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공식 만찬 애피타이저로 나온 자색고구마·단호박·흑임자로 만든 3가지 전병과 팥 음료./대통령실 제공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성과만큼이나 관심을 끈 게 ‘만찬 메뉴’였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남기지 않고 접시를 비웠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애피타이저로는 자색고구마·단호박·흑임자로 만든 3가지 전병과 팥 음료가, 후식으로는 견과류, 과일과 함께 경기도 이천 쌀로 만든 쌀케이크가 나왔다. 누구의 솜씨였을까.

◇박물관 푸드코트서 조리·· 만찬장 너무 멀더라

이날 만찬은 롯데호텔이 연회 케이터링을 맡았다. 전영진 롯데호텔 한식 연회 조리장은 본지 통화에서 “통상 해외 국빈 만찬은 메뉴 기획 단계부터 2~3개월 준비하는데 이번 만찬은 보름 내에 모든 걸 끝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전체 메뉴 콘셉트는 조리장인 제가 만들었고, 내부 수정을 거쳐 외교부에 1안과 2안을 냈다. 이후 수차례 회의를 거쳐 메뉴 최종안을 만들고, 대통령실 실무진이 시식하며 나온 의견을 반영해 막판까지 수정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다는 3가지 전병은 1안 그대로 나갔다.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 주방팀과 협업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롯데호텔 연회팀 셰프들이지만, 이번 만찬은 쉽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초기라 준비 기간도 짧았고, 주방 등 조리 공간도 국립중앙박물관 푸드코트 내 조리실이 협소한 데다 만찬장인 으뜸홀과 거리가 상당히 멀었기 때문이다. 전 조리장은 “불을 이용하는 요리는 박물관 푸드코트 조리실에서 하고, 음식을 데우는 워머(보온기)와 이동식 냉장고를 만찬장 가림막 바로 뒤쪽에 마련해 대표 요리는 거기서 준비해 드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표 음식은 ‘팔도 산채 비빔밥’과 간장 양념으로 숙성한 미국산 소갈비 양념구이. 흑임자 두부선·이색밀쌈·금산 인삼 야채말이 등 전국 각지 제철 식재료를 담은 5품 냉채, 강원 양양 참송이 버섯죽과 침채, 해남 배추를 이용한 숭채만두도 테이블에 올랐다. 전 조리장은 “우리나라 전통 오방색인 황·청·백·적·흑을 표현하기 위해 색깔이 들어간 전통 식재료를 고루 사용했고, 미국산 소갈비뿐 아니라 비빔밥에 들어가는 채소에도 엔다이브와 미니코스라는 외국산 야채를 두 가지 넣어 화합과 조화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양국 정상이 만나는 자리라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펼쳐 낸다’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의미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공식 만찬주는 미국 나파밸리 와인인 샤토 몬텔레나와 바소 카베르네소비뇽, 문경 오미나라 스파클링 와인이 제공됐다. 강상민 롯데호텔 연회판촉 지배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술을 전혀 하지 않아서 와인 대신 사과주스와 포도주스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날 만찬 시작 때 건배 장면에서 바이든 대통령 혼자 색깔이 다른 잔을 들고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정상회담 현장 수행원 점심으로 제공된 팔첩반상 도시락. 서울 서초동 반찬가게에서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수행원 도시락은 김건희 여사 단골집에서?

한편 실무팀은 이날 경호 인력 등 현장에서 뛴 수행원들을 위해 서울 서초동 ‘티푸드 건강한 반찬&도시락’에서 만든 도시락 700개를 준비했다. 서울 서초동 일대에선 간이 세지 않고 맛이 좋다고 소문난 반찬 가게다.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는 김동균 대표는 “아침은 가볍게 드시라고 새우볶음밥을, 점심과 저녁은 팔첩반상 도시락을 준비했다. 메인 반찬만 점심엔 제육볶음, 저녁엔 간장 불고기로 바꿨다”며 “하루 종일 700개 도시락을 준비해야 해서 이날 하루 문을 닫았다”고 했다.

모든 반찬을 직접 만든다는 채효정씨는 “2016년부터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서 2년가량 매장을 운영했다. 가게를 여러 곳 하다가 힘들어서 정리하고 이곳만 집중하고 있다”며 “조미료를 안 쓰는 게 철칙이라 처음엔 호불호가 갈렸는데 단골 손님들이 좋아해주셔서 점점 소문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아크로비스타 시절부터 김건희 여사가 단골이라는 소문이 있더라”고 묻자 그는 “오셨는지 안 오셨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