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평생 산 사람으로서 말하는 겁니다. 여긴 공항 지으면 안 되는 땅이에요.”

평생 가덕도에서 살았다는 주민 황영우(57)씨는 “가덕도에서 1년 만 살아보면 여기에 공항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가덕도 대항마을 주민들로 이뤄진 가덕도 신공항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이다. 2003년 가덕도가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될 때부터 공항 건설에 반대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삶의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이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이유가 안전이다. 가덕도는 외해(外海) 쪽으로 돌출된 지형이다. 이 때문에 조금만 기상이 나빠지면 강풍이 불고 높은 파도가 치며 짙은 안개가 끼는 날도 많다는 것이다. 비행기는 조금만 바람이 세게 불어도 이착륙이 어렵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비대위에 참여한 대항마을 주민 다수가 황씨와 같은 의견이다.

주민들의 이런 우려를 비전문가의 기우로 치부하기만은 어렵다. 실제로 기자가 가덕도에 방문했던 지난 1일 이슬비가 내리는 정도의 날씨였는데도 가덕도 바닷가에선 자동차가 가볍게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섬 곳곳에 안개도 자욱했고 몇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가덕도 일대에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것만 3차례였다. 모두 초속 20m를 넘는 강풍이 불었다. 게다가 현재 거론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에 따르면 활주로는 동서 방향으로 만들게 된다. 가덕도 주민들은 “여긴 낮에는 남풍, 밤에는 북풍이 부는 곳”이라고 말한다. 가덕도 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은 강한 측풍(側風)을 받으면서 운항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행 경력 10년이 넘는 민항기 조종사 정모씨는 “측풍이 초속 15m 이상으로 계속 부는 상황에선 사고 위험 때문에 통상 이착륙이 금지된다”며 “가덕도처럼 기상이 변화무쌍한 곳에다가 공항을 세웠다가 대형 참사라도 나면 지금 공항 추진한 정치인들이 책임질 건가”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건 동남권 신공항 논의가 시작된 계기가 안전 문제였다는 점이다.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민항기가 공항 북쪽 산에 충돌해 1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지면서 김해공항 안전 문제가 현안이 됐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8개월간 검토를 거친 끝에 김해를 대체할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안전상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후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본래의 안전 논의는 사라지고 복잡한 선거용 정치공학만 남게 됐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는 “가덕도는 태풍 경로에 위치한 곳이기 때문에 강풍과 높은 파고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라며 “항공 안전을 위해서라도 신공항 건설 과정에 민항기 조종사, 관제사 등 전문가들이 반드시 참여해 안전 문제를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