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은폐합니다. 외부로 발설되지 않게 하라. 어떻게 성희롱 발언이, 공식적 회의에 나왔는데 비밀이 될 수 있나요?”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 2022년 5월 9일, 김남국 의원의 이모 교수 발언, 이수진 의원의 취권 추태 등이 세간의 화제가 됐지만, 내 관심을 끈 건 김경율 회계사가 말한 ‘더불어민주당의 조작 3법칙’이었다.
김경율이 언급한 사건은 민주당 온라인 화상 회의 때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최강욱 의원이 카메라를 켜지 않은 김남국에게 “XX이 하느라 그러는 것 아냐?”라고 성희롱을 한 것이다. 처음에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굴던 민주당은 그 자리에 참석한 여성 의원들의 폭로로 사건이 표면화되자 2단계로 넘어간다. “두 번째, 은폐가 실패하면 그때부터 조작을 합니다. 쌍지읒이냐 쌍디귿이냐. 3단계에서는 이를 조사하기 위한 조직들을 무력화시킵니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은 최강욱 의원이 한 말이 동전을 이용한 돈 따먹기 놀이를 지칭하는 ‘짤짤이’라고 우겼고,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당 차원 조사를 지시하자 1만건이 넘는 문자 폭탄을 보냄으로써 이를 무력화하려 했다.
“대장동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느냐 하면, 처음에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 합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여러 언론과 시민 단체의 지적으로 드러나게 되니까 이제부터 조작을 합니다. 대장동의 주범은 윤석열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껄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제지로 김경율은 3단계를 말하지 못했지만, 우린 알고 있다. 당시의 친정권 검사들이 수사를 뭉갰고, 국민의힘이 요구한 특검마저 한사코 거부하지 않았는가. 이재명 당시 후보가 갑자기 특검을 주장한 것은 시기적으로 특검이 불가능해진 대선 직전이었다.
조작하는 데 겨우 3단계만 필요했던 것은 그때가 민주당 집권 시기로 권력을 가졌던 덕분. 하지만 대선에서 패배해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에는 이젠 더 다양하고 그럴듯한 조작이 필요해졌다. 민주당이 잘 쓰는 방법과 그 문제점을 짚어보자.
첫째, 야당 탄압 프레임이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한 다음 말을 보라.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습니다.”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다. 지난 정권의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해서 그렇지, 이 대표가 지금 받고 있는 혐의는 모두 문재인 정권 때 고소·고발이 이루어진 사건 아닌가? 오히려 한동훈 장관의 다음과 같은 반박이 훨씬 설득력 있다. “이 대표 말씀대로라면 만약 자기가 대선에서 이겼으면 권력을 동원해서 사건을 못 하게 뭉갰을 거다, 이런 말처럼 들리거든요. 표를 더 받는다고 있는 죄가 없어지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꼬리 자르기 전략이다. 대장동 사건은 김만배와 유동규 일당이 한 것일 뿐 당시 성남시장으로 결재권자였던 이재명은 아무것도 몰랐다, 백현동 사건은 국토부가 보낸 협박성 공문에 이재명이 굴복한 나머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용도 변경을 해준 것일 뿐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이재명의 측근인 이화영이 알아서 한 것일 뿐 당시 경기도 지사였던 이재명은 아는 바가 없었다는 식이다. 이 경우 이재명은 무능한 인간이 될 테지만, 감방만 안 갈 수 있다면 그깟 바보 되는 게 대수인가.
셋째, 관련자들의 말만 있지 증거가 나온 게 없고, 그 진술도 다 검찰이 조작했다고 우기는 전략이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 증인이 검찰에 불려가면 종전 주장을 번복하고 혐의를 시인하는 이유가 뭘까? 검찰이 상당한 물적 증거를 가지고 있고, 사람은 증거 앞에서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동규는 대장동 일당 중 하나인 남욱이 돈을 건넨 장소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지목했는데, 당시 출입 기록과 CCTV 영상을 검찰이 가지고 있다면 남욱이 계속 거짓말할 수 있을까?
넷째,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를 이용하는 전략이다. 노웅래 사건에서 보듯 체포 동의안을 부결하고, 방탄 국회를 소집하는 것은 기본. 하지만 민주당은 그 이상을 해내고 있다. 이재명을 수사하는 검사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그 예. 법조계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정치권에서 좌표를 찍은 검사실은 온종일 걸려오는 항의 전화로 마비될 것’이란다. 이 밖에도 검찰이 수사에 관한 정보를 언론에 흘리면 엄한 처벌을 하는 법안,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며 수사 중인 검사를 교체할 수 있는 법안 등이 민주당이 만들려는 법안 리스트에 있단다.
다섯째, ‘그래서 김건희는’ 전략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는데 왜 우리만 수사하느냐는 것.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지난 정권 때 충분히 수사했으며, 권오수를 비롯한 조작 주범들은 구속·기소돼 형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 여사는 이들에게 계좌를 맡긴 전주 91명 중 한 명에 불과한데, 이들 중 검찰에 소환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이걸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계속 김 여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국민에게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함이다.
여섯째, 장외투쟁 전략이다. 길거리로 나가 목청을 높이는 행위는 원래 언로가 막힌 약자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었지만, 국회의원 169명에 좌편향된 방송사를 거느린 민주당은 약자로 보이기 위해 거리로 나가 윤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 날도 점점 따뜻해지니, 민주당이 길거리에서 민생 대신 당대표를 챙기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피고인이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에 여전히 눈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지난 2월 6일, 1심 재판부가 조국 교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한 말이다. 본인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죄가 없다고 우겼지만, 조국은 실형을 면하지 못했다. 판사들이 ‘난 무죄’라는 일방적 주장보다 검찰이 내놓은 증거를 더 믿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