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NK백화점’이란 곳이 있습니다. 스톡홀름 시민들은 ‘엔코’라고 부르는 이 백화점은 ‘리치 마케팅’을 하는 고급 쇼핑몰이지만, 명품에 시큰둥한 스웨덴 사람들 대신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곳입니다.

스톡홀름 시민들이 1년에 한 번 이 백화점에 구름처럼 몰리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1902년 설립된 이곳의 오랜 전통 중 하나가 12월 초 백화점 쇼윈도를 성탄을 테마로 장식하는 것입니다. 매년 소재가 달라지는데, 스웨덴 영화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탄생 100주년을 앞둔 2017년엔 그의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에서 영감을 얻은 장식이 발표돼 화제가 되었지요. 스톡홀름의 겨울, 하면 한없이 내리는 눈과 엔코의 쇼윈도, 그리고 성탄 시즌에만 맛볼 수 있는 스웨덴판 코카콜라 ‘율무스트(julmust)’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스톡홀름에 엔코가 있다면 서울엔 신세계백화점이 있습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는 명동 본점이 올해는 서커스를 테마로 한 미디어 파사드 ‘매지컬 홀리데이’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의 성지가 되었다지요. 우울하기만 한 12월, 만원 버스 타고 가는 퇴근길이 그나마 즐거워집니다.

그래도 가장 아름다웠던 성탄의 추억은 어린 시절 시골 교회에 닿아 있습니다. 그 시절엔 ‘새벽송’이라는 낭만적인 이벤트가 있었지요. 캐럴, 무용, 성극으로 이어지는 성탄 예배가 끝나고 나면 예배당 난롯가에 모인 10대들이 귤을 까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새벽녘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며 캐럴을 부릅니다. 교인들은 성가대를 기다렸다가 과자와 떡을 선물로 주곤 했는데요, 어떤 분은 그때만 해도 귀했던 믹스커피를 한 주전자 끓여놓고 기다리다 깜박 잠이 든 바람에 이튿날까지 혼자서 그 많은 커피를 마시느라 혼났다는 얘기도 들려주셨지요. 그리운 옛 성탄의 풍경입니다.

이번 주 ‘아무튼, 주말-뉴스레터’는 5년전 ‘Why?’에 실린 김동녕 한세실업 회장 인터뷰를 배달해드립니다. 지난 주말, 베트남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지자 1억2000만원을 들여 에어앰뷸런스를 띄웠다는 한국 기업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는데요, 그 회사가 바로 김동녕 회장이 설립한 의류 수출 기업 한세실업입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를 인수할 만큼 시 쓰고 소설 좋아하는 오너로도 유명한 이 경영자 이야기를 읽어보시면 성탄 밤이 더욱 훈훈해질지도 모릅니다. (아래 QR코드로 구독 신청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특별히 스웨덴어로 ‘메리 크리스마스’를 전합니다. God J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