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음악이 흘러나오고, 원색 소품으로 포인트를 준 감각적인 인테리어 한가운데 화려한 꽈배기들이 진열됐다. 지난 5월 서울 석촌호수 인근 ‘송리단길’에 문을 연 카페 ‘봉땅’은 이색 꽈배기를 파는 카페로 인기다. 인기 메뉴는 ‘티라미수 꽈배기’와 ‘글레이즈드 꽈배기’. 손님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포크와 나이프로 폭신한 꽈배기를 썰어 먹었다. 지난 7일 카페를 찾은 손님 정모(27)씨는 “미국풍의 인테리어로 꾸며놔 뉴욕에서 꽈배기 먹는 느낌”이라고 했다.
퇴근길 아버지가 사오시던 추억의 먹거리, 꽈배기가 달라졌다. 옛것을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 열풍과 함께 오래된 간식 꽈배기도 몇 년 새 인기를 더하고 있다.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빵에 사르르 설탕을 뿌린 전통시장 꽈배기도 꾸준히 사랑받지만 요즘은 빵 위에 토핑을 얹은 꽈배기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하나의 꽈배기도 명품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꽈배기 전문점 ‘꽈르띠에’의 슬로건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와 꽈배기를 합쳐 이름을 지었다. 황금빛 로고 디자인은 명품 가방 체인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보면 돌돌 말린 꽈배기 모양. 하나씩 낱개 포장하는 상자에도 ‘Cartier’처럼 세련된 흘림체로 ‘Quartier’라고 새겼다. 꽈배기에 카스텔라 가루, 생크림, 앙버터 등을 올려 알록달록한 색감을 만들어냈다. 장혁진(30) 대표는 “요즘 디저트 카페가 인기인데, 어린 시절 시장에서 자주 사 먹던 전통 꽈배기를 젊은 감각으로 되살려 보고 싶었다”면서 “아무래도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조리도 쉬운 편이라 꽈배기 전문점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꽈배기는 해외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한국에 가면 꼭 먹어야 할 ‘K디저트’로도 소개된다. 1년 전 한 여행 채널에 올라온 영천시장 꽈배기 제조 영상은 2372만 회를 기록했다. “분명 두 번 돌렸는데, 어떻게 떨어질 땐 여덟 가닥이 되는 거냐”는 영어 댓글이 ‘좋아요’ 1500개 이상을 받았다.
서울 연남동의 ‘꽈페’도 일본·중국·대만 등 해외 방송국과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소개된 ‘K꽈배기’ 명소. ‘꽈배기 파는 카페’를 줄여 ‘꽈페’로 이름을 붙였다. 알록달록 무지갯빛을 내는 유니콘 꽈배기, 쫀득쫀득한 솔티드 캐러멜 꽈배기, 티라미수 꽈배기가 인기 메뉴. 끓인 물로 반죽하는 탕종 공법으로 만들어 빵의 수분 함량이 높다. 호주 르코르동 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전공한 이준호(41) 꽈페 대표는 “그동안 꽈배기가 과거의 음식으로 머물러 있었는데 도넛이나 컵 케이크처럼 요즘 세대의 입맛에 맞게 바꿔서 만들어 봤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로 해외에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늦은 밤에 아버지가 노란 봉투에 담은 꽈배기를 사오시면 그렇게 행복했거든요. 언제 어디서나 출출할 때 만만하게 먹을 수 있는 게 꽈배기의 매력이죠.”
네이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꽈배기’ 검색량은 작년 동기 대비 13% 늘었고, 3년 전에 비하면 314%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꽈배기 프랜차이즈 수는 20여개. 이 중 대부분이 2019~2020년에 등록됐다. 5~10평 규모로도 가게를 낼 수 있고 품목 수가 적기 때문에 쉽게 운영할 수 있어 동네 꽈배기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꽈배기는 테이크 아웃과 배달이 많아 코로나 영향이 적고, 일반 빵집에서 이것저것 사 먹기보단 하나를 먹더라도 개성 있는 빵을 소비하고 싶어하는 요즘 경향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