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용산 시대가 열릴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문화계에서도 ‘용산’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면, 미술·관광·요식·쇼핑 인프라를 탄탄하게 갖춘 이곳에 대한민국 심장의 이동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거대한 에너지가 분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의 중심축도 자연스레 용산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한남동으로 이전해 재개관한 갤러리 리만머핀 서울 외관. / 리만머핀 서울 제공

국방부 청사 인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고,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등 대형 박물관·미술관 20여 개가 밀집해 있다. 이건희 미술관의 유력 후보지로 막판까지 거론된 곳도 용산이다. 특히 한남동 일대는 지난해부터 외국계 명문 갤러리들이 속속 자리 잡아 신흥 화랑가로 급부상했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 리만머핀이 지난해 10월 안국동에서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해 15일 첫 전시를 개막했다. 손엠마 리만머핀 서울 수석 디렉터는 “강북과 강남 모두 가까운 교통 요지인 데다 지난해 리움이 재개관했고, 유명 외국계 갤러리가 잇따라 진입하는 등 새로운 에너지가 집중되는 곳”이라고 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지금 서울에서 가장 핫한 장소가 한남동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지난해 한남동에 단독 매장을 열었고, 유명 식당과 카페들도 많아 MZ세대가 몰리고 있다”며 “화랑들이 한남동에 속속 들어서는 것도 젊고 구매력 있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인데, 대통령 집무실까지 온다면 이런 트렌드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에 만들고 주변의 용산 미군 기지 부지를 신속히 공원화한 뒤 이를 집무실 일대와 연결해 미국의 백악관 주변처럼 ‘프레지덴셜 에어리어(presidential area)’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건축·도시 계획 전문가들은 “용산공원과 연계해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성급하게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이 구중궁궐 청와대에서 벗어나 도시와의 접촉면을 확장한다는 점, 즉 시민의 일상으로 가까이 가겠다는 측면에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과 교수는 “미국 백악관도 박물관 19개를 갖춘 스미소니언박물관과 연계돼 있고, 워싱턴 기념탑과 국회의사당이 연결돼 있어 하나의 국가 상징 축을 형성하고 있다”며 “용산공원과 연계해 종합 정비 계획을 철저히 세운 뒤에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주민들 반응은 엇갈린다. 용산구 주민인 50대 김모씨는 “광화문을 기점으로 시청-숭례문-서울역-삼각지를 잇는 중심축이 한국의 상징 구간인데 그중 유일하게 낙후된 곳이 삼각지였다”며 “국가 최고 지도자가 머물게 되는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이 일대가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부근이라 개발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용산 정비창, 캠프 킴 부지 등에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으나 고도 제한으로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한민국의 정치 중심이 된다는 상징성이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경호 문제부터 교통 통제 등 여러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엔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