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학부모가 미국 지사로 발령을 받았는데, 장애인 자녀가 있다고 하니 각 분야 전문가 7명이 집으로 찾아왔대요. 상담을 하고선 학교는 어디로 보내고, 치료는 어디서 받고,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딘지 계획을 짜서 보내주더라는 거예요. 그러다 한국에 돌아왔더니 특수학교에 찾아가도 ‘자리 없다’고만 하니 너무 비교가 된다고 하소연을 하시더라고요.”

최근 열린 경기교육정책토론회에서 수원 아름학교 한규일 교장은 장학사 시절 들었던 장애인 부모의 사례를 공유했다. 한 교장은 “우리나라도 법은 선진적이지만 현장에서 적용되질 않는다”면서 “장애 특성과 가정 형편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학생마다 다른데도 모든 학생에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획일적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장애 학생을 분리시키는 특수 교육보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섞여 수업을 받는 통합 교육을 추구한다. 장애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선 장애·비장애 학생 모두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장애인교육법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만 6~21세 미국 특수교육 대상자 중 약 95%가 일반 학급에서 수업을 듣는다. 특수학교 등 별도의 교육 시설에서 따로 교육을 받는 비율은 5% 정도다. 일반 학교에 장애학생이 진학하면 매년 장애 학생의 교사와 학부모, 학교의 지원 인력이 모여 학생의 수준에 맞게 학습목표와 맞춤 교육 과정을 마련한다.

독일의 경우, 교육 시설이나 예산 지원이 풍부한 특수학교를 선택하는 부모들도 많다. 한독교육학회 회장인 고은 전남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땅이 넓고 집값에 우리만큼 예민하지 않기도 하겠지만, 독일에서 특수학교를 짓는다고 반대하는 일은 듣도 보도 못했다”고 했다. “한국도 법적 기반은 잘 마련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교사 한 명이 돌봐야 할 아이들이 많다 보니 개별화 교육에 한계가 있죠. 어떤 특수학교는 아이들이 많아 컨테이너에서 수업해야 할 정도로 과포화 상태입니다.”

일본만 해도 2018년 기준 특별지원학교(특수학교) 수가 1141개로 우리나라의 6배가 넘는다. 일반 학교에 진학한 장애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거점 센터 역할도 겸하고 있다. 대학의 특수교육과에서도 장애 영역별로 나눠 전문성 있는 교사를 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