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김연아(32)가 다섯 살 연하인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 겸 팝페라 가수 고우림(27)과의 결혼을 발표하자 한 20대 전문직 남성이 말했다. “부럽다! 고우림!” 배우 공효진(42)이 10세 연하 가수 케빈오(32)와의 결혼을 발표했을 때 한 30대 전문직 여성이 말했다. “이제 공효진은 패션뿐 아니라 결혼에서도 우리의 롤모델이야!”
그렇다면, 국민가수 겸 배우 장나라(41)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는? 아직 상대방이 비연예인으로 신분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 많은 네티즌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왠지 엄청 연하일 것 같다!” 장나라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여섯 살 연하의 촬영 감독과 결혼식을 올렸다.
과거 여자 톱스타들의 결혼 기사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의 첫 질문은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이래?”였다. 지금은 “몇 살이야?”로 바뀌었다. 배우 한혜진이 8세 연하의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한 데 이어, 배우 최지우가 9세 연하의 비연예인 사업가와 결혼했고, 배우 한고은은 네 살 연하 직장인과 결혼하는 등 연상연하 결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연예계뿐만이 아니다. 이미 연상녀와 연하남의 결혼은 뚜렷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연상 아내와 연하 남편의 결혼은 2만8600건으로 남녀 모두 초혼인 결혼(14만9200건)의 19.2%에 달한다. 5쌍 중 1쌍은 연상녀·연하남 부부라는 얘기다.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1990년(8.8%)의 2배가 넘는 수치이자 역대 최대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사상 처음 10만 건대로 떨어지는 등 결혼 자체는 줄고 있지만 연상녀·연하남 혼인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그 첫째 이유는 ‘유교적 가부장제의 극복’이다. 남편으로서 남성에게 바라는 기대치, 아내로서 여성에게 바라는 기대치의 스테레오 타입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애나 결혼에 있어 남녀의 운동장이 평평해졌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도 영향을 끼쳤다. 과거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않을 때는 결혼이 안정된 생활 영위의 수단 중 하나였다. 연예인도 마찬가지.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은 연예계 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상승혼(Hypergamy·승혼)’이었다. 그러나 지금 톱스타급 연예인들 수입은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에 비유된다. 한류 스타로 해외 수입까지 있으면 말할 것도 없다. 과거 상승혼을 한 사람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학습 효과도 작용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요즘 트렌드는 끼리끼리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맘 편하게 사는 ‘동질혼(Homogamy)’”이라고 했다. 이는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한 20대 여성은 “괜히 부잣집에 시집가서 시부모님 아침상이나 차리며 살기 싫다”고 말했다.
둘째 이유는 ‘여성의 외모 관리 능력 향상’이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나이가 들어도 매력적인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선택권이 보다 넓어졌다”며 “군대 등으로 남성의 사회 진출이 또래보다 늦은 상태에서 결혼 비용 증가 등으로 세상 살기 어려워진 남성들에게 예쁘고 능력 좋은 누나는 선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인구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10여 년 전부터 출생률이 점점 낮아지면서 결혼 적령기인 남성들이 연하의 여성 배우자를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아 선호 사상 쇠퇴 등으로 2030년에는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아진다는 점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만남을 더욱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