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미신이나 비과학으로 치부하기엔, 징크스는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존재입니다. 이번 월드컵은 생애 마지막 월드컵에서 우승을 노리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대결 탓인지 갖가지 월드컵 징크스가 축구 팬 사이에서 오르내립니다.

메시에게 유리한 징크스는 “당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는 현역 중 월드컵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한다”는 것입니다. 마라도나, 베켄바워, 호나우두, 지단 등이 이 징크스에 해당합니다. 메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했기 때문에 이 징크스대로라면 이번 월드컵에서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참고로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2018 월드컵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이번에 프랑스가 결승에 가면 패할 것이라는 게 이 징크스의 예언입니다. 2018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천재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 역시 이 징크스대로라면 월드컵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겠네요. 월드컵 결승에 가본 적이 없는 호날두에게는 섭섭한 징크스지요.

메시로선 또 하나 반가운 징크스가 있습니다. 2010년 월드컵부터 ‘이번 대회 우승팀은 지난 대회 우승팀에 패한 팀 중에서 나온다’는 징크스입니다. 2018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우승팀 프랑스에 16강에서 져 탈락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8강에서 프랑스를 만났던 우루과이, 4강에서 만났던 벨기에도 설레는 마음이 생기겠죠.

징크스에서 여러모로 불리한 호날두로선 ‘H조 우승’ 징크스에 기대를 걸어야 합니다. 2010년 월드컵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 다 우승팀이 H조에서 나왔는데, 포르투갈이 이번에 H조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따지면 H조에 속한 우루과이는 우승할 수 있는 징크스가 2개가 되네요.

‘우승팀의 저주’를 깨야 하는 프랑스엔 께름칙한 징크스가 또 있습니다. 바로 “최근 발롱도르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는 월드컵을 우승하지 못한다”는 징크스입니다. 최근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와 프랑스의 핵심 공격수인 카림 벤제마입니다.

외국인 감독의 저주도 있습니다. 첫 월드컵부터 지난 2018 월드컵까지 단 한 번도 외국인 감독이 맡은 팀이 월드컵을 차지한 적이 없습니다. 강팀 중 유일하게 스페인 감독을 둔 벨기에 입장에선 섬뜩한 징크스네요.

21일 새벽 1시에 열리는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은 ‘개최국의 축복’ 징크스가 깨질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1930년 첫 월드컵부터 2018 월드컵까지 22번의 개막전에서 개최국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선 또 징크스를 둘러싼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