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함으로써 경찰만이 수사 주체가 되게 하는 법안, 이른바 검수완박법에 앞장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민주당 강경파인 처럼회였다. 당시 민주당은 이를 통과시킬 의지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검찰은 대통령 말을 아주 잘 듣는 ‘착한’ 사람들이었고, 민주당은 자신들이 향후 20년간 정권을 잡을 거라 자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민주당은 갑자기 이 법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뻔했기에, 민주당은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등등 민주주의 원칙을 다 무너뜨린 채 취임 전 법안 통과에 매달렸다. 새 대통령 취임을 일주일 앞둔 5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이 나라는 웬만한 범죄는 경찰이 다 수사하는 나라가 된다.
문제는 경찰의 수사 능력이 검찰보다 떨어진다는 것.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말한다.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던 예전과 달리, 경찰이 수사하게 되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경찰은 사안이 있으면 어떻게 수사해야 하는지, 쟁점이 뭔지 법을 모른다. 불송치하면 경찰이 어떻게 수사했는지 알 수가 없다.” 민주당이 이 법안을 만든 이유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내 범죄 혐의자들을 지키기 위함이지만, 여기엔 다른 목표도 있다. 감방에 들어가야 할 범죄자들이 거리를 활보함으로써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 말이다. 그래야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고, 조기 퇴진을 외칠 수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현 정권의 조폭 수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의원의 말을 보라. “검찰이 깡패까지 잡겠다며 설쳐대는 나라” “5년 사이에 (마약이) 불과 5배 늘어난 수준이다. 마약과 전쟁을 선포할 수준은 아니다.” 이게 황당했는지 한동훈 법무장관은 다음같이 푸념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깡패와 마약 수사를 이렇게 기를 쓰고 못하게 하는지, 저는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좌파가 이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다는 게 목표임을 안다면, 저 발언은 금방 이해된다.
증거는 검수완박뿐만이 아니다. ‘노란봉투법’을 보자. 노동자들이 불법 파업을 꺼리는 이유는 그 기간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는 물론이고 회사 시설과 기물을 파괴하더라도 면죄부를 준다. 나라 전체가 시위로 뒤덮이고, 대우조선 하청 노조의 독(dock) 점거, 화물연대의 출고 방해 같은 일이 일상이 돼버린다는 얘기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다음이다. 노란봉투법은 민노총에서 오래전부터 요구한 것.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압도적 다수였던 민주당은 이 법안을 통과시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나라 전체가 파업으로 뒤덮이는 게 정권 차원에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치하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생큐다. 그래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요구한 공개 토론을 거부하고, 안건조정위원회마저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윤 대통령을 쫓아낼 수만 있다면 나라가 망해도 좋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행동은 가능하지 않다.
다음으로 방송법 개정안이 있다. 공영방송 사장을 좌파 시민 단체가 뽑겠다는 내용으로, 이것 역시 민노총 언론노조가 진작부터 요구한 법안이지만 문재인 정권 때는 통과시킬 마음이 없었다. 원래 공영방송 사장은 집권당에서 임명하다시피 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좌파는 부랴부랴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애쓰고 있는데, 민주당이 작년에 정기국회를 열면서 곧 죽어도 과방위, 즉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장을 자기들이 가져가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 법안 때문이었다. 이 법안이 무서운 점은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든, 민노총 입맛에 맞는 이가 공영방송 사장이 된다는 사실이다. 조국 표창장은 옹호하고, 미국 SAT 점수가 거의 만점에 가까운 나경원 전 의원의 아들은 3탄까지 다루고, 김정숙 옷값 의혹과 김혜경 법카 의혹 대신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만 시리즈로 다루는 지금의 MBC가 영원히 계속된다는 얘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매일같이 공영방송이 이런 식의 선전 선동을 해댄다면 윤석열 정부도 힘을 잃게 마련이고, 나라는 어지러워진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법사위 의결을 건너뛰고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을 보자. 간호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행 의료법에 규정된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간호사의 업무를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꾼 것이다. 의사들이 간호사에게 진료권을 부여하는 게 아니냐며 의심할 만하다. 의사들의 반발로 해당 문구를 수정했지만, ‘법안 통과 후 개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의사 단체와 간호 조무사 등등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전면 파업을 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데, 문재인 정권 내내 관심이 없던 이 법안을 갑자기 단독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속내는 너무 뻔하다. 파업으로 사회가 혼란해지고, 그 혼란이 민주당에 이득이 되니 말이다.
좌파가 윤석열 탄핵 얘기를 처음 한 것은 놀랍게도 취임하기 전인 2022년 3월이었다. 그때부터 1년이 지난 지금, 그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일반 좌파야 그럴 수 있다 쳐도, 그 집회에 입법권자인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고 있다는 건 문제다. 궁금해진다. 탄핵은 헌법과 법률을 심각하게 위반해야 가능할진대, 윤 대통령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민주당 원내대표라는 박홍근의 말이다. “살기 위해 매일 포기를 거듭해야 하는 ‘눈 떠보니 후진국’, 바로 윤석열 정부 9개월의 총평”이라고. “민생·경제 참사, 외교 참사, 안보 참사, 안전 참사, 인사 참사까지 윤석열 정부의 ‘5대 참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무능과 무책임을 오만한 통치로 돌파하려 한다는 점”이라며 “위기의 대한민국의 문제는 윤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호소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절대 방심하지 말자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 우리가 지켜내자고. 대통령을 쫓아내려고 눈이 벌게진 이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