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건축 스타트업 아이콘이 달 표면에 우주 기지를 건설하는 모습을 나타낸 상상도. 이 업체는 3D(입체) 프린터를 활용해 달에 건축물을 지을 계획이다. /NASA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선 거꾸로 짓는 건물이 등장했다. ‘익스체인지 타워’라는 이름이 붙은 이 16층짜리 건물은 1층부터 쌓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상에서 각 층을 먼저 완성하고 통째로 들어 올려 꼭대기 층부터 쌓아 내려오는 방식으로 지었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 위에서 거꾸로 내려오는 신기한 공법으로 안전성과 비용 효율을 높이고, 공사 기간은 최장 절반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혁신적 건물 공사 방식은 지구 밖 달, 화성 등의 식민지 건설을 꿈꾸는 인류에게 ‘우주 시대’의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존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 외부의 위협을 피해 인간의 몸을 지키는 ‘은신처’ 역할이라면, 우주 건축은 지구와 다른 중력 환경, 극한의 온도 변화, 고강도 방사선을 고려하여 내구성과 신뢰성이 높은 구조물을 디자인하고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가져올 수 있는 자원과 기술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물이나 플라스틱, 심지어 쓰레기나 배설물까지 재활용하거나, 달과 화성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외부 위협에 대응하고 자원 활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하 공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달과 화성 표면의 어느 깊이 아래에서는 온도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며 운석이나 우주 방사선 같은 물리적 위험도 막을 수 있다. 특히 달과 화성에는 과거 화산 활동에 따른 동굴이 여럿 있는데, 이런 지형을 잘 활용하면 건설에 필요한 자재를 최대한 아낄 수 있다.

그 다음은 건축물의 외벽과 지붕에 쓸 벽돌이나 큰크리트를 만들 원자재를 탐색해야 한다. 그동안 달, 화성 탐사와 연구를 통해 달·화성의 토양을 건축용 골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달의 토양에는 산소, 실리콘, 철, 칼슘, 알루미늄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화성 토양은 달과 비슷하지만 산화철이 더 많다. 달의 극지방과 화성에 얼음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여기서 추출한 물을 이용해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물의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와 같은 기기로 토양을 구워 단단한 벽돌을 만들거나 물 대신 황을 결합제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건축 골재를 만든 이후에는 위로 쌓는 작업이 필요하다. 달과 화성의 현지 자원을 활용하는 범용 건설 기술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은 바로 3D(입체) 프린팅 기술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고장난 부품을 신속하게 제작하는 데 활용하는데 이제 우주 건설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아르테미스’ 달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12월 3D 프린터로 현지 자원을 활용해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기업 ‘아이콘’(ICON)에 2028년까지 약 5720만달러(약 74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달과 화성의 토양을 이용하는 3D 프린팅 건설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로봇과 자동 건설 시스템 개발이 필수다. 행성 표면이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인간이 직접 건설할 수 없는 데다 지구에서 원격으로 로봇을 조정하더라도 거리에 따른 통신 지연으로 실시간 명령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동화된 지능형 건설 군집 로봇이 현지에서 스스로 골재를 채취하고, 3D 프린터는 환경 변화에 맞춰 건축물 설계를 변경하는 등 스스로 건설 현장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 건설은 극한 환경, 방사선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과학기술의 미래 도전 영역이다. 지구 밖 식민지를 개척하는 인류 공동체가 편안하게 생활하는 데 필요한 침실, 식당, 화장실, 통신실, 체육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온실 등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해 사회학, 심리학, 생리학 등 다양한 관점도 고려해야 하는 종합 학문의 성격도 있다.

우주 건설을 통해 지구의 건설 방식에 발전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과 화성에서 인간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자원 재활용 건설 기술이 결국 지구상의 건축 폐기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성에 서식지를 건설하는 방법을 배우면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 건물을 짓는 노하우도 얻을 수 있다. 3D 프린팅 건설 기술과 인공지능 로봇 기술은 건축의 에너지 사용과 비용 절감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난 2020년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 온 인공물의 총질량이 전 세계 생물의 총질량인 약 1조1000억톤을 넘어섰다. 인공물을 구성하는 성분 가운데 약 45%가 모래, 자갈 같은 골재와 콘크리트다. 건설이 인류 문명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우주 건설은 인류 문명의 지구 밖 확장을 넘어 지구라는 인류 서식지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