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관한 책을 김경율 회계사와 공동 집필 중이다. 그에게 제기된 의혹을 정리하는 내용인데, 쓰다가 첫째로 놀란 점은 다음이다.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의혹을 받는 게 가능할까.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이 중 하나라도 연루된 정황이 있었다면 좌파는 후보를 사퇴하라며 총공세를 퍼부었을 테고, 지금 대통령은 다른 사람이 하고 있었으리라. 뭘 잘 모르는 이들은 이 대표에게 제기된 혐의가 모조리 ‘정치 보복’이라 주장하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이거 빼박이구나’란 탄식이 절로 나올 것이다. 게다가 이 의혹들 대부분이 문재인 정권 시절 제기된 것. 당시 친정권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기도 했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봐 대선 이후로 미룬 건도 있으니, 지금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둘째로 놀라운 점은 이재명 대표가 이 모든 의혹을 부인한다는것이다. 연루된 게 확실한 것은 인정할 만도 한데, 이 대표는 죄다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한다. (1)대장동 사건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라며 자신이 설계했다고 하더니, 민간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겨 간 게 드러나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된 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윤석열 게이트로 몰아갔다. (2)백현동 사건에서 공공 기관이 쓰던 땅을 4단계 종상향하는 데 기여한 이는 이재명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인섭. 그는 이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뒤 70억을 챙겼다. 하지만 이 대표는 김인섭과 맺어진 관계를 부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떨어지는 선거 때 선대본부장을 했고, 저는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 (3)성남FC 사건에서 두산건설 등 여러 기업은 후원금을 내고 인·허가나 용도 변경 등의 혜택을 받았다. 대가를 노리고 돈을 주는 건 후원이 아니라 뇌물. 하지만 이 대표는 규정에 따라 광고 영업을 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4)변호사비 대납 사건은 이재명의 변호사비를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의혹이다. 실제 여러 차례 재판을 치르며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음에도 이 대표의 재산은 오히려 늘었으니, 대납을 의심할 만하다.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부지사도 쌍방울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 대표는 쌍방울과 얽힌 인연은 내복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우기고 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가 5급 배모씨에게 황제 의전을 받은 사실마저 부인했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25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는 동안 아내 김혜경씨가 공무원 수행 비서를 둔 것으로 확인됐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 뒤 한 달여 동안 침묵하던 이 대표는 12월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김혜경이 공무원을 수행 비서로 채용한 적이 없다며, 허위 사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썼다. 지역 언론인 클럽에서 “제 아내의 의전용으로 누구를 뽑았다는 것은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제 의전 당사자인 7급 공무원이 녹취 파일과 텔레그램 메시지 등의 증거와 함께 관련 사실을 폭로하자 이재명은 SNS 게시물을 슬그머니 지우고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 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한다. 자신은 너무 바빠서 몰랐다는 취지. 그런데 다른 의혹은 몰라도 여기에 대해서까지 모른다고 하는 건 해도 너무했다. 김혜경씨에 대한 의전이 그가 성남시장을 하던 2010년부터 무려 12년째 이뤄진 일인 데다, 이에 쓴소리를 한 이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1년 성남시의회 이덕수 의원은 김혜경이 시장과 동행하지 않은 채 봉사 활동을 가면서 관용차(체어맨)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훗날 이모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심복인 백종선에게 욕설과 함께 협박을 당한다.
2012년 성남시의회 박완정 의원은 성남시 공무원으로 뽑은 배모씨가 할당된 업무는 안 하고 김혜경씨를 수행하는 일만 한다고 비서실장에게 따진다. “사모님이 가는 데 이 친구가 같이 항상 있었어요. 그러니까 수행하는 것 맞지요? 자꾸 딴소리하십니까?” 그는 행정기획국장에겐 이런 질문도 한다. 배모씨의 주 업무가 외국인 의전이라는데, 성남시가 상근 직원을 외국인 의전에 쓸 정도로 외국인 내방객이 많으냐고. “도대체 이 직원의 주 역할이 뭡니까?” 국장은 답한다. 외국인 의전이 없을 땐 김혜경 의전을 주로 한다고.
비슷한 시기 이 대표의 형 이재선은 녹음된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네 마누라 공무원이냐? 체어맨 타고 다녔고 비서가 있다며?”
걸리면 안 될 게 워낙 많아서 그러는지,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예민한 편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성남시장을 하던 시절 시의회에서 공식적으로만 여러 차례 지적한 사항에 대해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로 선출되고 난 이후에도 배모씨에게 똑같은 일을 시켰다. 배모씨를 5급으로 승진시키고, 그와 같이 김혜경을 모실 7급 공무원을 지원해준 게 성남시 때와 다른 점. 그는 이 사실이 탄로 난 뒤 다음과 같은 변명을 했다. “공관에서 혼자 거주해 사택에서 아내가 배씨의 사적 도움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 “별정직이 아닌 공채로 선발된 공무원으로 아내의 사적 업무를 몇 차례 도왔다고 해서 ‘개인 수행 비서로 뽑았다’고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얘기하자. 지난 8월, 김혜경의 법인 카드 유용 의혹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김모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이 대표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강압 수사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셨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김씨가 대선 경선 기간에 김혜경씨의 운전기사로 월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자 이재명 측은 이게 사실이 아니라며 “배우자 차가 아니라 그 선행 차량을 운전했다”고 말한다. 배우자 전용 차량이 있는 것도 모자라 그 선행 차량까지 있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게다가 김혜경씨에겐 배우자실장이 따로 있었고, 현역 의원인 이해식이 그 일을 담당했다. 이쯤 되면 그 자체로 ‘황제’ 아닌가. 그러니 대표님, 그냥 이렇게 변명하세요. “황제가 황제 의전을 받은 게 뭐가 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