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사생활이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저 같은 사람은 그 시간을 보내고도 꿈이라고 하는 어떤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허락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를 좀 묻고 싶었습니다.”(조동연·2일 라디오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의 ‘영입 인재 1호’로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됐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 공식 사임했음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조 교수는 여군 장교 출신의 군사·우주 전문가라는 이력과 30대 워킹맘이라는 상징성으로 파격 발탁됐지만, 혼외자 등 사생활 논란으로 임명 사흘 만인 지난 3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민주당은 조 교수의 자진 사퇴 직전 “국민의 판단을 좀 지켜보도록 하겠다”(이재명 후보) “국민 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백혜련 선대위 인재위원회 총괄단장) 등의 말로 사실상 조 교수의 사임을 묵인했다. 조 교수는 대선판에 섬광처럼 등장했다가 퇴장했지만, 우리 사회에 몇 가지 질문을 남겼다.

①사생활 논란자는 공인 될 수 없나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는 조 교수 관련 논란이 터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혼외자가 있는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되는가”라고 공개 질문을 던졌다. 조 교수가 라디오에서 “저 같은 사람은 기회조차 허락받지 못하느냐”고 한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질문이다.

일각에서는 조 교수가 공적 영역인 정치권에 발을 디뎠기 때문에 사생활과 관련한 검증과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심, 인륜과 관계된 문제는 사생활에 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평론가 A씨는 “문제의 본질은 혼외자 여부가 아니다. (조 교수의) 과거 행적과 지금의 대응이 국민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 이런 사람에게 여당 선거를 지휘하는 중책을 맡기는 게 말이 안 되고, 표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직장인 강모(43)씨는 “일반인으로 살면 사생활이 어떻든 아무도 상관 안 한다”며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살아온 인생을 평가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사생활이 공적으로 문제되는 경우는, 그 사생활을 이용해 불법·비리·사리사욕 추구 같은 일을 했을 때”라며 “조 교수의 사생활은 보호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여성 고위 공직자 B씨는 “(이번 사태에서) 여성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정치 풍토, 가부장제와 순결 이데올로기에 충실하지 않았다며 낙인찍는 가혹한 여론을 재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임모(29)씨는 “그 논란이란 일도 10년 전에 다 마무리가 된 일”이라며 “성직자여야 정치권에 나갈 수 있나. 사생활에만 관심이 쏠려 실력 검증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씁쓸하다”고 했다.

공인의 사생활은 외국에서도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다. 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지퍼게이트’로 탄핵 직전까지 갔다. 1988년 미 대선에선 민주당 내 유력 주자였던 게리 하트 전 상원 의원이 모델과의 불륜 스캔들로 중도 낙마했다. 1984년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혼외자 사진이 한 잡지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때 프랑스에서는 언론의 공직자 사생활 보도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②공인 검증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공인 중에서도 특히 정치인, 공직자에게 검증은 필수다. 국무총리, 장관 등 고위 공직자들의 경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검증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업무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을 검증받는다. 선대위원장 같은 선대위 임명직은 정해진 법·제도적 검증 단계가 없다. 선대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검증을 진행한다.

업무 능력에 대한 검증이 필수적이란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사생활 검증을 해야 되는가, 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는 “공직 후보자든, 선대위원장이든 국민 앞에 서는 사람은 사생활, 도덕성을 포함해 무한대로 검증돼야 한다.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이 공인이 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공직자 B씨는 “공직자는 국민이라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사람”이라며 “사생활도 자기 관리의 영역이므로 검증 대상이라 본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공인의 도덕성, 사생활은 당연히 검증 대상”이라며 “검증이 정당하냐, 과도하냐는 결국 유권자가 상식이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상 털기식 검증과 무차별적 의혹 제기가 한 개인의 인격을 말살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사생활을 공개 검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인사 청문 대상이었던 공직자들은 “육십 인생이 완전히 발가벗겨졌다”(이동흡 전 헌법재판관) “젖 먹을 때부터 지은 죄가 다 생각나더라”(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같은 말을 남겼다. 조 교수 사태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신상 털기 논란의 불을 댕겼다. 이 채널은 조 교수 아들의 사진과 생년월일 등 개인 정보를 노출하고, 이혼소송 판결문 등을 공개해 논란을 자초했다. 여성학계 원로학자 C씨는 “과거에도 혼외자 등 사생활 논란이 있었던 공인들이 많았다. 그때는 왜 검증을 안 했느냐. (조 교수 논란은) 그야말로 사생활일 뿐”이라며 “이런 식의, 도륙적 신상 털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인사 검증이 인신 공격, 망신 주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같은 꼼꼼한 사전 검증과 보편적 검증 원칙 마련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사생활과 도덕성 부분은 비공개로 검증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③보여주기식 영입, 언제까지 봐야 하나

“과열된 인재 영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인사 검증 실수”(노웅래 민주연구원장), “당 밖에서 누군지도 모른 채 데려온 것은 비극.”(민주당 박용진 의원)

조 교수 사태 등 인재 영입으로 불거진 논란을 두고 민주당 안팎에선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선대위 실무진의 한 여성 팀원은 이 후보에게 “납득할 만한 인재 영입을 부탁한다”는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피부과 의사 함익병씨의 임명이 불발되는 일이 있었다. 함께 영입됐던 사업가 노재승씨도 결국 자진 사퇴했다. 모두 과거 발언 논란 때문이었다. 10년 넘게 정치권에서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던 D씨는 “선대위가 국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사적인 부분은 검증하기 쉽지 않고, 검증할 시간과 인력도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영입 인사를) 취조하듯 검증할 순 없다. 그렇게 하면 아무도 오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외부 인재 영입과 관련한 참사는 우리 정치권에서 오래 전부터 되풀이돼왔다. 참신한 이미지의 인사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하나의 선거 전략이라, 일단 영입하고 보자는 ‘묻지 마 영입’이 횡행했다. 영입 과정에선 전문성이나 능력보다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2012년 9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선수를 경북 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했는데, 김씨는 ‘운동선수가 왜 정치를 하느냐’ 등의 비판 여론에 휩싸였고 사흘 만에 임명장을 반납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016년 1월 신당 창당 과정에서 영입 인재 1호 5명을 발표했는데, 이 중 3명이 과거 비리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3시간 만에 영입 결정을 취소했다. 안 후보는 당시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오류와 실수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각 선대위는 영입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광진 민주당 선대위 인재위 부단장은 “기본적인 검증은 하고 있다. 다만 선대위 인재 영입은 공직자나 공천자를 검증하는 것과는 달리 봐야 한다”고 했다. 김영환 국민의힘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은 “검증 단계에서 영입 대상에 대한 보도, SNS, 평판 등 선대위가 접근 가능한 최대한의 자료를 수집해 철두철미하게 살필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국민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강하고, 정치권이 바뀌기를 바란다”며 “이로 인해 보여주기식 외부 영입이라는 관행이 생겨났는데, 이는 한국형 정치의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내용물에 하자가 있더라도 화려한 겉포장지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다. 국민은 공인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