기에 열광할까.

SPTI 심리 테스트 문항은 12개로 이뤄져 있다(왼쪽). 오른쪽은 모든 문항에 답하면 보이는 결과표. /스낵팟

◇친구톡에도, 가족톡에도 ‘SPTI’

강이슬(26)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SPTI 테스트 결과를 올렸다. 친구와 가족 단톡방에도 페이지 링크를 공유하며 참여를 유도했다. “2000년대에는 또래끼리 서로 혈액형을 물으며 수다를 떨었잖아요. 이제는 SPTI 결과가 혈액형 역할을 대신하는 거죠. ‘나는 ‘오징어 숏다리’ 성향인데, 너는 뭐야?’라면서요. 아 참, 기자님 성향은 뭐예요?”

“이 정도로 큰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SPTI를 개발한 ‘스낵팟’ 정원철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스낵팟은 이용자 성향을 분석해 과자·음료 등 스낵류를 추천해주는 스낵 추천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본 서비스는 아직 출시도 안 했다. SPTI는 이용자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준비한 일종의 설문이라고 했다. “3주간 1만명 참여를 목표로 출시했는데, 출시 10일 만에 900만명 넘는 인원이 참여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단톡방이나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진 것 같은데, 저희도 당황스러워요.”

정 대표는 “심리학 전문가가 만든 게 아니다 보니 테스트 결과가 실제 성향과 100%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형별로 성격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한 점이 성공 요인 같다”고 했다. 스낵팟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SPTI의 장점으로 ‘성격 유형 설명이 정확해서 좋았다'(58.6%), ‘캐릭터들이 귀여워서 좋았다'(54.7%) 등을 꼽았다.

◇"젊은 세대는 ‘나’를 알고 싶다"

SPTI 이전에 MBTI가 있었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 2차 세계대전 당시 고안됐지만, 한국에선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유행한 심리 테스트다. 정식 검사는 93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지만, 온라인에 퍼진 건 질문을 12개로 축약한 간이 버전이다. SPTI를 비롯해 최근 유행한 ‘연애 성향 테스트’, ‘하이틴 성향 테스트’ 등은 이 ‘간이 MBTI’를 각색한 일종의 파생 테스트다.

대학생 이유진(23)씨는 자신을 ‘심리 테스트 과몰입’ 성향이라고 소개했다. “SPTI 테스트는 두 번 했고요. 그전에는 ‘연애 성향 테스트’, ‘음식 성향 테스트’, ‘꼰대 성향 테스트’···셀 수도 없이 많아요.” 이씨는 “결과가 항상 맞는 건 아니다. 그래도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표현할 간단한 언어가 생긴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젊은 세대는 왜 심리 테스트에 열광할까. 정치 성향 테스트를 제공하는 정치 SNS ‘옥소폴리틱스(OXOPolitics)’ 유호현 대표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효과’를 이유로 들었다. “최근 유행한 심리 테스트들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성격 검사 결과지를 귀여운 캐릭터로 압축해 보여줍니다. 이용자들은 마치 게임을 즐기듯 질문에 답하고, 자신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얻어가는 거죠.” 옥소폴리틱스는 진보부터 보수까지 정치 성향을 호랑이, 하마, 코끼리, 공룡, 사자 등 5단계로 표현하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나’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면서 “간단한 심리 테스트 결과를 통해 나에 대해 한층 더 깊게 알 수 있고, 또래와 결과를 공유하며 유대감과 재미도 얻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정식 심리 테스트가 아닌 만큼, 결과를 너무 맹신하는 건 금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