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직장인 김승리(26)씨는 최근 5살 아메리칸 숏헤어 ‘토리’, 4살 스코티쉬 폴드 ‘토랑’, 두 반려묘의 보험을 4만5000원씩 내고 들었다. 최근 지인의 반려묘가 병원에 들렀다가 돌연 암 진단을 받은 탓. 김씨는 앞서 키우던 반려묘를 2년 전 심장마비로 떠나보낸 경험도 있다. 김씨는 “반려동물이 갑자기 아프면 수술 비용과 추후 건강 관리로 1000만원 이상이 드는 경우도 많다”며 “반려동물이 잔병치레를 겪다 갑자기 이별한 경험 때문에 보험을 들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 보험을 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가구는 606만으로 4가구 중 1가구꼴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는 895만 마리인 것으로 추산된다.

5살 반려견 푸들 '퐁퐁'(왼쪽)과 4살 반려묘 스코티시폴드 '토랑'의 반려동물 보험증 사진./독자 제공

반려동물 보험을 드는 이유는 “한 가족”이고, “나의 책임을 상기시켜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임예준(31)씨는 “‘멍냥이’와 함께 살며 매달 50만원 정도의 진료비가 나가 차라리 보험을 들었다”고 했다. 임씨의 가족은 5살 먹은 푸들 ‘퐁퐁’, 4살 먹은 렉돌 고양이 ‘오월이’. 임씨는 “퐁퐁이와 오월이는 말은 못 해도 서로 맞춰가고 이해해주며 살아가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반려동물 보험 프로그램들의 보장 질병 범위도 다양해지고, 가입 연령도 늦춰지고 있다. 동물들의 질환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는 것은 7살가량. 사람의 나이로 치면 44~56세에 해당하는 시기로 장년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때다. 과거에는 장년층 개와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 전무했다면 이제 7살 이상 되는 반려동물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생겨났다. 만 10세 고양이, 사람으로 치면 60대인 소위 ‘묘르신’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도 생겼다.

경기 안산시에 사는 직장인 박유화(28)씨는 7살 먹은 코숏종 ‘루루’와 4살 먹은 아메숏종 ‘열무’와 함께 살며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하려고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고 있다. 박씨는 “3년 전 루루가 방광염을 앓아서 보험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당시만 해도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들은 보상 범위에 아예 포함되지 않아 차라리 적금을 드는 게 낫겠다 싶었다”며 “최근에 생기는 보험들은 보상 범위도 넓어지고 수술 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도 늘어나서 가입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반려동물 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도 있다. 동물의료체계를 정비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9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같은 동물에 대한 의료 행위를 두고도 동물 병원들 사이 다른 의학 용어를 쓰기도 한다.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 차이가 나기도 한다. 심준원 반려동물보험연구소 소장 겸 펫핀스 대표는 “동물을 진료할 때도 사람을 진료할 때처럼 진료 과정을 표준화하고 질병 코드 체계 등을 수립하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반려동물판 주민등록인 ‘반려동물 등록제’의 등록 수가 미비한 점도 보험 제도 운용에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2017년만 해도 117만5516마리로 등록됐던 반려동물 수가 2021년인 지난해 278만2811마리까지 늘었지만, 전체 895만 마리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동물의 신원이 확인돼야 보험 체계 정비도 덩달아 이뤄질 수 있다”며 “말소신고제 등 반려동물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