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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팀의 이 대리가 팀원들에게 아이스크림 ‘돼지바’를 나눠주자, 상사가 묻는다. “이 대리, 이거 좀 위험하지 않아?” 이 대리가 “왜요?” 하고 묻는 순간, “시간 관계상 광고 마지막 부분만 보여 드립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광고가 뚝 끊긴다. 전체 광고는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고 TV에선 15초 버전만 공개한 것이다. 롯데푸드 유튜브에 올라온 전체 광고 영상에는 “중간에 끊어서 킹받아서 찾아왔다” ”광고를 찾아서 보는 건 처음이다. 너무 킹받는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킹받다’는 ‘열받다’에 ‘킹(King)’을 붙여 만든 합성어. 매우 화가 난다는 뜻이지만, “귀여워서 킹받는다” ”너무 잘해서 킹받는다”처럼 긍정적인 맥락에서 쓰이기도 한다. 화가 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킹받는’ 캐릭터들도 인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던 신조어 ‘킹받네’가 널리 퍼지기 시작한 건 유튜브 ‘피식대학’의 멤버 김민수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하면서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분석해 보면 2019년 초부터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한 ‘킹받네’ 검색량은 2021년 1월 tvN ‘유퀴즈’ 방송 이후부터 3~4배 급증했다. 개그맨 김민수는 말끝마다 욕을 달고 살며 거들먹거리는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를 부캐릭터(부캐)로 만들어냈다. 임플란티드 키드 영상에는 “짜증 나는데 연기를 잘해서 계속 보게 된다” ”음악 한답시고 책 한 줄 안 읽어서 표현이 제한적인 게 화가 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개그맨 김민수. /tvN

싱어송라이터 미노이가 올린 ‘자작 랩 쇼미더머니9 지원 영상’도 일명 ‘킹받는’ 영상으로 화제가 되며 조회수 381만회를 기록했다. “우리 집 고양이 츄르를 좋아해. 그래서 두 개를 줬더니 우리 집 고양이 돼지야. 뱃살이 너무 많아”라는 헛웃음 나는 가사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사랑받으며 음원까지 발매됐다. “미노이가 한양대 실용음악과인 게 제일 킹받는다” ”마이크 대신 딱풀 쥐고 부르는 게 킹받네” 등 화나는 이유를 콕 집어서 분석한 댓글이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미노이의 팬이라는 회사원 심모(30)씨는 “초등학생 조카처럼 귀여우면서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게 미노이의 매력”이라고 했다.

유튜버 '침착맨'으로 활동 중인 웹툰 작가 이말년. /유튜브 캡처

웹툰 작가인 이말년은 요즘 유튜버 ‘침착맨’으로 활동하며 ‘식욕 감퇴 다이어트 먹방’을 찍는다. 오만상을 하고 음식을 깨작깨작 먹어 보는 사람의 입맛을 떨어뜨리는데도 조회수가 40만~150만회를 오간다. 민트초코 과자에서 치약 맛이 난다며 “치과협회에서 아이들이 이 안 닦을까 봐 만든 게 아닐까”라며 약 오르게 이 닦는 시늉을 한다.

‘킹받네’는 분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유행어일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혜영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분노조절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249명으로 2015년(1721명)에 비해 30.7%나 늘었다. ‘킹받는’ 유튜버 침착맨은 툭하면 화를 내는 시청자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여러분은 혐오를 문화로 즐기고 있어. 이거 고쳐야 돼요!” 그의 입바른 소리에 또 한 번 시청자들은 ‘킹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