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가 바이러스를 잡는 것도 아닌데 왜 처방을 하죠?” “혹시 모를 2차 감염 가능성과 환자 의사를 모조리 무시할 순 없지 않습니까?”

코로나 사태 이후 의사들 사이에서 항생제 처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세균 잡는 항생제를 바이러스 질환인 코로나에 처방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항생제는 세균에 작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대면 진료로는 환자의 증상이 코로나 때문인지, 면역력 저하로 2차 세균 감염이 발생한 탓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최대한 항생제 처방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의원급에서는 코로나 비대면 처방으로 항생제가 과도하게 사용되고, 대형 병원급에서도 코로나 입원 환자가 폭증하면서 항생제 사용이 급증한 상황. 이로 인해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 이른바 ‘다제내성균’이 늘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황색포도상구균(동그란 형태)들이 죽은 백혈구에 붙어있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미 국립보건원

◇코로나 이후 급증한 항생제 내성균

항생제 오·남용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행히 정부의 캠페인과 의료계의 인식 개선으로 항생제 사용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작년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감기 등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35.1%로, 2002년 73.3%에 비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코로나 이후 항생제 사용이 다시 늘어났다”고 말한다. 특히 입원 환자가 많은 대형 병원과 요양병원에서는 항생제 사용과 더불어 항생제 내성균도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생제 내성균은 면역력 약한 고령층이나 영유아가 감염되면 폐렴이나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국제보건기구 등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120만명이 다제내성균으로 사망, 말라리아와 에이즈 연간 사망자를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5세 미만 아동 사망의 약 20%는 항생제 내성균과 연관된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 한상훈 감염내과 교수 등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는 3개의 다제내성균이 코로나 유행 이후 10~47%까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염 관리가 취약한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다제내성균 감염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카바페넴에 내성을 가진 내성균 감염 양성 건수는 2019년 134건에서 2021년 458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도 1717건에서 4514건으로 감염 건수가 크게 늘었다. 한 전문가는 “특히 요양병원에서 항생제가 오·남용되고 있다”며 “애초에 요양병원이 난립하게 놔두고 마치 환자 수용소처럼 운영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2020년 미국 병원 내에서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고 혈액에서 검출되면 치사율이 50%가 넘는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되거나 사망한 사례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미 언론들은 “코로나 초기 항생제가 남발된 영향”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내 병원도 장기간 코로나 대응에만 집중하다 보니 내성균 감염 방지에 소홀해지면서 내성균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환자도 ‘항생제 고집’ 꺾어야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항생제 사용을 더 줄이는 것 외에 마땅한 해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의료진 중에 여전히 항생제 처방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성균은 새로운 항생제로 잡아야 하는데, 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분위기라 제약회사 입장에선 새 항생제를 개발할 유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다가 의료적 책임이나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크다 보니 의사들이 과도하게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며 “항생제를 많이 쓰는 아동병원,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항생제를 먹으면 빨리 낫는다”는 비과학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2019년 질병관리청 조사에서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한 일반인 비율이 40.2%로 여전히 높았다. 한 내과 전문의는 “병원에만 오면 항생제를 주사로 투여해 달라거나 장기간 복용하게 처방해 달라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다음 날 바로 회복되지 않으면 다른 병원에 가서 항생제를 요구하는 ‘의료 쇼핑’ 행태도 보이기 때문에 제도와 인식 개선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