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여름 패션을 보여주는 패션위크가 열린 지난 9월.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프라다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역삼각형 로고를 예년보다 크게 키웠다. 위치는 목 아래, 쇄골 정중앙. 원래 같았으면 팔이나 옷 밑단에 붙어 있었을 로고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이번 컬렉션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동 제한 기간 동안 기술이 중요하고 어떤 면에선 그게 우리를 확장시킨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프라다의 모호한 변(辨)을 선데이타임스의 패션 디렉터 제인 맥펄란드가 명쾌하게 해석했다. “올해는 ‘웨이스트업(허리 위)’ 패션의 해였다. 화상회의 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상체의 패션이 하체의 패션보다 훨씬 중요해진 것이다.” 즉 화상회의 할 때 모니터에서 잘 보일 만한 곳에 로고를 붙여놨단 얘기다.

프라다 2021년 봄·여름 컬렉션. /프라다닷컴

코로나 사태가 패션도 바꾸고 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의류 매출은 지난 3월 34% 떨어졌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니 당연한 결과다. 패션이란 결국 옷을 통해 역사와 경제, 사회를 반영하는 법. 올해 코로나 사태를 경험한 디자이너들은 내년의 패션을 모두 ‘허리 위’에 집중했다. 패션 관계자들은 BBC에 “신발과 가방의 매출은 떨어졌는데, 액세서리나 보석의 매출은 올랐다”며 “집에만 있던 사람들이 온라인이나 화상회의에서 자신을 드러내려 한 결과”라고 했다.

프라다뿐만 아니라 밀라노 패션 위크에 나온 다른 브랜드도 ‘집콕’과 화상회의에 어울릴 만한 옷을 내놨다. 구두라고 할지라도 굽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한 벌짜리 정장에서 재킷은 격식을 차린 듯한 디자인인데, 바지는 운동복이나 파자마처럼 만들었다. 상의는 목 근처에 장식을 다양하게 달았고, 하의는 대부분 집에서 편하게 입는 ‘고무줄 바지’를 연상시킨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패션 디렉터인 로렌 인드빅이 “내 인생에 이렇게 많은 고무줄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이다.

캐나다 의류 브랜드 헨리 베지나는 셔츠와 재킷을 차려입은 상의에 잠옷용 반바지를 걸친 출근 복장을 광고에 실었다. 이와 비슷한 광고를 낸 의류 브랜드 프리스마 측은 “우스워 보이는 패션이지만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것은 옷 입는 새로운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