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금요일. 만우절이었지만 놀랍게도 아무 일도 없었다. 만우절 기념으로 수업이나 안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4월 2일 토요일. 맑음. 일찍 일어나서 과외를 하고 왔다. 날씨가 좋아서 힘이 났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날 추가 접수한 텝스를 보러 ○○중으로 이동!’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올리는 플랫폼인 블로그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블로그의 부활을 주도한 이들은 다름 아닌 MZ세대. 블로그를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다시 읽어보는 일기장으로 활용하는 젊은이가 많아졌다. 실제 포털사이트에서 ‘블로그’를 검색하면 ‘대학생 일상 블로그’ ‘취준생 일상’ ‘20대 블로거’ 등이 결과로 뜬다. 네이버에 따르면, 작년 새롭게 생성된 블로그는 약 200만개. 전체 블로그 이용자 약 70%가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일상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면 현금성 포인트를 주는 ‘오늘 일기 챌린지(블챌)’를 지난해 성황리에 진행했다. 이 역시 참가자의 80% 이상이 MZ세대였다.
작년 말부터 일상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게시물을 올린다. 한 주 동안 그가 먹은 음식, 입은 옷, 산 물건, 본 것 등에 대한 사진과 함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는 방식이다. 김씨는 “친구들이 블로그를 ‘디지털 다이어리’처럼 쓰는 걸 보고 시작하게 됐다”며 “남이 보든 말든 내 마음대로 포스트를 만드는 게 재미있고, 블로그 이웃들과 일상을 나누고 댓글을 주고받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주연(33)씨는 최근 블로그에 ‘30문 30답’을 올렸다. ‘내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가장 오래 연애한 기간은?’ ‘MBTI는?’ ‘넷플릭스 추천작은?’ 등의 질문에 답을 적어 포스팅한 것이다. 박씨는 “답을 적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 (블로그) 이웃들과 문답을 공유하면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배우 한소희(28)씨도 블로그를 운영 중인데, 주로 자신의 일상 사진과 생각을 담은 글을 올린다. 블로그 속 한씨는 ‘친근한 옆집 언니’ 같은 모습이다.
MZ세대 사이에서 블로그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장기화로 외부 활동에 대한 제약이 강해지고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바깥 활동보단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것을 취미로 삼게 됐다는 분석이 있다. 또 보여주기를 목적으로 하는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반작용, 피로감 등으로 사람들이 블로그를 찾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블로그라는 나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이곳을 꾸미면서 (기록을) 축적하는 MZ세대가 많아지고 있다”며 “축적보다는 교류, 내적인 것보다 보여지는 것에 초점을 둔 인스타그램에 싫증 난 이가 적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변화관측소는 책 ‘2022 트렌드노트’에서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블로그가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같은 사람이 올린 같은 내용이라도 블로그는 솔직한 이면이 다 기록되고, 인스타그램에는 꾸며진 모습으로 연출된다. 기록은 나를 재발견하고, 나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에 천착하는 MZ세대의 성향이 ‘기록’으로 나타나고, 기록의 플랫폼으로 현재 ‘블로그’가 통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