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에 140여 편을 썼다. 독자들과 잊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감회가 깊은 ‘주말’이기도 했다. 시간의 강물은 흘러도 주변 나무들은 자라 제자리를 지키듯이, 우리 마음과 정신적 성장은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나도 그렇게 많은 독자의 격려와 감사의 뜻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젊은 세대를 위한 ‘백세일기’가 되려고 노력했으나 그 뜻은 채우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뿌리가 깊은 나무에 열매가 맺듯이 글도 인격과 사상을 갖추었을 때 열매를 남기는 것 같다.
최근에 있었던 두 가지 일이 마음에 위안과 작은 열매가 되지 않았는가 싶기도 하다.
‘백세일기’ 전반부가 김영사의 도움을 얻어 책 한 권으로 출판되었다. 그 내용이 어느 정도 공감대가 생겼던 것 같다. 우리말로 읽은 중국인들이 중국 출판사에 번역판을 내도록 종용했던 모양이다. 몇 달 전에 소식을 전해 듣기는 했으나 중국은 사상적 검열이 심하기 때문에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김영사의 연락을 받아, 책 표지와 광고에 사용할 내 캐릭터를 보면서 잘되었다는 감사한 마음이었다.
오래전에는 내 책 ‘망치 들고 철학하는 사람들’이 일본어로 번역되어 나왔으나 큰 반응은 없었다. ‘백세일기’ 중국어판은 반응을 떠나 중국과 도서를 통해 문화를 교류하는 가는 실오라기 하나의 역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백세일기’의 작은 열매였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일이다.
지난 1월 중순에 ‘한의학 박사가 본 김형석 교수의 백세건강’이라는 책이 나왔다. 저자인 박진호 원장이 ‘백세일기’를 읽는 동안에 내 맥을 짚어 본 적이 있었다. 진맥에서 평균치보다 너무 젊은 건강체로 느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내 저서들을 읽으면서, 의사다운 경험으로 과학적 관찰을 계속했다.
한의학 고전들의 사상과 현대 뇌 과학적 고찰까지 종합해 보면서 결론을 얻었다. 참건강의 정도(正道)는 신체와 의료적인 연구 대상이기보다는 인간적 삶 전체의 과제라는 견해에 도달했던 모양이다. 신체 건강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신과 정서적인 건강이며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함이 인간적 건강의 중요한 문제임을 강하게 확인했던 것이다. 나 자신도 ‘건강은 인간학적 과제이며, 적당한 운동은 건강을 위하여, 건강은 일을 위하여, 일의 궁극적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라는 뜻을 갖고 있었다. 박 원장의 글에서 같은 방향과 내용을 읽어보고 고마웠다. 그런데 그 책 출간한 지 한 달 넘어 3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내 책은 아니고 저자 것이지만 감사히 여긴다.
이런 크고 작은 일을 이끌어 준 ‘백세일기’에 감사하면서, 사정이 허락하면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다’는 노래같이 젊은 세대를 위한 백세일기 또 한 권을 책으로 내놓고 싶어졌다. 잘 진행되어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오기 전에.
※이번 회로 ‘김형석의 백세일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간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