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를 보내는데 개운하지 않다. 송년회도 사라졌다. 지난 1년 동안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한국은 몇 달 더 기다려야 한다. 내년 3월이면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1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에게 코로나란 무엇일까. 빅데이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다. ‘아무튼, 주말’은 인공지능·빅데이터 전문기업 바이브컴퍼니(전 다음소프트)에 의뢰해 지난 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커뮤니티와 인스타그램 게시물 42억2500만 건을 분석했다. 갑자기 쳐들어와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의 흔적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

사람들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 감염과 확산 소식을 뉴스로 주시하며 상황을 파악했다. ‘코로나’ 연관어 중 으뜸은 ‘마스크’. 267만9837건이나 발견됐다. 2위는 ‘집’(226만1739건), 3위는 ‘확진자’(86만6618건), 4위는 ‘예방’(83만6949건). 외출할 땐 마스크를 쓰지만 가능한 한 집에 머무르며 확진자 동선을 피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게 최선이었다.

분기별로 순위를 뜯어 보면 미묘한 변화도 감지됐다. 1분기에는 ‘손 씻기’와 ‘신천지’가, 2분기엔 ‘의료진’과 ‘극복’이, 3분기엔 ‘온라인’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상위권으로 치솟았다. 4분기가 되자 ‘백신’이 처음으로 톱10(6위)에 진입했다. 바이브컴퍼니는 “지난 10월부터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힘들고, 고맙고, 지친다

감정이 담긴 단어들이 어떤 빈도로 출현하는지 살펴봤다. ‘힘들다’는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줄곧 10만 건을 넘기며 1위를 질주했다. 2위는 ‘무섭다’(1분기)에서 ‘감사하다’(2분기), ‘바라다’(3~4분기)로 바뀌었다. 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은 이랬다.

“여러모로 요즘은 모두가 다 힘든 시기다. 왜인지 모를 병으로 전 세계가 비상이라니...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소중한 일상을 되찾길 바란다.”

긍정적인 감정은 (의료진에게) ‘고맙다’, ‘감사하다’나 (일상 복귀를) ‘바라다’ 정도였다. 상위권을 점령한 나머지 감정은 ‘무섭다’ ‘망하다’ ‘답답하다’ ‘싫다’ ‘불안하다’ ‘지친다’ ‘슬프다’ 등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코로나 블루(우울증) 증상과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시작했나

코로나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는 무엇이었을까. ‘못하다’ 연관어와 ‘하다’ 연관어를 각각 분석해 그것을 가늠할 수 있었다.

‘못하다’ 연관어로는 멈춰버린 일상이 드러났다. ‘만나지 못하다’(2만8172건)가 1위였고 ‘여행 가지 못하다’ ‘외출 못하다’ ‘놀지 못하다’ ‘돌아다니지 못하다’ 등이 뒤를 이었다.

‘하다’로 본 연관어는 ‘마스크 쓰다’(14만769건)가 압도적이었다. ‘쉬다’ ‘운동하다’ ‘손 씻다’ ‘주문하다’가 2~5위로 조사됐다. 바이브컴퍼니는 “이 밖에도 ‘건강 챙기다’ ‘재택근무 하다’ ‘혼자 시간 보내다’ ‘온라인 수업 하다’ 등이 상위권에 올라 코로나 이후 변화된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고 했다.

◇가장 가고 싶은 장소는?

이번 조사에서는 어디에 가고 싶은지도 살폈다. 일상 장소와 여행 장소로 구분해 매체 게시물을 분석했다. 일상 장소 연관어로는 ‘학교’(3만4290건)가 으뜸이었다. 갈 수 없으면 그리운 법이라지만 설마 학교가 그런 곳일 줄이야. ‘카페’ ‘식당’ ‘수영장’ ‘공원’이 2~5위로 나타났다. ‘노래방’은 8위, ‘교회’는 12위에 있었다.

여행 장소 연관어로는 ‘바다’(3만1253건)가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때문에 답답해서 그렇겠지만 1박 2일, 2박 3일 등 며칠 동안 요트를 통째로 전세 내 즐기는 수요가 실제로 늘었다. 놀라지 마시라. 가고 싶은 여행지 2위는 ‘서울’이었다. ‘해외’ ‘제주도’ ‘부산’ ‘대구’가 3~6위였다. ‘일본’ ‘유럽’ ‘미국’이 순서대로 7~9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