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다혜(26)씨는 자신의 소비 기록을 꾸준히 소셜미디어에 기록한다. 1년 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시작했고, 일회용 포장 용기를 내지 않는 카페 등을 찾아 인스타그램에 소개하기도 했다. 얼마 전 채식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각종 ‘비건 식단’도 꾸준히 올리는 중이다. “일본 불매 운동, 쓰레기 없는 소비, 채식 모두 의식적으로 시작한 습관이죠. 제 일상을 올리는 이유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으니까요.” 임씨는 ‘미닝 아웃족’이다.
미닝 아웃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미닝(Meaning·의미)’과 ‘커밍아웃(Coming Out·드러내기)’의 합성어인 미닝 아웃은, 소비를 통해 개인의 취향이나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소비 습관을 말한다. 친환경 제품이나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게 대표적인 경우. 이들은 소셜미디어로 자신의 소비 습관을 알리면서 관심 있는 사회 문제를 환기한다.
◇제품이 아닌 가치를 산다
직장인 김리아(27)씨는 평소 공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브랜드의 화장품을 쓴다. 생활용품을 살 때도 택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직접 마트에 장바구니를 들고 간다. 최근에는 한 달 동안 매일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서울환경운동연합의 ‘플라스틱 일기’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김씨는 “일상 속 작은 소비도 주변인들에게 공유하면 의미 있는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속초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영민(38)·박승연(35) 부부는 지난달부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제안한 ‘용기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용기내 캠페인’은 음식이나 커피를 포장할 때 재활용 용기에 담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일종의 환경 운동 캠페인. 부부는 자동차 한쪽에 음식을 담을 수 있는 텀블러와 용기를 크기별로 8개나 챙겨놨다. 배우 류준열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용기내 캠페인'을 접했다는 박씨는 “지방은 아직 ‘쓰레기 없는 매장’이 적다”면서 “주변 지인이나 가게 주인들이 쓰레기에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음식을 살 때마다 기록을 남겼다”고 했다.
사회적 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미닝 아웃족의 대표적 소비 습관이다. 직장인 김지은(38)씨는 2년째 사회적 기업 ‘크래프트 링크’에 월 2만원을 내고 있다. 크래프트 링크는 매달 구독료를 내면 1년에 세 번 비혼모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배송하고, 구독료의 40%를 비혼모 자활에 쓰는 사회적 기업. 김씨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소비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면서 “지인들에게도 비혼모 문제를 알리고 싶어 꾸준히 인증샷을 남긴다”고 했다.
전남 순천에 사는 왕성아(31)씨도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자주 구매한다. 유기견 후원 기업의 달력,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마리몬드의 팔찌 등을 샀다. 왕씨는 “내 돈이 의미 있는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왕이면 ‘좋은 기업’ 제품을 찾게 된다”고 했다.
◇국민 절반 “돈 더 내도 ‘올바른’ 제품 사겠다”
기업들도 미닝 아웃족 공략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그린피스의 권고를 받아들여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수원 광교 아모레스토어 매장에 포장 용기 없이 샴푸를 살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를 개인 영역이 아닌 사회적 활동으로 인식한다”면서 “이들의 구매력이 점차 커지면서 단순 가성비보다 사회적 책임을 앞세우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시장 조사 기관 엠브레인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두 명 중 한 명(55.4%)은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윤리적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