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9시. 퇴근한 직장인들이 한창 소셜 미디어에 집중할 시간이지만, ‘클럽하우스’는 한산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접속한 방은 참여 인원 80여 명 수준의 ‘암호 화폐 차트교육방’. 이 외에 영화 추천방, 음악 토론방 등도 열렸지만 참여 인원은 20~30여 명에 불과했다. 사실상 소셜 미디어로서의 수명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한국에서 가장 ‘핫한’ SNS였다. 2월 9일부터 17일까지 애플 앱스토어 전체 앱 순위 1위를 기록했고, 각계 유명인들도 앞다퉈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할 수 있는 초대권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수만원대에 팔렸다.

그랬던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급속도로 식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앱스토어 순위는 656위까지 밀려났고, 초대권은 중고 장터에서 무료 나눔 대상이 됐다. 일각에선 ‘역대 최단기 퇴물’이라는 농담도 나온다. 왜 클럽하우스는 이렇게 빨리 버림받았을까.

사진=AP·연합뉴스

◇'셀럽'들 떠나자 매력도 사라졌다

지난 1월, 제일 처음 클럽하우스 열풍을 주도했던 건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이 잇따라 클럽하우스에 접속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유명인들과 한 방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당시 클럽하우스의 최고 ‘셀링 포인트’였다. 국내에서도 2월을 기점으로 정세균 총리와 박영선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유력 정치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 기업인, 래퍼 사이먼 도미닉 같은 연예인들이 잇달아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하지만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셀럽들을 찾는 건 어려워졌다. 이들은 왜 클럽하우스를 떠났을까. 클럽하우스에서 토스 이승건 대표와 같은 방에 접속했던 허모(24)씨는 “며칠 대화를 들어보니 결국 항상 ‘스타트업 취업 Q&A’로 귀결되더라”라면서 “청취자들이 매일 비슷한 질문을 하니 유명인들 입장에선 같은 답만 내놓는 데 질렸을 것”이라고 했다.

‘고급 정보’를 쥔 유명인들이 떠나가면서 클럽하우스는 여느 음성 채팅 서비스와 별다른 바 없는 평범한 소셜 미디어가 됐다. 남은 이들이 개설한 방은 대개 ‘마피아 게임 방’ ‘소개팅 방’처럼 영양가 없는 방이다.

◇충성 고객 없는데 대체 서비스까지 등장

초기 클럽하우스는 실시간 대화만 가능하고 녹음이 안 된다는 폐쇄적 운영 방침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 폐쇄성이 결국 독이 돼 돌아왔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박세훈(27)씨는 한때 하루 2시간씩 클럽하우스를 이용했지만, 최근 한 달 동안은 한 번도 접속하지 않았다. 박씨는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올 때까지 스킵(skip)이 가능한 유튜브와 달리, 클럽하우스는 당장 대화가 재미없어도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양질의 정보를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박씨는 클럽하우스를 “하얀 국물 라면처럼 처음엔 신기하지만, 몇 번 먹으면 질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경쟁사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면서 클럽하우스의 발목을 쥐고 있다.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만드는 데 대단한 비결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료 메신저 텔레그램이 이미 음성 대화를 지원하고 있고, 게임 기반 음성 채팅 앱 디스코드의 가입자는 벌써 1억4000만명에 달한다. 클럽하우스를 40억달러(약 4조4450억원)에 인수하는 것을 논의했다고 알려진 트위터는 최근 협상을 중단했는데, 트위터가 지난 3월 자체 음성 채팅 서비스 ‘스페이시스(Spaces)’를 출시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 외에 페이스북, 슬랙 등 IT 기업도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클럽하우스에는 쿠팡의 로켓 배송과 같은 ‘핵심 경쟁력’이 없어 이용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론 머스크 등 소수 유명인이 인기 비결이었는데,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결국 반짝 유행(Fad)에 그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