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곱 살 딸과 다섯 살짜리 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수족구로 입안이 헐어 고생하던 딸이 “나는 요즘 충분히 건강하지 않아. 입안이 너무 아파”라고 하자, 둘째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불쌍한 누나. 그래도 누나의 멘털 헬스(Mental health·정신 건강)는 괜찮지?” 아니, 다섯 살짜리가 정신 건강이라니! 웃음이 나와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냐고 물었더니 아이 둘이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지금이 ‘칠드런스 멘털 헬스 위크(Children’s Mental Health Week·어린이 정신 건강을 위한 주간)라고요.

어린이 정신 건강 주간은 어린이를 위한 자선 단체인 ‘Place2Be’가 만들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구축하기 위해 2015년 시작돼 이어지고 있는데요, 일주일 동안 영국 전역의 학교와 모든 어린이, 청소년들이 주제에 맞는 활동, 대화, 학습을 하게 됩니다. 올해 2월 6일부터 12일까지 아이들에게 공유되고 학습된 주제는 ‘레츠 커넥트(Let’s connect)’로 ‘우리 서로 연결하자’였습니다. Place2Be는 이 주제를 발표하면서 “우리 모두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보람 있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둘러앉아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또 그 사람과 어떻게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각자가 경험한 누군가와 ‘연결된 느낌’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어린이 정신 건강 주간'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런던의 '세인트존스 CE 초등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연결'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켄싱턴 궁전

이 주간에는 영국 전역에서 TV, 영화, 라디오 및 스포츠 분야의 다양한 어른들과 스타들이 연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영국의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인 BAFTA에서는 ‘Let’s connect’ 시리즈를 만들어 더멋 올리리, 클라라 앰포, 빅 주 같은 스타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해 보여주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등 프리미어리그 축구 팀과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인 해리 케인 역시도 연결에 대한 팁과 조언을 홍보하는 게시글을 일주일 내내 공유했지요. 우리에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으로 알려진 캐서린 웨일스 공주는 Place2Be의 왕실 후원자로서 직접 초등학교를 찾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어린이들 위한 캠페인인 ‘셰이핑 어스(Shaping Us)’를 이끌고 있는 그녀는 어린이들의 초기 경험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에 우리의 뇌는 놀라운 속도로 발달합니다. 그 어린 나이에 우리의 경험, 관계 및 환경이 우리의 남은 삶을 형성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아동 정신 건강을 “발달 및 정서적 이정표에 도달하고 건강한 사회적 기술과 문제가 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 10~20%가 정신 장애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청소년정신과 위원회(FCAP) 위원장인 발사 이펜 교수는 이른 시기에 이뤄지는 적절한 정신과적 개입은 어린이에게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신 건강 문제의 약 절반은 10 대 중반에 시작되지만 치료는 대부분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웰빙을 증진하려면 어린 시절과 청소년 전반에 걸쳐 회복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스코틀랜드의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어린이는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크며, 나중에 그들은 자신의 자녀를 포함해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사회가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2018년부터입니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대한 연례 국가 보고서를 발행하기로 약속했고, 이듬해 교육부에서 첫 번째 국가 보고서를 발표했지요. 이 보고서를 통해 미래의 연구가 아동의 삶의 맥락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영국 사회는 학교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회복력과 정서적 웰빙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최근 아이들의 웰빙과 관련해서 미국에서 실시하는 인기 있는 시스템 중 하나는 PBIS(Positive Behavioral Interventions and Supports), 즉 긍정적인 행동 중재 및 지원이라고 합니다. 긍정적인 목표를 세우고 서로를 도와 공동으로 목표한 것을 이루어내는 이 모델이 구현되려면, 학생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이를 위해 ‘올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모든 학부모와 학교의 선생님, 행정부는 물론 아이들이 오다가다 마주치는 교직원, 스쿨버스의 운전사까지 그 기대치를 함께 정의하고 공유하며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한 아이가 어른으로 잘 성장하려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아프리카의 속담 말입니다. 마을이 하나가 되어 키워내는 한 명의 아이는 그 마을의 모습과 어른들의 반응을 흡수하며 자라나겠지요. 우리 마을은, 우리 공동체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나요. 여러분은 오늘 마주친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알려 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