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1. 지난달 19일 A씨는 남편과 강원도 양양에 신혼여행을 갔다가 대형견에 물리는 사고를 겪었다. 생후 6개월 된 비숑프리제종(種) 반려견과 산책하고 있었는데 길 건너편에서 나타난 보더콜리가 A씨의 반려견에게 달려든 것이다. A씨가 반려견을 품에 안고, 남편이 발길질을 했지만 공격은 계속됐다. A씨는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사건2. B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가족을 향해 달려든 개를 발로 찼다가 치료비를 물 뻔했다. 목줄 없는 소형견이 딸을 향해 짖으며 달려와 개를 발로 걷어찼는데 뒤늦게 나타난 개 주인이 되레 “그냥 말리면 되지 왜 개를 발로 차냐”며 치료비 1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 법적 다툼 끝에 견주로부터 합의금을 받았지만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만약 (딸에게) 입질까지 했으면 죽였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4가구 중 1가구가 개·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만큼이나 동물로 인한 안전 문제 발생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에 목줄을 하지 않거나 주인의 부주의로 사람이나 다른 반려동물이 다치는 사고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반려동물 관련 안내문 뒤로 개를 데리고 산책하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 아이는 안 물어요”

전문가들은 “일부 반려동물 주인의 낮은 안전 의식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반려견을 외부로 데리고 나갈 때 지켜야 할 안전 수칙을 따르지 않거나, 자신의 반려동물에만 신경을 쏟다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1만1152명이다. 교상(동물에 물림) 환자의 70% 이상이 반려견에 의한 사고다. 적지 않은 견주들이 목줄과 입마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에선 한 50대 여성이 몸길이 150㎝의 개에게 목이 물려 사망했다.

특히 ‘우리 개는 착하다’ ‘우리 강아지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일부 견주의 안일한 태도가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개물림 사고에 대한 견주와 개의 처벌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7세 딸이 윗집에서 기르는 풍산개 5마리에게 하반신과 팔 등 12곳을 물려 4시간 수술을 받았다”며 “사고 이후 개를 위탁 시설에 맡기거나 입양 보내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가해 견주는 ‘우리 아이는 원래 착한 개들’이라 하면서 그대로 키우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률상 (사고를 일으킨 개를) 강제 처분할 권한이 없다는 걸 방패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비반려인들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정모(58)씨는 지난해 2월 서울 관악구 골목에서 그레이하운드와 대형견 도베르만을 데리고 산책하던 B씨와 마주쳤다. 정씨는 “왜 개한테 입마개를 안 했느냐”고 따졌더니 B씨는 “목줄만으로 충분하다”고 맞섰다. 언쟁이 계속되자 정씨는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던 가스총을 꺼내 상대를 위협했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다. 최근 KB금융지주 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56.9%가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이웃 세대와 분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갈등 요인은 소음(30.8%), 노상방뇨 및 배설물(10.7%), 냄새(6.9%), 목줄·입마개 미착용(4.3%) 순이었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진행한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선 ‘펫티켓(펫+에티켓) 준수 정도에 대한 설문에 반려동물 가구의 79.5%는 ‘준수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비반려 가구는 28%만 동의했다.

규정 있어도 몰라

지난 2월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반려동물 주인은 생후 3개월이 지난 동물과 외출할 경우 목줄 또는 가슴줄을 하거나 별도 이동 장치를 사용해야 한다. 또 목줄, 가슴줄의 길이는 2m 이내여야 한다. 1회 위반 시 20만원, 2회 30만원, 3회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규정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많다. 직장인 이승원씨는 “지난 주말 올림픽공원에서 산책하다가 한 대형견의 목줄이 3m 정도로 보이길래 ‘위험하지 않으냐’고 했더니 견주가 ‘우리 아이는 사람 안 무는데 참 유난 떤다’며 핀잔을 주더라”며 “아파트 단지에서도 바뀐 목줄 길이 규정을 모르고 길게 늘어뜨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했다. 반면 일부 견주들 사이에선 ‘목줄 길이 제한이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10개월 된 포메라니안을 키우는 박희경(43)씨는 “목줄을 하는 게 중요하지 길이가 사고와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2m가 넘는 목줄도 판매하면서 반려견의 목줄을 제한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했다.

법규 위반을 단속할 인원도 부족하다. 각 지자체는 동물보호 감시원을 의무적으로 둬야 하지만 서울 25개구 등 상당수 지자체가 1명씩만 운영하고 있다. 단속원이 출동해도 견주들이 위반 사실이 없다고 우기면 과태료를 매기기도 어렵다. 동물 행동교정 전문가인 김복택 박사는 “개물림 등 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견주들에게 목줄 길이도 단속의 대상이라는 걸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층견소음’ 제재 방법도 없어

반려 동물이 내는 소음으로 인한 주민 갈등도 커지고 있다. ‘층견(犬)소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층간소음의 주요 원인인 청소기 소리는 60~76데시벨(dB), 피아노 소리는 80~90dB인데, 개 짖는 소리는 이보다 높은 90~100dB에 이른다. 하지만 반려 동물의 소음은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어 법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현행 법은 사람이 내는 소리만 소음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개가 바닥을 치거나 벽을 긁어도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둔촌동 아파트로 이사했다는 김수경(42)씨는 “윗집 주민이 아침에 출근하면 주인 없이 집에 남겨진 개 2마리가 하루 종일 짖어대서 이사 온 지 반년도 안 돼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웃에 반려동물이 사는지 먼저 알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 중랑구 등 일부 지자체는 반려동물 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펫티켓 교육 강좌를 열고 있다. 한 반려동물 업계 관계자는 “영국 등 해외에선 개 짖는 소리도 소음 분쟁 거리로 다룬다”며 “한국도 반려동물 소음 기준을 명확히 해 주민 분쟁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