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하경
Q: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 맥북프로 던짐 사건에 대해 알려줘.

A: 세종대왕의 맥북프로 던짐 사건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15세기 세종대왕이 새로 개발한 훈민정음(한글)의 초고를 작성하던 중 문서 작성 중단에 대해 담당자에게 분노해 맥북프로와 함께 그를 방으로 던진 사건입니다.

아무런 연관이 없는 대상을 조합한 질문, 여기에 진지하지만 실소를 자아내는 답변을 한 주인공은 ‘챗GPT’다. 세계 최대 AI 연구소 ‘오픈AI’에서 출시해 미국에서는 의사·변호사·경영대학원(MBA) 시험도 통과한 그야말로 고성능 AI. 그런 챗GPT에서 엉뚱한 답변을 받아내고 공유하는 놀이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예컨대 “조선 중기 티타늄 전차에 대해 알려줘” “대동여지도 연금술사들의 폭동에 대해 자세히 알려줘” “거북선의 라이트닝 볼트 발사 메커니즘을 설명해줘” 같은 질문을 던지고, 챗GPT의 답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식이다.

◇알파고 후 7년…일상의 동반자 된 AI

2016년 AI 시대의 개막을 알린 바둑AI ‘알파고’부터 챗봇 이루다까지 뛰어난 인공지능을 경험한 MZ세대에게 AI는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 이들은 챗GPT와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챗GPT 활용 업무 효율화 가이드’ 등을 공유하며 똑똑한 AI와 공생하는 법을 익힌다. 간단한 이메일, 보고서, 자기소개서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내가 써야 할 반성문을 A4 용지 한 쪽 분량으로 써줘’ 같은 부탁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엔 AI가 작성한 720자 분량의 시말서가 화제다. AI는 “회사의 정책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운을 띄우곤, 발생한 사건 내용과 잘못한 점을 적은 뒤 “이번 일로 인하여 회사와 동료들에게 심려를 끼쳤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로 마무리했다. 유려하게 작성한 시말서를 보고 ‘모범적 시말서 사례’라는 호평부터 ‘반성도 AI가 대신해 주는 시대’라는 씁쓸한 반응까지 두루 나왔다.

개발자 이건희(31)씨는 챗GPT와 한글로 끝말잇기를 하다 엉터리로 게임이 이어지는 영상을 유튜브 채널 ‘코딩하는 거니’에 공유했다. 이씨가 ‘불놀이’라고 하자 챗GPT는 ‘이모닝코피’라고 했고, 다시 ‘피카츄’라고 잇자 AI는 ‘축구’로 이어갔다. 이번엔 이씨가 세상에 없는 ‘구듐’이란 단어를 제시하자 AI가 ‘듐새’라고 이어갔다. 이씨가 ‘존재하는 단어가 맞느냐’고 추궁하자, 챗GPT는 곧바로 공손히 사과했다. 이씨는 “프로그래밍이나 코딩과 같은 내 업무의 많은 영역이 대체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들지만, 동시에 AI를 잘 활용해 오히려 ‘무기’로 활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유튜브 영상 주제를 챗GPT에 물어보거나, GPT가 문답 외에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지 시도해보다가 간단한 게임도 해보게 됐다”고 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고혁진(26)씨는 취미로 추리소설을 쓸 때 챗GPT를 활용한다. “추리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속임수나 범죄 기법을 물어봤을 때 AI가 답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식상하고 진부한 것일 테니, 그런 내용을 제외해 가면서 소설을 구상한다”고 했다.

챗GPT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AI 의 실수와 오류서 위로받는다

똑똑한 AI는 왜 엉뚱한 답변을 할까. 전문가들은 이를 ‘헐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챗GPT의 한국어 데이터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챗봇들의 고질병”이라며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이 가진 특징이, 단어를 인식하면 그 단어와 연관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통계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단어들을 조합해 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가지고 있는 데이터 중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비선형 최적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인공지능은 필연적으로 오류를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AI가 인간 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는 이때, 만능 AI의 오류를 발견하는 데서 젊은 세대가 희열과 위안을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챗GPT가 엉뚱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고안해 던지고, 연관 없는 단어들이 그럴싸하게 엮인 것을 보며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대학생 고씨는 “흡사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에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단어들을 무작위로 뽑아내서 엮은 것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광고 업계에서 일하는 이모(29)씨는 “챗GPT의 헛도는 문답을 보면 AI 만능주의를 비웃게 된다”며 “사람들의 언어 습관과 비언어적 뉘앙스, 광고주와 얽힌 관계, 경쟁사 전략까지 죄다 신경 써야 하는 게 내 업무인데, AI는 넘볼 수 없는 사람만의 몫이 반드시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