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아트페어에서 수상한 트로피를 든 솔비. /연합뉴스

비전공자 배척인가, 과도한 언론 플레이인가. 가수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솔비(37·본명 권지안)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지난 6일 솔비 소속사 엠에이피크루는 ‘2021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 아트페어(FIABCN)’가 시상한 ‘2021 바르셀로나 국제 예술상(PIAB21)’에서 솔비가 대상 격인 ‘그랜드 아티스트 어워드’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홍대 이작가’로 활동하는 이규원, 이진석 등 미술계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해당 아트페어의 권위 등에 대해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과도한 홍보란 것이 요점. 이런 일은 솔비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가수 조영남, 배우 구혜선·하정우 등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 이른바 ‘아트테이너(Art+Entertainer)’에게는 늘 이런 논란이 따라붙는다. 솔비의 수상이 던진 질문들을 따라가 본다.

① 미대를 신분으로 생각?

지난 10일 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솔비의 수상 기사를 공유하며 “미대 나온 걸 신분으로 이해하는 게 문제”라며 “작가는 신분이 아니라 기능”이라고 썼다. 아트테이너 폄하에 깔린 근본 이유가 비전공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 같은 아트테이너라고 해도 가수 나얼이나 배우 박기웅 등 미술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 대한 비판은 드물다. 대신 미술을 제도권 교육에서 배우지 않은 구혜선이나 솔비에 대해선 ‘홍대 앞 취미 미술학원 정도 실력’ ‘홍대 미대는 아니고 그냥 미대 21학번 정도’ 등의 혹평이 쏟아진다.

임우근준 미술 평론가는 “미대 나온 작가들이 솔비라는 작가를 비난하고 평가하는 건 황당한 현상”이라며 “본인 작품이나 열심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들은 자격 없는 사람이 시장에 진입해 마치 자기 밥그릇을 뺏는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미술 대학 나온 걸 신분으로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예술의 전당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 역시 “동양의 피카소라 불리는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치바이스도 독학으로 미술을 배웠지만, 당대 최고 경지에 올랐다”며 “미술 학교 안 나와도 미술 학교 나온 이상으로 그리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고 했다.

미술 평론가 A씨는 “미술 대학 나온 게 벼슬일 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년간 학문적 커리큘럼을 거치며 배우는 과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좋은 화가들의 작업 과정을 보면 학교에 다니면서, 특히 친구와 비평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척도를 많이 만든다. 솔비 작품은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가수 겸 화가 솔비가 ‘2021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 아트페어’에 출품한 회화 작품 ‘Piece of Hope(피스 오브 호프)’. /솔비 인스타그램

② 과도한 홍보의 결과물?

미술 칼럼니스트 B씨는 “‘미술은 보는 사람이 좋으면 된다’고 하지만, 엄연히 본연의 형식 요소가 존재하고 작품 완성도와 작품성도 분명히 있다”며 “지금 미술계에서 번지는 논란은 솔비가 미대를 안 나와서라기보다, 능력보다 포장이 지나치게 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에 솔비가 받은 상을 두고 “홍보를 통해 없는 권위를 부풀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진석·이규원 작가는 유튜브에서 “아트페어 주최 측에서 주는 상은 분위기를 내기 위한 잔치 같은 느낌”이라며 “그런데 이걸 (소속사 측에서는) 국격을 높였다고 하니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트페어’는 여러 화랑이 모여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말 그대로 ‘미술 시장’이다. 스위스의 아트 바젤(Art Basel)·프랑스 파리의 피악(FIAC)·영국 런던의 프리즈(Frieze)가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국내 유명 갤러리 관계자는 “바르셀로나 아트페어는 사실 국내 미술계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어 위상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갤러리에서는 보통 아트 바젤에서 신인 작가가 단독으로 소개됐다거나 해외 유명 갤러리의 그룹전에 초대받은 정도를 고무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정준모 미술 평론가는 “만약 칸 영화제처럼 권위 있는 상이라면, 조용히 놔뒀어도 외신을 타고 먼저 국내에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솔비 소속사 측은 “‘돈을 주고 상을 받았다’ ‘참가비를 내고 갔다’ 등의 주장은 허위다. 주최 측 입장에서는 권지안 작가에게 상을 줘서 얻을 이익이 전혀 없다”며 “이들은 한국 아티스트가 상을 탔는데, 한국에서 왜 이런 논란이 생기는지 이해를 못하더라”고 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언론 플레이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솔비가 연예인으로서 갖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예능에서 희화화된 부분 등으로 오히려 손해를 본 게 더 많았다”며 “마이너스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온 것으로, 지난 10년간 타인에게 해 끼치지 않고 매일 성실하게 작업한 부분을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③ 신진 화가들에게 박탈감 준다?

일부 연예인 화가가 단박에 주목을 받고 완판 행렬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신진 작가들이나 지망생들은 박탈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그림 한 점 팔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임우근준 평론가는 ‘연예인 화가와 전업 작가는 영역이 전혀 겹치지 않는다”며 “지금 미술계엔 NFT, 아트테이너 등 새로운 시장이 많이 생기고 있다. 연예인 화가 작품을 소장하려고 하는 구매층은 기존 현대미술에 관심을 가졌던 구매자들과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이다. 연예인 화가가 밥그릇 뺏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안현정 평론가는 “미술계 안에서만 보자면 생존이 달린 문제이자, 진정성에 관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이 갖는 괴리감·박탈감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난 10년간 솔비가 이런 논란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왔다는 점만은 높이 사고 싶다. 학문적으로 ‘손’이 좋으냐, ‘개념’이 좋으냐로 평가할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아트테이너가 미술계 안으로 들어왔을 때 어떤 책임과 시각을 가지고 헤쳐나가야 하는지 본보기가 되는 작가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정준모 평론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세상은 다양하고 취향도 각자 다르기 때문에 솔비 그림 좋아하는 사람은 솔비 그림 사고, 아닌 사람은 다른 작품 사면 된다”며 “결국 시간이 흘러 오래 남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