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26)씨는 최근 소개팅을 주선받았다. 김씨는 주선자에게 외모나 취미보다도 MBTI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며 선호하는 유형을 콕 집어줬다. MBTI는 사람들의 성격을 크게 4가지 범주에 따라 총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성격유형검사. ENFP 유형으로, 외향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해 엉뚱하다는 소리를 듣는 김씨는 “계획적인 사람보단 즉흥적인 사람, 현실적인 사람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을 소개받고 싶다”며 “전 연인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게 일종의 빅데이터처럼 쌓인 결과”라고 했다.
20·30세대가 데이트와 연애에도 MBTI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데이트를 하기에 앞서 상대의 MBTI는 꼭 알아둬야 할 ‘필수 정보’가 됐다. 소개팅 서비스를 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MBTI 기입을 의무화하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특정 유형의 MBTI를 분석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성격별로 ‘꼬시는 법’ ‘연애 사용 설명서’ ‘어필하는 법’ ‘유형별 이상형’ ‘이별을 결심하는 이유’ ‘사랑에 빠졌을 때 하는 행동’ 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MBTI로 상대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믿는다. 대학생 박모(23)씨는 “한 자리밖에 없는 연인이 나와 가장 잘 맞는 성격이길 바라고, 그때 MBTI가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박씨는 “경험상 감정적(F)이고 계획적인 유형(J)의 사람과 연인으로서 궁합이 잘 맞는다”고 했다. 대학원생 박진주(26)씨는 “MBTI로 성격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참고하기 좋다”며 “대략의 인상과 성격을 가늠하고, 대화를 이어나갈 때, 그리고 스몰 토크(small talk) 소재로도 유용한 면이 있다”고 했다.
연애 과정에서 MBTI가 중요한 정보가 되니, 데이팅 앱에서 성격 유형을 기입하는 게 ‘필수 아닌 필수’가 되거나, 일부 서비스는 MBTI 기입을 의무화하기도 한다. 소개팅 앱에서 만든 자체 심리 검사를 해야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급기야 MBTI 유형별로 연애 상황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소개팅 프로그램도 나왔다. 16가지 유형의 인물과 가상 상황에서 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상황마다 튀어나오는 선택지의 답변을 고른다. 답변에 따라 점수가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며 최종 궁합 점수가 나온다. 지난 4월 출시된 해당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이달 3일 기준 65만명이 이용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 MBTI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은 “심리검사는 나와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일 때 의미가 있다”며 “검사 결과를 맹신하거나, 과하게 집착할 경우 타인에 대한 이해를 오히려 가로막을 수 있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26)씨는 “남자 친구를 처음 만나 조사했을 땐 감정적(F) 유형이라고 나왔는데, 시간이 흘러 깊이 알게 되니 생각보다 이성적(T) 유형이라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