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일러스트=유현호

“소유권자를 찾아봐야 한다. 지금 소유권자 말고 최초 소유권자를!”

음모론의 일인자인 김어준은 TBS 뉴스공장에서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가 사는 타워팰리스의 소유권자에게 관심을 보였다. 김어준이 TBS에서 출연료 많이 받는다더니 그쪽에 집 한 채 사려나, 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저 말은 한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한 말이었고, 그에 따르면 “고위직 검사들을 삼성이나 재벌들이 그런 식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있었다.”

알고 보니 한 후보자가 사는 집 최초 소유권자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소위 대깨문 사이트는 흥분했다. “역시 삼성은 만악의 근원” “정말 더럽네요. 누가 누구에게 정의를 말합니까?” “당장 압수수색 들어가야죠.” 안타깝게도 이 의혹 제기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소유권 보존등기는 사업시행사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타워팰리스는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시행사였다. 게다가 삼성의 등기 이후 그 아파트의 소유주는 세 번이나 바뀐 데다, 한동훈은 자가가 아닌 전세였으니, 이걸 가지고 ‘삼성이 한동훈을 관리했다’고 주장하는 건 좀 모자라는 짓이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 준다. 하나는 ‘한동훈에 대해 어지간히 깔 게 없구나’이고, 둘째는 천하의 김어준도 한동훈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원래 김어준은 없는 증거도 만들어 공격하는 게 특기, 평소의 그라면 최소한 ‘호스트바에서 한동훈을 봤다’는 증인 정도는 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은 자신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가만 놔두지 않는다. 유시민을 보라. 한동훈이 자기 계좌를 뒤졌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5억원짜리 민사소송에 걸려 있지 않은가? 김어준마저 이러는 걸 보면, 민주당이 벼르고 있다는 한동훈 청문회가 어쩌면 싱겁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민주당의 반응은 패닉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훈에게 자신들은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현 사태를 일진을 다룬 영화에 비유해 보자. 한 중학교, 일진 여럿이서 한 학생을 괴롭힌다. 이유는 그가 너무 바른말만 해서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피해 학생은 전학을 가지만, 고등학교 때 다시 일진들과 만난다. 하지만 상황은 역전돼 있었다. 피해 학생은 그동안 무술을 연마해 격투기 선수가 돼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일진들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건만, 일진들은 오히려 그 학생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영화의 마무리는 옥상에서의 대결. 수적 우위밖에 내세울 게 없는 일진들은 분노한 피해 학생, 아니 격투기 선수한테 일망타진당한다.

민주당과 한동훈의 스토리도 이와 비슷하다. 권력 수사를 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을 쫓아내려 했던 현 정권은 채널A 기자를 매개로 한 ‘검언유착’ 사건을 만들어 한동훈을 엮는다. 이유는 그가 윤 당선인의 측근이기 때문이었다.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의 말과 달리 검찰은 한동훈을 기소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한동훈은 무려 4번이나 좌천을 당해야 했다. 부산지검으로 간 것이야 그렇다 쳐도, ‘조선제일검’이라는 별명을 가진 한동훈을 수사를 하지 못하는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으로 보낸 것은 잔인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가 되면서 한동훈은 일약 법무장관 후보자가 돼서 다시 민주당 앞에 섰다. 인성이 덜 된 일진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도 그간의 괴롭힘에 대해 한동훈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한동훈을 꼭 낙마시켜야 하는 후보자로 정하고 청문회를 벼르고 있단다.

하지만 일진들이 옥상에서 먼지 나게 맞았던 것처럼, 이번 청문회도 민주당이 한동훈에게 망신당하는 결과로 끝날 것 같다. 일단 도덕성으로 크게 공격할 건더기가 별로 없다. 오죽하면 기껏 던진다는 의혹이 ‘첫 소유주가 삼성이다’였을까? 결국 무혐의가 난 채널A 사건에서 ‘휴대폰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으로 되치기를 해보지만, 자신들의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도 친형 강제 입원 의혹 당시 휴대폰 두 대의 비번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혜경궁 김씨’가 아니냐는 혐의를 받던 김혜경씨는 휴대폰을 중고로 팔았다는 황당한 변명을 하며 휴대폰 제출을 거부한 바 있으니, 비번을 언급하는 게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은 없어 보인다.

더 절망적인 것은 한동훈이 말발마저 좋다는 점이다. 팩트와 논리로 치열한 대결을 해야 하는 청문회장에서 말은 격투기 선수의 주먹에 해당되는 중요한 무기인데, 한동훈은 자신의 어록이 인터넷에 돌아다닐 만큼 말을 잘한다. 오죽하면 말 하면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진중권 선생이 이렇게 말했을까? “이분, 지금 말하는 것으로 보시라. 문장에서 토씨 하나 안 틀린다. 그리고 굉장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이 아무리 궤변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아마 청문회장에서 판판이 깨지지 않을까,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

사실 민주당도 이 점을 모르는 게 아니다. 2020년 국감에서 국민의힘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을 증인으로 채택한 적 있다. 국정감사는 증인을 불러놓고 추궁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래서 각 정당에서는 자신들과 관련된 인사가 증인으로 나가는 걸 한사코 막는다. 2016년 국정 농단과 관련된 국감 때 민주당이 신청한 최순실의 증인 채택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허용하지 않았잖은가? 채널A 국감도 정상적이라면 한동훈 증인을 민주당이 요구하고 국민의힘이 막아야겠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사자인 한동훈은 출석하겠다고 했는데 말이다.

이유야 뻔했다. 팩트에서 밀리는 데다 말발에서마저 밀리니,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한동훈이 주인공인 이번 청문회는 좀 다를까? 민주당 인사청문회를 이끌다 탈당한 민형배의 말을 들어보자.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닌지 검토하고 있다.” 후보자가 오만방자해서라는 이유를 댔지만, 국민은 알고 있다. 이게 ‘빤스런’이라는 것을. 민주당에게 부탁드린다. 제발 청문회를 열어 달라. 지난 5년간 한 일이 다 까발려진 채 큰대(大)자로 널브러진 당신들의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그가 남긴 어록과 함께 글을 맺는다. “진영에 상관없이 강자의 불법에 더 엄정해야 한다는 그 기준에 따라 일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약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게 현실 세계니까요. 그러다 공격받는 건 감수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