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넷플릭스 제국이다. 지난 9월 기준 전 세계 유료 가입자는 1억9500만명, 한국 가입자는 330만명. 중국, 북한, 시리아 등 극소수 국가를 제외한 190여 나라에서 서비스된다.

전 세계가 동시에 바이러스 대공습을 받고 ‘집콕’에 빠진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TV 시리즈는 뭘까. 넷플릭스는 지난 2월부터 지역별로 ‘오늘의 톱 10’ ‘오늘의 영화 톱 10’ ‘오늘의 TV 프로그램 톱 10’ 세 가지를 공개했지만, 누적 데이터·지역별 분석은 공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넷플릭스 마니아들 사이에 알음알음으로 소문난 사이트가 있다. 체코 프라하에서 만든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넷플릭스에서 제공한 ‘오늘의 톱 10’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 81국 넷플릭스 순위를 매일 집계해 누적 데이터를 제공한다. 1등엔 10점~10등엔 1점씩을 줘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10위 안에 하루도 못 들어온 프로그램은 0점을 받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시청자 수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단점.

넷플릭스 인기순위

‘플릭스패트롤’을 통해 올해(2월~이달 11일까지) 순위를 분석해봤다. 우선 영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는 ’365일', 2~5위는 에놀라 홈즈, 올드 가드, 소셜 딜레마, 프로젝트 파워였다. 한국에서도 1위는 365일. 2~5위는 정직한 후보,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익스트랙션, 살아있다 순이었다. 전 세계와 한국에서 동시에 10위 안에 든 영화는 365일 외에 에놀라 홈즈(전세계 2위·한국 6위), 익스트랙션(7위·4위), 키싱 부스 2(6위·10위)가 있었다.

공동 1위에 오른 ’365일'은 ‘폴란드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란 별명이 붙은 선정성 높은 영화. 평단의 점수는 형편없었지만 ‘핫한’ 이탈리아 모델 겸 배우 미켈레 모로네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본 사람들이 많다.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선 방구석 ‘길티 플레저’가 더 맹위 떨침을 보여주는 대목. 미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슈퍼배드(1위), 앵그리 버드(3위), 휴비의 핼러윈(4위) 등 가족 영화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 영화 ‘살아있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전 세계 16위. 페루(4위), 볼리비아(7위)에서도 10위에 들었다. ‘K 좀비물’이 아시아를 넘어 남미까지 뻗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집계한 '2020년 넷플릭스 전세계 영화 톱 10'. /FlixpPatrol 캡처
'플릭스패트롤'에서 분석한 '2020년 넷플릭스 한국 TV 프로그램 톱 10'. /FlixpPatrol 캡처

TV 프로그램 전 세계 1위는 미국 형사물 ‘루시퍼’, 2~10위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검은 욕망(멕시코), 종이의 집(스페인), 래치드, 다크(독일), 더 라스트 댄스, 드라마 설국열차, 프렌즈였다. 미국 드라마 일색이 아니라 국경 넘어 다양한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TV 프로그램 한국 차트는 한국 드라마가 휩쓸었다. 1위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2~10위는 비밀의 숲, 사이코지만 괜찮아, 하트 시그널, 청춘기록, 더 킹, 응답하라 1988, 인간수업, 스타트업, 우리 사랑했을까 순이었다. 한국 드라마 다시보기용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는 얘기다. 해외 프로그램으로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미국·13위), 삼국지(중국·24위), 투핫(미국·25위), 종이의 집(스페인·26위), 어둠 속으로(벨기에·35위), 검은 욕망(멕시코·49위) 등이 있었다.

'플릭스패트롤'에서 분석한 '2020년 넷플릭스 대만 TV 프로그램 톱 10'. 10위 중 빨강 표시가 있는 9개가 한국 드라마다. /FlixpPatrol 캡처

특히 드라마에선 한류 힘이 강력했다. 일본은 TV 시리즈 10위 중 한국 드라마가 5개(1위 사랑의 불시착, 2위 이태원 클라쓰)였다.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에서 229일 동안 톱 10에 들어갔다. 대만은 톱 10 중 9개, 말레이시아는 8개, 베트남은 7개가 한국 드라마였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재미있게 본 한국 드라마로 꼽은 킹덤(순위 없음), 사랑의 불시착(52위)을 꺾고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인기 있었다. 전 세계 합산 15위.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권에서 1위였고, 나이지리아(3위) 등 아프리카에서도 차트를 달궜다.

올 한 해 아시아권 차트 순위를 휩쓴 한국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포스터./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