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크기의 연한 갈색 빵, 한 입 베어 물면 표면에 뿌려진 짭짤한 소금 알갱이가 먼저 혀에 닿는다. 빵 가운데 뚫린 구멍에서는 고소한 버터 향이 훅 올라온다. 소금과 버터로 맛을 낸 ‘소금빵’이다.

서울 성수동 ‘먼치스앤구디스’에서 판매 중인 황치즈 소금빵. 왼쪽 사진은 가게 입구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전국 빵집마다 ‘소금빵’이 대세다. 작년만 해도 소금빵 파는 집을 찾기 어려웠다면, 올해는 소금빵 안 파는 집을 찾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동네마다 ‘소친놈(소금빵에 미친 사람)’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동네 빵집의 소금빵들을 먹어보고 자신만의 소금빵을 찾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제레의 뚝섬 살기’를 연재하는 서울 성수동 주민 박진우 삼초마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성수동 내 소금빵 9곳을 모두 먹어보고는 1위 먼치스앤구디스, 2위 오우드, 3위 샹도르라는 식으로 분석 글을 올렸다. 여의도 맛집 계정인 ‘여의도 테이스티’는 동여의도 소금빵집 ‘하얀과자점’ ‘고메브레드’ ‘브로트아트’ ‘63베이커리’ ‘브레드 05′를 맛보고 분석 글을 올렸다. 시청·광화문 일대 직장인 커뮤니티 HFK를 운영하는 김재윤 마이시크릿덴 대표는 첫 디저트 모임 토론 주제로 ‘소금빵’을 정했다. 소금빵이 화두(話頭)가 된 것이다.

소금빵이 개발된 곳은 일본 에히메현(愛媛県) 야와타하마시(八幡浜)에 있는 작은 빵집 ‘팡 메종’. 주인 히라타 미토시(平田巳登志)씨는 여름이면 덥고 습한 날씨로 팔리지 않는 빵 때문에 고민하다 2003년 어느 날 아들에게 “프랑스에서 소금 뿌린 빵이 유행 중”이라는 말을 듣고 ‘소금빵’을 만들었다.

미토시 사장이 개발한 소금빵은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빵의 질감. 프랑스에서 유행한 빵이 바게트처럼 딱딱한 질감이라면, 그가 개발한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부드럽고 떡처럼 쫄깃한 식감이다. 동네 빵집의 주 고객층을 겨냥한 것이다. 두 번째는 버터의 양. 보통 빵에 들어가는 버터는 중량의 10% 정도지만, 그는 20%를 넣었다. 세 번째는 위에 뿌려지는 소금. 그는 암염을 뿌려 빵을 굽는 도중 발생하는 습기에도 녹지 않도록 했다.

소금빵이 처음부터 잘 팔렸던 것은 아니다. 외형은 버터롤과 비슷하면서, 가격은 10엔(100원) 정도 비싸기 때문이다. 처음 소금빵에 중독된 건 어시장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소금빵이 육체노동으로 인한 염분을 보충할 수 있으면서도 커피와 주스 없이 먹을 수 있는 빵이라며 좋아했다. 그렇게 4년 뒤, 소금빵은 일본 열도를 휩쓸고, 최근 한국으로 건너왔다. 원조 소금빵 가격은 1개에 77엔(770원). 미토시 사장은 “하루 6000개까지 팔리는 날도 있다”고 일본 닛케이신문에 말했다.

소금빵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길게 자른 버터 덩어리를 발효시킨 반죽으로 감싸고, 표면에 소금을 뿌려 굽는다. 빵의 질감, 버터와 소금의 균형이 관건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소금빵은 크게 부드러운 스타일과 딱딱한 스타일로 나뉜다. 최근에는 소금빵 안에 치즈나 크림을 넣은 한국식 소금빵도 출시되고 있다. 먼치스앤구디스에서는 안에 황치즈를 넣은 ‘황치즈 소금빵’이 인기, 서울숲 카페 ‘르와이드’에서는 옥수수 크림, 흑임자 크림, 우유 크림, 트러플까지 넣은 다양한 맛의 소금빵이 개발됐다. 서울 종로구 계동에 있는 카페 어니언은 기존 소금빵을 초콜릿으로 덮었다. 이름은 ‘다크 소미’. 달고 짜고 고소한 세 가지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소금빵은 다양한 이름으로 시중 브랜드에서도 출시됐다. 뚜레쥬르의 이름은 ‘소금버터롤’, 파리바게뜨는 ‘소금버터링’이다. 도넛 같은 모양으로 바삭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름이 무슨 상관인가. ‘고짠’(고소하고도 짠맛)의 매력에 빠져버리면, 무슨 이름이든 다 찾게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