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김모(40)씨. 10월이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전기 모기 채로 모기를 잡는 게 일이다. 김씨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가을에 모기가 더 많고, 질기게 달라붙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통계를 보면 김씨의 생각은 어느 정도 사실에 들어맞는다. 질병관리청이 모기가 많이 발생하는 전국 9개 축사 등에서 채집해 집계하는 모기 수를 보면, 예년 같으면 9월에는 평균 2791마리가 검출됐는데, 올해는 25% 늘어 3505마리였다. 지난해(2021마리)와 비교하면 증가 폭은 더 컸다. 여름은 반대였다. 예년 같으면 여름(6~8월)에 검출된 전체 모기 수가 평균 1만2637마리였는데, 올해는 1238마리 적은 1만1399마리가 검출됐다. 이렇다보니 10월이 돼도 모기퇴치 용품이 잘 팔리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0월 들어(1일~11일) 팔린 전기모기채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 늘었다. 모기 같은 해충퇴치기 관련 용품도 같은 기간 51% 증가했다.

월별 모기 개체 수 6월~9월 /자료=질병관리청

전문가들은 높아진 기온과 강수량 탓이라고 분석한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과 석좌교수는 “보통 모기는 섭씨 25~28도 사이에 피를 빨아먹고, 소화를 하는 등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반면, 32도가 넘어가는 폭염이 발생하면 체온이 크게 올라 수명이 줄어든다. 올해는 7월에만 낮 최고 기온이 33℃ 이상인 폭염 일수가 8.1일로 평년보다 1.3배 많아 모기가 서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반면 9월 들어서는 서울이 평균 22.6도를 기록해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넷째로 높았다. 10월 초까지도 25도가 넘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 됐다.

강수량도 영향을 끼쳤다. 보통 모기는 적당히 고인 물웅덩이에 알을 낳는데, 올해 여름에는 장마가 17일에 불과(평년 31~32일)할 정도로 짧아 웅덩이가 말라버린 경우가 많았다. 가끔 비가 오더라도 국지적으로 강하게 내리면서 물웅덩이들이 씻겨 내려가면서 번식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가을로 접어들면서 비도 적당히 내리고, 물이 고이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씨의 느낌처럼 가을 모기는 독한 것일까. 보통 모기는 낮에 활동하는 모기와 밤에 활동하는 모기의 종류가 다르다. 집 안에서 흔히 보이는 밤 모기(빨간집모기)는 낮 모기보다 사람 피부색에 가깝고,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낮 모기(흰줄숲모기)는 까만색으로 야외에서 사람을 잘 공격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기온이 내려가면 모기들이 따뜻한 곳을 찾다 보니 밤에 가정집에서 모기들이 많이 출현한다”고 말했다. 이동규 교수도 “모기는 계절이 바뀌면서 겨울이 온다는 것을 느낀다. 월동 준비를 위해 더욱 치열하게 인간의 피를 뽑아 먹으려다 보니 더 독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