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란 단체가 있다. 주로 보수 쪽 인사들만 고발하는데, 이 사세행이 지난 6월 16일, 한동훈 장관과 배우자, 그리고 경기도 모 지역아동센터장 등 3명을 직권남용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한 장관의 딸이 경기도 모 지역아동센터에서 실제 하지도 않는 봉사활동을 이미 한 것처럼 확인 서명을 하는 등… 봉사활동 일지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고발의 모태가 된, MBC PD수첩 6월 14일 방영분 ‘공정과 허위-아이비리그와 고교생들’을 봐야 한다. 지난 청문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현재 고교 2학년생인 한 장관의 딸은 경기도의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한 장관 딸이 취약계층 아이들을 상대로 1대1 온라인 강의를 하는 게 그 내용. 보수에게만 선택적 꼼꼼함을 발휘하는 PD수첩은 해당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2022년 봉사 기록을 직접 확인한 모양이다. 거기서 ‘월척’이 나왔다. 제작진이 방문한 날짜가 6월 9일인데, 그 미래 시점인 6월 14일과 21일, 28일은 물론 7월 26일까지의 봉사활동 내역에 한 장관 딸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제작진이 센터 관계자에게 묻는다. “오늘이 6월 9일인데 왜 7월 26일까지 봉사를 한 것으로 돼 있느냐?” 겁에 질린 관계자는 자신은 잘 모른다면서 공문을 통해 답하겠다고 했지만, PD수첩 측에 의하면 끝내 답이 오지 않았단다.
한 장관 딸은 좌파들에게 트라우마다. 조국 전 장관이 딸 문제로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생각한 좌파들은 한 장관 딸에게 이를 갚아주겠다고 벼르고 별렀지만, 그들이 남긴 거라곤 ‘이모’와 ‘한국3M은 영리법인’, 그리고 이수진 의원의 ‘주사’가 전부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조국 딸이 하지도 않은 일로 스펙을 쌓고 표창장을 위조하는 범죄까지 저지른 반면, 한 장관 딸은 진짜로 봉사활동을 한 데다, 아직 고교생이라 그간의 스펙을 입시에 제출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다급해진 좌파들은 ‘성적보다는 스펙을 보겠다’는 수시의 취지를 무시한 채 ‘스펙은 범죄다’를 목놓아 외쳤지만, 이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한동훈은 별탈 없이 법무장관이 됐고, “너무 일을 잘해 짜증이 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장관직을 문제없이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MBC는, 특히 PD수첩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 장관 딸이 봉사활동을 했다는 지역아동센터로 찾아가 봉사 내역을 직접 확인했고, 결국 월척을 낚은 것이다. 신이 난 좌파들은 이 내용을 인터넷에 도배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한 장관 딸을 ‘시간여행자’로 부르며 조롱했다. “타임머신 몰래 개발했답니다” “와, 이건 징역 45년짜리인데요. 검찰 뭐 하나요?”
안타깝게도 좌파들의 환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 놀라운 뉴스가 별반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고민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기울어진 언론 환경 탓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권력이 무서워서? 하지만 언론이 조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위에서 말한 대로 한 장관 딸은 매주 화요일 밤마다 온라인으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영어 강의가 끝나면 지역아동센터가 국가봉사 사이트에 봉사 시간을 입력한다. 입력은 한 장관 딸 이름으로 하는 것. 이를 위해선 당연히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한 장관 딸이 했던 서명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 서명을 위해 매주 한 번씩 경기도의 센터까지 가야 할까? 그보다는 어쩌다 한 번 센터에 갈 때, 한꺼번에 서명을 해버리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그래서 한 달 후인 7월 26일까지 한 장관 딸의 서명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게 잘못된 일인가?
사실 PD수첩이 확인해야 하는 건 따로 있었다. 해당 날짜에 진짜로 강의를 했는지 여부, 방문일이 6월 9일이라면 이틀 전인 6월 7일까지 봉사활동의 증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PD수첩은 그 일을 했을 터. 그런데 이에 대해 말하는 대신 개인정보 제공의 서명을 큰 문제인 양 떠드는 걸 보면, 답은 명확하다. 한 장관 딸은 실제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다른 언론들이 조용했던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표창장 의혹으로 조국 가족이 수사받던 2019년 10월 1일, PD수첩은 ‘장관과 표창장’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동양대 총장이 주는 표창장은 누구나 쉽게 받을 수 있으며, 직원이 임의로 만들기 때문에 양식과 일련번호가 다 제각각이다, 표창장 발급 내용을 일일이 장부에 기록하지 않는다며 조국 딸 조민의 표창장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조민이 봉사를 했다는 2012년 여름, 그를 목격했다는 증인까지 등장시킨다. “(조국 딸이) 원어민 교수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학생들도 데리고 다니면서 이야기도 하고… 한 달 넘게 본 것 같은데.” 심지어 PD수첩은 표창장이 가짜라고 주장한 동양대 총장이 자유한국당 의원과 접촉했다는 얘기까지 집어넣어, 이 모든 것이 공작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까지 했다. 재판에서 확정된 사실이지만, 조민은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받은 표창장은 2013년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 3년 전의 PD수첩은 조국을 옹호하기 위한 편파 방송이었던 셈인데, 그 뒤 PD수첩이 이 건으로 사과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다.
1990년 첫 방송을 한 PD수첩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PD들이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해 탄생했다. 그 이후 PD수첩은 탐사 저널리즘의 상징으로 우리 사회에 정의를 세우는 데 크게 공헌한다. 특히 황우석 신화의 민낯을 드러내 준 2005년 방송분은 PD수첩이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밝혀진 2008년 광우병 보도에서 보듯, 그 뒤 좌파들에게 장악당한 PD수첩은 공영방송의 본분을 잃어버린 채 진영 논리에만 충실했다. 김정숙 여사 옷값, 공무원 월북 조작, 문 전 대통령 딸의 수상한 태국행 등등 문 정권 치하에서도 공영방송의 본분을 다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PD수첩은 한 번도 그 요구에 응한 적이 없다. 이런 PD수첩이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난,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