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의 위상이 달라졌다. 그간 컵라면은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때우는 한 끼이자, 해외여행 갈 때만 잠깐 한국인 필수품으로 살았다. 최근 컵라면은 접시 위에 당당히 요리로 소개된다. 대신 용기는 살짝 뒤집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 별미로 떠오르는 ‘컵라면 볶음밥’ 이야기다.
◇컵라면 볶음밥이 뭐기에
‘컵라면 볶음밥’은 컵라면의 내용물을 익힌 뒤, 이를 꺼내 다시 밥⋅계란 등과 함께 볶아 먹는 음식이다. 마지막엔 볶음밥을 다시 컵라면 용기에 눌러 담은 다음, 이를 뒤집어 용기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특별한 재료를 넣거나 별도 양념을 하지 않아도 컵라면 수프가 간을 조절해주기 때문에, 간편하게 한 그릇 뚝딱 요리를 할 수 있다. 컵라면의 종류에 따라 맛의 무한 변주도 가능하다.
“중국집에서 시킨 볶음밥 맛(배우 이상엽)” “라면 먹고 남은 국물에 밥 만 느낌(코미디언 이국주)” 등 유튜브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를 맛본 연예인들이 앞다퉈 칭찬하면서, 소셜 미디어 등에도 이를 직접 해먹어 봤다는 게시물이 1000여 개가 넘는다. 응용편으로는 ‘컵라면 계란찜’이 있다. 컵라면 볶음밥보다 더 간단한 레시피로, 편의점에서도 만들 수 있어 ‘편의점 요리’라고도 불린다. 다 먹고 난 컵라면에 국물을 살짝 남긴 다음 날계란 2개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2~3분 정도 돌리면 된다.
◇‘가맥집’에서 누리는 ‘이모카세’ 한 상
컵라면 볶음밥의 유행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등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가맥(가게 맥주)집’ 등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가맥집은 겉보기에는 일반 수퍼 같지만, 라면과 번데기탕 등 매대에 있는 재료로 즉석에서 바로 안주를 만들어주는 곳이다. 이들 가맥집은 딱히 정해진 메뉴가 있는 식당이 아니기에, 컵라면 볶음밥처럼 한정된 재료로 간편하면서도 이색적인 메뉴를 주로 내놓는다. 젊은 세대는 이런 식당을 친근한 주인을 뜻하는 ‘이모’와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 ‘오마카세’를 합쳐 ‘이모카세’라고도 부른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있는 ‘커라 식품’도 원래 인근 상인들에게 간식거리 등을 판매하던 곳이었지만, 지난해 7월 ‘컵라면 볶음밥’을 내놓으면서 레트로 열풍을 쫓는 MZ세대의 성지가 됐다. 가맥에서 영감을 받은 서울 금호동 금남시장의 가게 와인집 ‘가뱅’에서도 컵라면 볶음밥을 맛볼 수 있다. 한남동의 유명 이자카야인 ‘미카식당’은 메뉴에는 없지만, 단골손님들에게만 내 주는 ‘컵라면 볶음밥’으로 소문을 탔다.
♦컵라면 볶음밥 만드는 법
(1)컵라면을 뜯어서 면을 꺼내 비닐에 넣어준 다음, 이를 잘게 부순다. (2)잘게 부순 면과 수프를 다시 컵라면 용기에 넣는다. 뜨거운 물을 종이컵 3분의 2 정도(면이 잠길 정도의 높이) 넣는다. (3)계란과 밥을 넣어 볶다가, 살짝 덜 익은 상태의 컵라면을 꺼내 함께 볶는다. (4)컵라면 용기 바닥에 참기름과 깨를 깔고, 볶음밥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