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중음악계의 대세가 트로트라면, 그 대세 중의 대세는 국악이다.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2’에서도 국악 전공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중심에 국악 신동 김다현(13)과 김태연(10)이 있다.
김다현은 첫 회에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을 불러 화제의 중심이 됐고, 지난 21일 방영된 5회 방송에선 강민주의 ‘회룡포’로 본선 2차 라운드 전체 1위(진)를 거머쥐었다. ‘청학동 훈장’으로 유명한 김봉곤씨 막내딸인 김다현은 어릴 적부터 판소리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고 2019년 전국 어린이판소리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태연 역시 여섯 살 때부터 판소리를 배웠다. 박정아 명창에게 사사했고,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 최연소 대상, 박동진 판소리 대회 대상, 27회 임방울국악제 초등부 금상 등 온갖 대회를 휩쓸었다. 김태연은 5회에선 이태호의 ‘간대요 글쎄’를 놀랄 만큼 성숙한 감정으로 소화해 찬사를 받았고, 6회 단체 미션에선 팀의 리드보컬을 맡아 ‘범 내려온다’를 이날치 뺨치게 불러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었다.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홍지윤 역시 중앙대 국악과에서 판소리를 전공했다. 호리호리한 외모의 아이돌 출신이지만 첫 무대에서 ‘엄마 아리랑’을 파워풀한 창법으로 불러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김태연과 함께 ‘범 내려온다’를 부른 양지은도 전국 국악대전에서 ‘심청가’로 대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국악인. 본선 2차에서 아깝게 탈락한 최은비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판소리를 전공했다. 미스트롯 시즌1의 우승자인 송가인도 중2 때 판소리를 시작해 광주예고와 중앙대에서 국악을 전공했다.
국악 전공자들이 트로트 경연에서 약진하는 배경은 국악과 트로트의 궁합 덕분이다. 국악에서 배우는 발성 및 창법은 트로트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추계예술대 국악과 강호중 교수는 “국악에도 민요냐 판소리냐에 따라 창법에 큰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트로트에서 핵심인 꺾고 지르는 창법은 국악 전공자라면 모두 배우는 기본기”라며 “제대로 훈련받은 국악인이라면 약간의 연습만 거쳐도 트로트 노래 대부분을 별 어려움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가요’로도 불리는 트로트가 유독 국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장르인 것도 한 이유다. 트로트가 형성되던 초창기에 나온 명곡 ‘목포의 눈물’ ‘신라의 달밤’ 등은 그 당시 민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곡이었고, ‘새타령’ ‘성주풀이’ 등 히트곡을 낸 김세레나는 박초월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워 이를 자신의 음악에 녹였다.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의 성공으로 방송가 최대 트렌드가 트로트가 되면서 국악인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에서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작가로 일한 김모(23)씨는 “출연을 권유하기 위해 국악계에서 이름난 젊은 국악인들 10여 명을 접촉했는데 대부분 다른 방송사에서도 출연 권유를 받은 적이 있더라”며 “특히 실력있는 국악인들은 아무래도 시청률이 높고 화제성도 큰 ‘미스트롯’에 나가려고 해서 섭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