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나선 인사 중 상당수가 진영에 따라 ‘친윤 마케팅’ 혹은 ‘친명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위 사진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 나선 김재원 예비 후보의 공보물, 아래 사진은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 나선 안민석 예비후보가 출마를 알릴 때 활용한 사진이다. /국민의힘 홈페이지·페이스북

6·1 지방선거에 이른바 ‘윤석열 마케팅’ ‘이재명 마케팅’이 점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손발을 맞출 적임자라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은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계승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지방선거가 역대 최소 득표율 격차로 끝난 지난 3·9 대선의 연장전 성격으로 치러지는 탓에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했다.

◇너도나도 “윤석열과 함께”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선 윤석열 당선인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예비 후보가 많았다. 홍준표·김재원·유영하 3파전으로 치러진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김재원 후보는 적극적인 ‘친윤(親尹) 마케팅’을 벌였다. 김 후보는 선거공보물에 윤 당선인과 잡은 손을 들어올리며 활짝 웃는 사진과 ‘국비 유치는 오직 윤석열 깐부 김재원!’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블로그에는 윤 당선인이 지난 12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 자신과 악수한 영상과 함께 “(윤 당선인이) 저를 보시더니 눈썹이 찡긋. 저 열심히 달려보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남지사와 울산시장 경선에선 후보들 사이에 친윤 마케팅 대결이 벌어졌다. 경남지사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박완수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 박완수가 함께 하겠습니다’란 구호와 윤 당선인과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한 사진을 공보물에 담았다.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는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란 구호와 함께 지난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이 자신에게 울산공동선대위원장 임명장을 주는 사진을 공보물에 실었다.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주기환 광주시장 후보 등도 경선 과정부터 윤 당선인과 자신의 인연을 강조했다. 특히 김은혜·김태흠 후보는 출마에 ‘윤심(尹心)’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윤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후보의 공보물엔 윤석열 당선인의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는 사진과 ‘경기도에서 정권교체를 완성하겠다’는 문구가 담겼다. 김태흠 후보는 출마 선언에서 “충남의 아들 윤석열이 정권 교체를 했듯, 김태흠이 도정 교체를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유튜브에 윤석열 당선인과 함께 찍힌 영상을 여러 개 올리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주기환 후보는 “윤석열 당선인이 저에게 맡긴 ‘정치적 특명’을 완수하고자 한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주 후보는 윤 당선인과 2003년 검사와 수사관으로 만나 인연을 맺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밖에 많은 후보들이 ‘윤석열의 복심’ ‘윤석열과 원팀’ 등의 구호를 내세웠다.

친윤 마케팅에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김재원 후보와 경쟁한 홍준표 후보는 “당선인을 팔아 정치하지 말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자체는 중앙 정부와의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선인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 유효한 선거 전략이라고 많이 판단하겠지만, 공약과 정책이 아닌 당선인과의 친분만을 강조하는 후보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앞다퉈 “내가 이재명 지키겠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에서는 민주당 예비 후보들의 ‘친명(親明) 마케팅’이 뜨겁다. 경기도는 이재명 고문의 정치적 고향.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이 경기도에서 얻은 득표율은 50.94%로, 윤석열 당선인(45.62%)보다 높았다. 김동연 후보는 “이재명이 함께한 경기도에서 김동연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출마 선언을 했고, 이 고문과 자주 통화를 한다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 고문 손을 잡고 만세 하는 사진으로 출마를 알린 안민석 후보는 “이재명을 지키겠다” “이 고문이 ‘안심’을 좋아한다”며 이 고문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이재명! 경기도의 자부심! 염태영이 지킵니다!’란 슬로건을 들고나온 염태영 후보는 “일 잘하는 민주당 도지사 이재명의 길을 이어가겠다”며 출사표를 냈다. 조정식 후보는 “이재명의 가치와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일머리를 아는 조정식이 적임자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조 후보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은 이 고문과 포옹하는 사진이다.

광주광역시장 선거에서도 친명 마케팅이 한창이다. 경선 중인 민주당 강기정·이용섭 후보는 각각 이재명 고문의 지지 세력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표심몰이에 나섰다. 강 후보는 연예인 서승만씨의 지지 선언을 전하며 “이재명 10만 팬클럽의 대표 서승만이 온다는 건 이재명 상임고문이 온 것과 다름없다”고 했고, 이 고문의 대선 구호들을 따라 한 ‘나를 위해, 새로운 광주시대’ ‘강기정은 합니다’ 등의 구호를 내세웠다. 이 후보는 ‘우리는 이용섭 후보를 광주의 이재명으로 맞는다’고 한 이재명 선대위 인사들의 지지 선언문 내용과 이 고문과 가까운 인사들의 선거 캠프 영입 소식을 전했다. 제주지사 경선에 나선 문대림·오영훈 후보도 각각 이재명 고문 지지자들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서울시장 경선 후보 등 일부 후보들은 이재명 고문 팬카페에 가입하는 등 이 고문 지지층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진박·친문…유구한 역사

선거철에 ‘친○ 마케팅’이 벌어지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총선 때는 ‘진박(眞朴) 마케팅’이 기승을 부렸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한다”는 발언을 했고, 이에 새누리당 총선 출마자들은 친박을 넘어 진박이 되고자 분투했다. 명함과 현수막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도배했고, 자신이 진박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댔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때는 ‘친문 마케팅’이 유행했다. 많은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경력과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과거 비문(非文)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문 대통령과 가깝다”며 나서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 같은 현상은 후보들이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의 인기에 기대 득표를 꾀하는 ‘옷자락 효과(coattail effect)’를 노리기 때문.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방선거에 자신의 전문성, 지역 발전의 청사진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유력 정치인과 친하다’는 걸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것은 그 지역 주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과도한 친○ 마케팅은 지방자치의 역행이자 대의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면서 “구태를 끊으려면 유력 정치인이 지방선거에 개입하지 말고, 유권자는 이런 후보들을 뽑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유력 정치인은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고, 유권자들 역시 중앙과 연줄 있는 도지사·시장을 원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