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은 ‘이것이 좋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며 강하게 고객을 유인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이것으로 좋다’고 하는 이성적인 만족감을 고객들에게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본의 대표적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MUJI)’의 브랜드 철학이다. 이쑤시개부터 집까지,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을 파는 무인양품은 세계 33국에서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9개 매장이 있다.
무인양품이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면 충분하다’는 무인양품의 철학을 다져낸 사람, 디자인계 거장 하라 겐야(原硏哉)다. 그는 2002년부터 무인양품의 디자인 전략을 총감독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로 꼽히는 그가 2003년 제작한 무인양품 포스터 ‘지평선 시리즈’는 일본 디자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걸작이다. 이 포스터는 단출하면서도 강렬하다. 순백의 대지와 푸른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 위에 점처럼 서 있는 소녀, 그리고 한편에 박힌 ‘無印良品(무인양품)’ 네 글자. 그는 “지평선이란 아무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반대로 모든 것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인양품의 미래를 담아내는 그릇이며 비전”이라고 했다.
요즘 하라 겐야의 관심사는 생활 디자인의 총체인 ‘집’이다. 2011년부터 미래의 주거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는 ‘하우스비전’이라는 전람회를 만들어왔다. 2013년과 2016년 일본 도쿄에서, 2018년 중국 베이징에서 전람회를 열었다. 올해 ‘하우스비전’의 개최지는 한국으로, 지난 5일부터 충북 진천에서 ‘코리아 하우스비전 2022′가 열리고 있다. 이 전람회 총괄 디렉터를 맡은 하라 겐야를 지난달 인터뷰했다.
그는 “‘하우스비전’이 주목하는 것은 ‘산업의 교차점’으로서의 집”이라며 “집을 생각하는 것은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전람회 주제가 ‘농(農)’인 데 대해 “농업은 낡은 농촌의 이미지와 함께 잊혀 가는 존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농업이 미래 산업의 첨단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미래 농업으로 파생되는 교외형 주거와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서울 집중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람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를 통해 삶의 충족감을 얻어야 하는데, 집값 폭등은 이를 막는 불행한 일이다.”
1958년생인 하라 겐야는 “인생에서 지력과 체력이 절정에 달하는 때를 예순다섯 정도로 잡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며 체력은 저하되지만, 반대로 지식과 경륜은 쌓인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고 강조했다. “조금씩 몸이 쇠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은 점점 늘고 있어, 체력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체력은 유지되는 법이라고 믿는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욕심쟁이
-코로나 팬데믹이 정말 길었다. 코로나로 달라진 게 있다면.
“원격 회의가 늘었다. 덕분에 어디에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것은 일하는 방법에 있어 혁명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워커홀릭답다. 쉼 없이 일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비스킷을 양손에 든 토끼, 볼주머니를 가득 채운 다람쥐처럼 내가 욕심쟁이라서가 아닐까. 저글링을 하는 곡예사처럼, 무수한 공을 영원히 던져나가는 게 디자이너라는 직업이다.”
-2022년도 벌써 중반을 향해 달려간다. 연초 계획한 것을 잘 이루고 있나.
“4월에 ‘저공비행’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웹사이트(tei-ku.com)를 통해 매달 한 번씩 일본의 어딘가를 방문해 영상과 사진, 글로 소개해 왔는데, 이를 정리한 것이다. 저공비행은 일본의 깊은 곳과 세세한 부분을 두루 돌아보는 여행을 뜻하는 비유적인 명칭이랄까. 작년 말 시작된 ‘세토우치 디자인 회의’의 내용도 책으로 정리해 출판했다.”
-요즘 가장 재미를 느끼는 것은?
“호텔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동영상을 찍는 사람은 영화를, 인터랙티브한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한다. 아마 (영화와 게임을 통해) 완결된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풍토나 환경의 훌륭함을 그 호텔이 없으면 깨닫지 못하는, 그런 호텔을 건축가와 함께 구상해 보고 싶다. 호텔은 디자인의 대상이 무한대로 존재한다. 이 점도 재미있다.”
-’만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고 했다.
“올해 63세인데, 조금씩 몸이 쇠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그러나 반대로 경험치는 증가하고 있어, 지력과 체력의 합이란 면에서 65세가 인생의 피크가 아닐까 싶다. 나는 매주 운동을 다니고, 수영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 그리고 매사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너무 엄격하게 하면 계속할 수 없으니까. 인간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체력은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거장’이라 불리면 일하기 곤란
1981년 무사시노 미술대학 기초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하라 겐야는 대학원 시절 디자인 사무소에서 일하면서 그래픽 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디자인에는 ‘발상의 전환’과 ‘오감의 자극’이 담겨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개·폐회식 프로그램(인쇄물)에 일본 전통문화를 가미한 디자인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당시 프로그램 표지를 푹신푹신한 흰 종이에 문자를 디보스(형태를 눌러 요철로 표현하는 기법)로 새겨 만들었는데, 이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흰 눈을 밟는 추억을 되살리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다. 2000년엔 평범한 일상 속에 새로운 디자인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리디자인-일상의 21세기’ 전시회를 선보였다. 종이 심이 사각형인 휴지, 비행기 그림의 방향으로 출입국을 구분하는 출입국 스탬프 등이 출품됐다. 리디자인전은 일본 4개 도시에서 개최된 뒤, 글래스고와 코펜하겐, 홍콩, 토론토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열렸다.
그가 디자인한 산부인과·소아과 전문병원인 우메다 병원의 사인 시스템도 주목받았다. 특징은 탈착이 가능한 흰 천으로 병원 내 표지판을 만든 것. 그는 “일부러 더러워지기 쉬운 천을 사용했다. 그것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서 손님들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의 존재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도쿄 마쓰야 긴자 백화점 리뉴얼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가 디자인한 공사장 벽에는 공사 진행률에 따라 벽에 그려진 지퍼가 열려 나간다는 아이디어가 담겼다. 그는 “긴자를 걷는 사람들에게 그 장소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긴자에서 일어난 일’로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회고했다.
-무엇이 당신을 거장으로 만들었나.
“고객이 점점 나보다 젊어지고 있어서 ‘거장’이라 불리면 일을 하기 곤란해진다. (디자인을 할 때) 트렌드와 거리를 두고, 가능한 한 디자인을 했다는 것이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고객과 함께 달린다. ‘(새롭게) 눈을 뜨게 하는’ 접근법은 나 자신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하라 겐야의 디자인 철학은 ‘공(空·emptiness)’으로 집약된다.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무인양품의 물건들엔 그의 철학이 깊이 배어 있다. 그는 “이는 ‘무(無)’나 ‘에너지의 부재’가 아닌, 무언가가 가득 채워질 징조의 가능성”이라고 했다.
-’공의 디자인’을 설명해 달라.
“많은 말을 하는 입을 가진 디자인이 아닌, 잘 듣는 귀를 가진 디자인을 뜻한다.”
-무인양품 창업 멤버인 디자이너 다나카 잇코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잠 못 드는 나날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나도 ‘무인양품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머리를 쉬게 할 틈이 없었다. 매일매일 생각한다. 덕분에 좋은 트레이닝을 20년 동안 할 수 있었다. 태그와 라벨부터 시작해 모든 광고 표현에 있어 무인양품을 글로벌 브랜드로 발전시키고 (무인양품의) 사상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기분 좋은 것은 어째서일까’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역사에 남길 무인양품의 광고라고 생각한다.”
◇탭댄스를 추며 지뢰밭을 지나는 듯한
-디자이너로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일상의 물건들을 새롭게 만들어 본 리디자인전이다. 우수한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냈지만 어떤 것도 (기존의) 일용품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사각 심 화장지보다 대단한 것은 둥근 심의 일반 화장지다. 뜻밖에도 리디자인전은 일상에 있는 평범한 물건에 매우 뛰어난 디자인이 숨어 있다는 깨달음을 가져오는 전시회가 됐다.”
-‘내가 디자인한 포스터가 없어졌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잘 만들어진 포스터는 지금이라도 누군가 떼어갈지도 모른다. 이건 그래픽 디자이너가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포스터를 12년에 걸쳐 제작해왔는데, 예술제가 열릴 때마다 성대하게 걸린다. 상업 목적의 포스터와는 다른 상쾌함이 있다. 올해는 세토내해 섬 어르신들이 주인공이다.”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무대는 일본 가가와현 나오시마를 포함한 12개의 섬과 인근 바다다. ‘버려진 섬’이었던 나오시마가 ‘예술 섬’으로 재생됐고,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는 나오시마의 재탄생을 발판으로 세토내해 섬들의 활력을 찾고자 2010년 시작됐다. 하라 겐야는 이번 세토우치 포스터를 만들면서 모델인 섬 노인들에게 특이하고 호화로운 선글라스를 낄 것을, 사진작가에게 생동하는 노인들의 화려함을 담아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노인의 나라 일본이 세계에 아주 밝은 메시지를 전하면서 예술로 사람들을 이어줄 것”이라고 했다.
-대중이 알아주지 않는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로고 디자인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가 디자인한 샤오미의 새 로고는 기존 로고의 각진 테두리를 둥근 사각형으로 바꾼 것 외에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논란이 됐다.)
“그런 반응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샤오미에 관해서는, 해야 할 일을 확실한 프로세스를 거쳐 했고, 일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내줄 것이기에 어떤 말을 들어도 동요는 없다. 조금 시간이 지나 이전의 로고를 봤을 때 더 이상 그 로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 비평은 많은 경우, 표층의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에는 고통이 따르는데 어떻게 극복하나.
“30년 전에는 ‘탭댄스를 추며 지뢰밭을 지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저글링을 하면서 한 바퀴 자전거를 타고, 줄타기를 하면서 피자 배달을 하는 느낌이다. 하나를 너무 깊게 파면 슬럼프가 되는데, 다각도로 머리를 사용하면 어떻게든 된다. 물론 좋은 답이 좀처럼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생각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좋은 답은 반드시 나온다.”
-한국 디자인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 디자인은 하이테크와 융합해 매우 세련되게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친구인 유영규(클라우드앤코 대표)의 디자인은 굉장히 미니멀리즘적이어서 언제 봐도 감각이 씻기는 듯하다. 안상수도 오랜 친구인데, 한글을 중요시한 디자인을 통해 한국의 기개를 느끼게 한다. 영화나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도 한국 작품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좋고 나쁜 디자인은 어떻게 나뉘나.
“디자인을 했다는 것이 누가 봐도 보이는 것은 단명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들어진 디자인은 물처럼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으면서도 불가결한 것이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본질을 꿰뚫어 가시화하는 것.”
◇도시의 굴레에서 벗어날 시기
‘코리아 하우스비전 2022′ 전시장 가운데에는 뾰족한 박공지붕의 아담한 나무 집이 놓였다. 이 집은 하라 겐야가 디자인한 ‘양(陽)의 집’. 집 전면에 설치된 세 개의 창문이 굉장히 커서, 단층인데도 고층의 아파트보다 개방적인 느낌이 들었다.
-‘양의 집’이 인상적이다.
“양의 집은 집 안과 야외의 덱이 단차 없이 연결된다. 도시의 집합 주택에선 손에 넣을 수 없는, 자연 공간과의 융합을 중시했다. 날씨 좋은 날에는 브런치를 준비해 식탁을 통째로 밖으로 내 즐길 수 있고, 정원에서 기른 채소도 식탁에 올릴 수 있다.”
-하우스비전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에너지도, 통신도, 물류도, 의료도, 농업도 모두 ‘집’과 관련된 문제다. 집을 생각하는 것은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다. 하우스비전은 집 전람회가 아니다. 수천 년 전 과거로부터 현재를 바라보고, 5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를 고찰하는 것. 이게 하우스비전의 비전이다.”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있나.
“도쿄의 집합 주택을 개조한 집에서 아내와 둘이 산다. 출장이 잦아, 1년에 4개월 정도는 밖에서 자는 것 같다. 세계 여러 곳에 숙소를 만들어 안락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는데, 일이 엮이면 결국 제대로 쉴 수 없다는 걸 최근 느끼고 있다. 어쨌든, 여행을 하며 때때로 항구에 돌아가듯 집에 돌아가 휴식하는 것이 내 라이프스타일이다.”
하라 겐야는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며 생기는 부작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 “도심의 집에 본래 가치를 훨씬 넘는 불균형한 가격이 매겨지는 상황은 뭔가 미쳐가고 있는 것이다. 도시에 사람의 행복이 집중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 모두 도시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과 교통이 발달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지 않나. 도시의 굴레에서 해방돼야 할 시기다.”
-한국에선 집값이 큰 문제다.
“한국은 좋든 나쁘든 서울로만 집중하고 있다. 사람도, 산업도, 물류도 서울로 향해 땅값이 이상할 만큼 치솟고 있다. 집값 폭등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사람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를 얻고, 그곳에서 자신의 생활 미학을 기르는 것은 삶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통신과 교통이 잘 갖춰져 있다. 과감하게 훌륭한 환경이 있는 땅을 찾아 집을 지어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면 교외에 첨단 문화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일본이 마주한 문제는 무엇인가.
“경제의 성장기를 지나 ‘패기’를 잃고 있는 점? 성장할 때는 어느 나라든 기세가 있다. 정체하고 있을 때 그 나라의 본령이 보이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 우리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진심을 다해 생각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내 마지막 디자인은 책이 될 것
하라 겐야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가 2003년 낸 책 ‘디자인의 디자인’은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됐는데, 디자인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수필집 ‘백(白)’의 내용은 일본 대학 입시 문제로도 출제된 바 있다.
-책을 꽤 많이 썼는데.
“언어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글을 쓰는 것이 읽는 것보다 많아졌다. 쓰는 것은 사고를 응축시켜준다. 인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내 디자인에 관한 책을 생각하고 있다.”
-무사시노미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어떤 선생님인가.
“대학에선 상냥한 선생님이다. 단지 가끔 졸업생이 (내가 대표로 있는) 일본디자인센터에 입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땐 학교와는 다른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된다. 젊은이들과 함께한다는 건 멋진 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열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대학에 막 들어갔을 때여서, 일단 공부를 하자고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여자 친구와 차를 마실 여유도 없었을 때라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밖에 없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었다.”
-취미가 여행이라고 들었다.
“여행은 세계의 리얼리티를 가르쳐주고, 감수성 탱크를 넘치도록 채워준다. 최근 몇 년은 해외에 갈 수가 없어 일본을 여행하고 있다. 얼마나 일본에 대해 무지했는지 매번 놀라곤 한다. 가보고 싶은 곳이 여러 곳이다. 마다가스카르에 가서 바오바브나무를 보고 싶고, 일이 아닌 여행으로 이탈리아를 편하게 다니고 싶다. 내 이름과 발음이 같은 케냐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남극과 북극도 미답의 땅이다.”
-창의력의 원천은?
“호기심. ‘책상 위에 가볍게 턱을 괴어 보는 것만으로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 말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지금 이루고 싶은 꿈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의 열대 우림 속에, 자연에 녹아든 듯한 최첨단의 호텔을 설계해 거기서 편안하게 새로운 디자인의 책을 쓰고 있는 나를 종종 상상하곤 한다.”
-행복을 정의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