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담처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 데려가기 좋은 맛집은 어디일까.

먼저, 이담이 공연한 한식 퓨전 한옥 레스토랑 ‘미쉬매쉬’다. 한정식집 용수산 창업자인 최상옥씨 딸인 김윤영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 김 대표와 덴마크인 남편 사이에서 난 딸 덴마크계 한국인 민지 김 윈드 셰프가 세계적인 요리학교 에콜 페랑뒤를 졸업하고 가업을 이었다. 김 셰프는 덴마크, 프랑스 등을 거쳐 할머니의 뿌리가 있는 용수산 옆에 자리를 잡았다.

‘미쉬매쉬’의 파절이를 곁들인 매콤한 소스의 닭다리 구이와 수비드로 조리한 갈비(위). 한국식 차문화 다례를 가르쳐주는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차 문화공간 ‘호전다실’(아래).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그래서인지 김 셰프의 요리는 한식의 혼을 담고 있으면서도, 유럽의 세련된 멋을 입혔다. 이담이 런던에서 즐겨 먹었다는 치킨을 재해석한 ‘파절이를 곁들인 매콤한 소스의 닭다리 구이’, 갈비를 자르지 않고 24시간 수비드로 조리한 통갈비 요리는 외국인도 호불호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여기에 마늘로 맛을 낸 가마솥밥을 곁들여 낸다.

서촌 골목길에 있는 차(茶) 문화 공간 ‘호전다실’도 인기다. 스무살 때부터 차에 빠져 애호가로 살다 10년 전 이 공간을 만든 박재형 대표는 동양 차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 중국·일본과 다른 한국 차만의 특별한 멋에 대해 설명해준다. “한국 차 문화는 ‘다례(茶禮)’라고 해요. 손님이 방문했을 때 접빈을 하는 예의범절, 불교에서는 수행의 개념이지요. 한국의 차 문화는 고려시대에 흥했어요. 우리 말 중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차 마시고 밥 먹는 것처럼 예사로운 일이라는 말이에요. 조선시대 들어오면서 불교 억압과 함께 꺾였죠.” 미리 예약한 사람만 이용 가능하다.

서촌 인플루언서 이형기씨는 김태윤 셰프가 운영하는 ‘아워플래닛’을 추천한다. 토굴에 사는 흑돼지, 울릉도 사계의 맛을 담은 꿀, 향긋한 섬엉겅퀴 등 한국 토속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가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특별 메뉴도 준비된다.

서촌 ‘사계항’도 제철 식재료를 숯에 구워내는 맛집이다. 옥수수, 연근, 꽈리고추, 표고버섯, 애호박 등을 숯에 구운 ‘야채모듬구이’, ‘단짠가래떡구이’, ‘제철 스페셜 생선 구이’ 등이 대표 메뉴다. ‘서울의 밤’, ‘겨울소주’, ‘화요’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다. 경북 울진에서 만든 고급 소주 ‘아임 파인’, 경북 문경의 사과 브랜디 ‘문경바람오크’ 등은 잔술로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