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도 정치다. 대통령 부인은 더욱 그렇다.
윤석열(62) 대통령 당선인 아내 김건희(50)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키는 168.5cm. 역대 대통령 부인 중 장신에 속한다. 화제성도 높다. 인터넷 팬카페 ‘건사랑’의 회원 수는 17일 오후 1시 현재 8만6755명. 이달 안에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는 ‘영부인’이라는 호칭 대신 ‘대통령 배우자’로 불리길 바란다고 한다. 달라진 호칭만큼, 그의 새로운 대통령 부인 패션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채색 바지 정장
김건희씨는 무채색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다. 과거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인터뷰할 때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할 때도 검은색 바지 정장이었다. 지난 4일 사전 투표 때는 검은색 코트와 검은 바지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었다.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 패션’이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 중 유일한 비즈니스 우먼 출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등 사회운동가 출신 대통령 부인은 있었지만, 직접 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까지 지낸 경우는 없었다.
역대 대통령 부인들은 색이 화려한 치마 정장을 즐겨 입었다. 바지 정장으로 유명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대통령 부인 시절에는 치마 정장을 주로 입었다. 힐러리가 바지 정장을 즐겨 입기 시작한 건 상원의원에 출마하면서다.
김건희씨는 바지 정장 중에서도 검은색과 회색, 네이비, 베이지 등 무채색을 즐겨 입는다. 이는 그가 미술업계에서 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흔히 말하는 ‘갤러리 대표룩’이라는 것이다. 갤러리 대표는 자신보다는 그림과 아티스트가 더욱 빛나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서 무채색에 디자인이 단순한 옷을 입고, 귀걸이 등 액서세리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이힐 대신 굽 낮은 단화나 스니커즈를 즐겨 신는 것도 눈에 띈다. 키가 큰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활동성을 위해서다. 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전시를 하다 보면 대표라도 뛰어다닐 일이나 물건 나를 일이 많다”며 “옷이 구겨져도 티가 덜 나면서 세련돼 보이도록 입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스카프로 포인트
김건희씨의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은 스카프다. 코바나컨텐츠 대표일 때나, 지난해 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때, 지난 4일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 때에도 스카프를 ‘넥보(neck bow)’ 형태로 묶어 넥타이처럼 활용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검은색 스카프로 단정함과 차분함을 강조했고, 사전 투표에서는 빨간색 스카프로 ‘국민의 힘’ 당색을 표현했다. 스니커즈 위로 살짝 올라온 양말도 센스 있었다는 평가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김씨가 스카프를 매는 방식에 주목한다. 셔츠의 칼라 밑이 아닌, 위로 묶어서 개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는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인터뷰할 때도 즐겨 하던 포인트다. 칼라 밑으로 매듭이 있었으면 진짜 넥타이처럼 보이고 답답해 보였을 텐데, 매듭을 위로 묶어 예술가적 감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재키 스타일 단발
김건희씨가 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바꾼 것은 딱 하나, 헤어스타일이다. 과거 옆머리를 살짝 꺼내 일명 ‘애교 머리’로 불리는 긴 머리를 고수했던 그가 정치 무대에 공식 데뷔를 하면서는 어깨 위로 살짝 올라오는 중단발로 스타일을 바꾸었다. ‘재키(재클린 케네디) 스타일’이다.
긴머리는 귀엽고 어려 보일 수는 있지만 진지해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재키 스타일의 중단발은 지적이고 성숙하며 진지해 보인다. 이는 여성 정치인이나 정치인 아내들이 가장 많이 하는 헤어스타일이기도 하다. 과거 긴 머리의 대통령 부인은 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와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정도였다.
같은 단발도 길이가 짧을수록 보이시하고 활동적인 느낌이 강하고, 길이가 길수록 우아하며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 랩앤PSPA의 박영실 박사는 “잘 정돈된 중단발은 정숙한 이미지를 줘 재클린 케네디, 힐러리 클린턴, 미셸 오바마까지 역대 미국 퍼스트레이디들이 선호해온 스타일”이라며 “한국 대통령 부인들은 한복을 입을 일도 꽤 있는데, 올림머리를 하기도 쉬운 길이라 다양한 스타일 연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