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박모씨는 이른바 ‘비트코인 광풍’이 한창이던 2017년 12월 비트코인에 2억5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이 1600만원가량 하던 때였다. 하지만 박씨가 투자한 직후 코인 가격은 잠깐 2135만원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은 뒤 폭락하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가격이 반 토막 났고, 1년 뒤인 2018년 12월엔 360만원까지 내려갔다. 2억원 가까이 날린 셈이었지만, 박씨는 오히려 비트코인을 더 사들이면서 버텼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더 흘러, 지난 17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2435만원까지 올라 예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씨는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 중 일부만 팔았는데도 3억1000만원가량을 챙겼다. 3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6000만원 정도를 번 것이다. 박씨는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은어)’는 승리한다는 비트코인 업계의 금언만 믿고 정말 이 악물고 버텼다”며 “3년 전엔 투기 열풍에 휩쓸려 투자한 걸 후회했지만, 3년간 지켜보니 지금 비트코인 가격은 거품이 아니란 확신이 생겨 모두 처분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업 투자자인 김효식씨는 더 큰 돈을 번 경우다. 그는 비트코인 거품이 꺼진 직후인 2018년 2월에 1억원가량을 투자한 뒤, 지난 5일 약 2억원에 모두 처분했다. 수익률 100%. 김씨는 “비트코인은 가격 등락이 너무 커서 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각오로 1억원만 넣었는데, 투자금이 딱 2배가 된 것 같아서 모조리 팔았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비트코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3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590만원으로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3년 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비트코인 광풍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당시보다 45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상승세도 가파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극에 달했던 지난 3월 코인 가격이 625만원까지 떨어졌다가 불과 9개월 만에 4배 가까이로 올랐다. 하지만 비트코인 투자가 사회문제로 떠올라 청와대까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투기 열풍은커녕 미풍조차 불지 않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양적완화 및 코로나 사태 등으로 전 세계에 엄청난 규모의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 주식 등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른 탓에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직장인 이창훈(42)씨는 “3년 전 서울 대치동 30평대 신축 아파트가 15억 정도였는데 올해 25억이 됐더라”며 “비트코인이야 투자 실패하면 아무것도 안 남지만,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져도 집은 남으니 부동산 투자가 더 안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 ‘국민 주식’으로 떠오른 삼성전자 주식도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였던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잡으면 수익률이 40~50% 수준으로 높다.

또, 3년 전엔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일제히 뛰어들었다면, 지금은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등 ‘큰손’ 투자자들이 주류가 된 점도 다르다. 운용 자산 규모가 300조원이 넘는 미국 구겐하임 자산운용이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밝히며 비트코인 관련 상품에 투자액의 10%까지 비율을 늘리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게다가 3년 전엔 비트코인이 마약이나 범죄 자금 세탁 등 불법적 용도에나 쓰였다면, 이제는 페이팔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나 비자카드 등 카드 회사들이 비트코인을 이용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정도로 사용처가 늘고 있다. 이란이나 북한처럼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는 나라들의 경우는 수입 대금 결제 등에 달러 대신 비트코인을 사용한다는 것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자산팀 한중섭 팀장은 “예전과 달리 비트코인이 투기 대상이 아니라 금처럼 안정적으로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며 “미국이나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투자 관련 법 제도가 정비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비트코인이 점점 더 부동산, 주식 같은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과 비슷한 지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