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고운 만두를 넣은 떡만둣국 한 그릇과 정성껏 부쳐낸 전 한 접시는 설 명절상 안 부럽다. 설 당일에도 문 여는 성북구 '성북동면옥집'의 '사골떡만둣국'(앞)과 '모듬전'. / 박근희 기자

편의점 체인 CU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명절 연휴 기간 도시락 매출 신장률이 꾸준히 증가했다. 명절 연휴 기간 문 닫는 식당이 많으니 도시락이나 밀키트 등 의존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설 당일 영업하는 대형 쇼핑몰이나 푸드 코트 입점 식당을 제외하고 문 여는 맛집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음력 새해 첫날부터 대충 한 끼 때우기엔 아쉬운 법. 설 연휴는 물론 설 당일에도 문 여는 ‘인 서울 맛집’을 몇 곳 찾아봤다.

◇설날 대표 떡국, 떡만둣국

쫄깃한 쌀떡 송송 썰어넣은 떡국과 복주머니처럼 생긴 만두로 끓여낸 떡만둣국은 설 대표 음식. 성북구 ‘성북동면옥집’은 평소에도 줄서는 맛집으로 꼽히는 곳. 모둠전(2만2000원·3만3000원)에 사골떡만둣국(1만2000원)으로 설 한상차림 부럽지않은 기분을 낼 수 있다. 부드러운 쌀떡, 말랑말랑 조랭이떡과 함께 단호박·메밀·백년초 등 천연 재료를 넣어 색을 낸 만두가 들어간다. 왕갈비찜(6만3000원부터)과 왕갈비탕(1만7000원) 등도 있어 온가족 만찬을 즐길 만하다. 설 당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종로구 옥인동의 아담한 식당 ‘안덕’은 직접 빚은 만두로만 끓인 슴슴한 듯 담백한 맛의 만둣국(1만3000원)과 소 사태와 양지 등을 넣고 끓인 만두전골(4만3000원)로 젊은층 사이에서 조용히 입소문나고 있는 집이다. 콩전이나 고추튀김을 곁들여 먹으면 별미다. 설 당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문 열며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다. 설날 문 여는 대신 23~27일은 휴무 예정.

강남구 역삼동 ‘서울집’은 직접 빚은 손만두를 넣은 황해도식 손만둣국(1만1000원)과 소고기 양지에 각종 버섯, 콩나물, 배추 등을 넣고 끓여낸 만두전골(3만3000원부터)이 해장용으로도 인기다. 커다란 만두는 몇 개만 넣어도 전골 냄비를 가득채운다. 여기에 접시만두(1만3000원)를 추가하기도 한다. 도가니수육(5만원)과 녹두전이나 육전은 술안주로도 많이 찾는다. 설을 포함한 주말 및 공휴일은 브레이크타임 없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 연다.

종로구 ‘체부동잔치집’은 따끈따끈한 들깨칼국수(7500원)와 손칼국수·손수제비(6000원)와 함께 쌀떡국, 떡만둣국을 6000원에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는 가성비 맛집이다. 만둣국에 녹두전·굴전을 곁들여먹기 좋다. 별관에서는 돼지갈비 등 고기 위주 메뉴를 선보인다. 36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소울 푸드’ 국밥 한그릇

종로구 돈의동 노포 ‘영춘옥’은 83년 전통의 곰탕, 설렁탕 맛집이다. ‘야인 김두한의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최근 ‘김두한 형님 뼈다귀찜 맛집’으로 소문나며 MZ세대들의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1년 중 설 전날 오후 5시부터 설 당일 오후 5시까지만 문 닫는다. 설 당일 오후 5시부터는 정상 영업해 저녁 식사는 가능하다는 얘기. 영춘옥 주인 차정애(86)씨는 “설 저녁에 단 한 번도 문 닫은 적이 없다 보니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을 닫고 싶어도 못 닫는다”며 웃었다. 요즘 인기라는 뼈다귀찜(4만2000원)은 하루 50그릇만 판매한다. 푹 끓여낸 꼬리곰탕(2만5000원) 한 그릇은 보약 같다. 건더기가 푸짐한 곰탕(1만1000원), 깔끔한 국물 맛의 해장국(1만원)은 비교적 부담없이 먹을 만하다.

80여 년 전통의 곰탕 맛집 '영춘옥'은 1년 중 설 전날 오후 5시부터 설날 당일 오후 5시까지만 문 닫고 24시간 영업을 이어간다. 이가 나간 곰탕 뚝배기들이 이 집의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듯 하다. / 박근희 기자

2023 미쉐린가이드 서울 빕 구르망(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이름을 올린 돼지곰탕 전문 마포구 서교동 ‘옥동식 본점’은 1년 중 1월 1일 신정에만 하루 쉬고 매일 문 연다. 평일엔 브레이크 타임이 있지만, 설 및 공휴일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브레이크타임 없이 운영한다. 메인 메뉴는 단 하나, ‘버크셔k’ 품종의 돼지 앞다리와 뒷다리를 넣어 끓여낸 맑은 돼지곰탕(보통 1만원·특 1만5000원)뿐이다. 여기에 옥동식 김치를 넣어 만든 매콤한 김치만두(5000원)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강남구 '금수복국 압구정점'. 설날 아침에도 '복국 조식'이 가능한 집이다. 요즘 같은 밀복 철에는 생물로 맛을 낸 밀복국을 선보인다. / 박근희 기자

‘금수복국’ 압구정점은 ‘새벽집 청담동점’과 함께 강남권에서 연중무휴 맛집으로 알려졌다. 개점할 때부터 설 당일 영업을 고수해왔다. 복어 전문점이다 보니 음(音)이 같단 이유로 ‘복(福) 먹는 맛집’이라 해 설 아침부터 복국 찾는 이들도 많다고. 요즘은 밀복철이라 생 밀복을 넣은 밀복국(2만8000원부터)을 맛볼 수 있다. 설 연휴 기간엔 직접 가공해 조리하는 밀복·까치복·참복·활복(복국 기준)과 복까스(1만5000원), 밀복을 넣은 철판복불고기(3만7000원) 등 주문 가능하다.

◇집밥 단골 메뉴 찌개 백반도

40년 전통의 중구 북창동 ‘한국관 본점’은 삼겹살(1만5000원)과 김치찌개(9000원)를 24시간 맛볼 수 있는 연중무휴 식당이다.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선 ‘1인 김치찌개를 파는 연중무휴 밥집’으로 유명하다. 김치찌개 외에 부대·참치·꽁치 김치찌개도 있다. “명절에는 느끼한 음식 먹고 속 달래러 오거나 해장하러 오는 이들도 많다”는 게 이곳 직원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