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목덜미에 혹 같은 것이 생겨서 개아범이 이게 뭐냐며 만지곤 했다. 목덜미엔 발도 닿지 않고 혀로 핥을 수도 없기에 나 역시 뭔지 알 수 없었지만 만져도 아프진 않았다. 어느 날 개아범과 함께 집 앞에 있는 동물병원에 가서 물었더니 “악성 종양일 수도 있으니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개아범은 조직 검사 대신 늘 가던 다른 병원으로 나를 데려갔다. 차를 타고 갈 만큼 떨어진 곳이고 주차장도 없는 허름한 병원이다. 다른 데는 직원도 많고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 놓았는데 이곳은 의사 혼자인 데다 공간도 좁아서 사람들이 죄 서서 기다리곤 한다.
의사는 내 목덜미를 만져보더니 “예방접종 한 뒤 간혹 근육이 뭉치는 경우가 있으니 가만 놔두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진료비도 한 푼 받지 않았다. 개아범은 역시, 하는 표정으로 병원을 나오더니 “이 근처에 기름값 싼 주유소가 있으니 온 김에 기름이나 넣고 가자”고 했다. 참 알뜰하면서도 없어 보이는 개아범이다.
인터넷에 어떤 사람의 사연이 올라왔다. 개가 혈변을 보기에 하루 입원시켰는데 진료비가 133만원 나왔다고 했다. 그 사람이 올린 진료 내역서를 보면 각종 혈액 검사비가 수십만 원인데 채혈비 6050원을 따로 받았고, 혈압 측정비도 2만4200원이었다. 수액 비용은 물론 수액 연결줄값 1210원까지 받았다. 사람들이 흥분해서 어느 병원인지 공개하라고 성화였다. 글쓴이는 “병원명을 공개하면 의사가 법적 대응하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받을 돈을 받았다면 뭐가 무서워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지난 3월 한 신문에서 두 살짜리 몰티즈 슬개골 탈구 진료 비용을 전국 12곳 동물병원에 문의해봤다. 45만원 든다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200만원 내라는 병원도 있었다. 증상이 재발했을 때 재수술 비용을 미리 받아야 한다는 곳도 있었다. 중성화 수술 비용도 병원별로 19만원에서 5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러니 동물병원 몇 번 다녀와서 개 이름을 ‘샤넬이’로 바꿔 부른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니다.
아무리 정해진 동물 진료비가 없다 해도 같은 치료 해주고 네 배나 더 받는 건 너무 심하다. 임대료 비싼 동네에 주차장 넓고 시설 쾌적하니 그렇다고 할지도 모른다. 커피도 길거리 990원짜리부터 1만원짜리 핸드드립이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병원이 아니라 가게이고, 의사 아니라 개장수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음 주에 계속>
토동이 말하고 한현우 기자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