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장을 만들어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는 유튜브를 본 것이 잘못이었다. 흰쌀밥을 김에 싸서 달래장만 얹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는 말에 혹했다. 시장에 가니 달래 한 묶음에 2000원. 밥에도 비벼 먹고 간장 대신으로도 쓰고 2000원이면 거저네 하고 덥석 집어왔다.
인터넷에 ‘달래 손질하기’를 검색하니 주르륵 살림 고수들의 비법이 나왔다. 일단 누렇게 변색된 건 버리고, 무른 잎은 잘라주고 뿌리마다 붙은 껍질들은 제거해 주란다. 달래를 먹어보기만 한 사람은 그걸 손질하는 게 어떤 일인지 모른다. 달래는 실처럼 가는 줄기 끝에 잣만 한 알뿌리가 달려있는 식물이다. 2000원어치면 거의 100뿌리 정도 되는데, 껍질 100개를 하나하나 손으로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실처럼 가느다란 달래를 하나씩 떼어내 무르거나 누런 잎을 잘라내고 알뿌리 껍질을 없애는 일은 말 그대로 달래를 달래는 일이었기에 나는 왜 달래가 달래라는 이름을 얻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블로거들이 시키는 대로 달래를 손질하는 데 30분이 걸렸고, 꼼꼼히 손질하고 검수하다 보니 달래는 사온 것의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달래장은 간장에 달래를 썰어 넣은 양념장일 뿐이다. 양념장 재료 손질에 30분이 걸린다면 음식으로서 가치가 없다. 나는 다시는 달래장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유튜버나 블로거들은 과대망상증 환자들이다. 자기가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지구가 멸망하거나 밥이 독으로 변할 것처럼 가르친다. 이들은 아주 간단한 일도 복잡하게 설명하고 매우 귀찮은 일도 굉장히 간단한 것처럼 말함으로써, 자신이 알려주는 요리법이 생명을 연장하고 인류를 구하는 일인 것처럼 치장한다.
콩나물국은 씻은 콩나물을 육수에 끓이다 간장으로 간하고 종종 썬 파 넣어 먹는 국이다. 요리 블로거들은 콩나물을 다듬는 것부터 장황하게 설명한다. 시든 콩나물 대가리는 버리고 지저분한 뿌리는 일일이 끊어내서 정리하라고 한다. 콩나물 한 봉지 다듬을 때 “드라마나 영화 한 편 보면서 다듬으면 금방 할 수 있어요”라는 사람도 있다. 그깟 콩나물국 끓일 때마다 영화 한 편을 봐야 한다면 차라리 콩나물국 안 먹는 인생이 낫지 않은가.
그러므로 살림을 배울 때 유튜버나 블로거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대가리는 떼내고 뿌리는 다듬고 찬물에 살살 흔들어 씻으라”라는 말은 “깨끗이 씻으라”로 단순하게 읽어야 한다. 시든 콩나물 대가리와 뿌리에 붙은 흙 좀 먹는다고 죽지 않는다. 어쩌면 음식 블로거들이 살림의 적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