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연예술학교, 한림예술고등학교 홈페이지 등 왼쪽 윗줄부터 올해 서울공연예고에 입학한 가수 정동원과 졸업생인 아이브 장원영, 방탄소년단 정국. 아랫줄 있지의 유나와 뉴진스의 민지, 아스트로의 차은우는 한림예고를 졸업했다.

지난 2일 서울 구로구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이하 서공예) 정문 앞에는 포토라인이 설치됐다. 기자들은 교무실을 방문해 취재증을 받았고, 팬들은 포토라인 뒤로 플래카드를 들고 섰다. 이날은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 정동원이 처음 등교하는 날이었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 한림예고 앞에도 취재진이 가득했다.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받은 걸그룹 아이브의 막내 이서가 처음 등교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서의 입학 소감은 ‘한림TV’에 업로드됐다. 그는 “신나고 재미있을 고등학교 생활이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학을 잘 보내는 명문고가 있다면, K팝 스타를 길러내는 명문고도 있다. 아이돌 사관학교 서공예와 한림예고다. 각각 2008년과 2009년 개교한 두 학교는 독창적인 커리큘럼과 교육 방식으로 수업과 방송 활동을 병행하도록 권장하며 K팝 스타를 양성하고 있다.

◇카이, 수지, 혜리의 ‘서공예’

지난달 28일 정동원의 소속사 쇼플레이는 공식 팬카페를 통해 이같이 공지했다. “서공예 입학식은 식장 및 학교 내부 출입이 불가능하며, 왕자님 호칭과 연두색(정동원 상징색) 의복 착용은 금지된다.”

왜 이리 야단이냐 싶겠지만, 서공예의 입학식과 졸업식은 외부인 출입을 막지 않으면 진행할 수가 없다. 방탄소년단의 정국, 아이브의 장원영 같은 스타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예외는 멤버들. 2017년 정국의 졸업식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의 등장에 졸업식에는 의전팀에 경호팀까지 총동원됐다.

서공예 전신은 1966년 설립된 정희고등공민학교다. 중학 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에게 직업 교육을 제공하던 이 학교는 2008년 예술고로 승인을 받고 이듬해 첫 입학생을 받으면서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회 졸업생이 엑소 카이, 2회 졸업생이 미쓰에이 수지다. 특히 2회는 레드벨벳 슬기, 걸스데이 혜리, 에이핑크 손나은, 카라 허영지, 에프엑스 설리부터 엑소 세훈, 세븐틴의 도겸과 원우, 에스쿱스까지 모두 포진한 ‘전설의 94라인’으로 불린다.

서공예의 특징은 맞춤형 커리큘럼이다. 전공은 연극영화과, 실용음악과, 실용무용과, 무대미술과 등 4개. 방송 활동을 권장하고, 수업이나 실습도 이에 맞춰 진행된다. 연극영화과의 현장 체험 학습이 부산국제영화제로 2박 3일 떠나는 식이다. 전국의 재능 있는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자체 팀도 만들어진다. 2021년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댄스 걸즈 파이터’에서 우승한 ‘턴즈’는 서공예 11, 12기 학생들이 모여 만들었다.

아이돌 멤버들이 서공예에 함께 진학하는 경우도 많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선생님과 상담하기도 수월하고, 일정 맞춰 픽업 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경쟁률도 높다. 올해 실용무용과 경쟁률은 19.74대1, 정동원이 입학한 실용음악과의 경쟁률은 6.35대1이었다. 연기학원이나 댄스학원 등은 서공예에 입학할 경우 축하 현수막도 붙인다.

노란색 교복은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작품이다. 이 교복을 구하려는 팬들이 부지기수다. 예쁜 교복으로 항상 순위 안에 들지만, ‘카레’라고 놀려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단다.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겨자고’라고 불린다. 적갈색 학교 건물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했다.

◇육성재, 송민호, 차은우 배출한 ‘한림예고’

서공예의 경쟁자, 한림예고의 가장 큰 장점은 지리적 위치다. 한림예고의 전신은 1986년 문을 연 한림여상으로 2009년 예술고로 인가했다. 1기 샤이니 태민을 시작으로, 비투비 육성재, 아스트로 차은우, 르세라핌 김채원, 뉴진스 민지 등이 졸업했다. 위너의 송민호와 블락비의 피오가 우정을 쌓으며 가수의 꿈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JYP 엔터테인먼트가 가까운 거리에 있어 트와이스의 다현, 채영, 쯔위, 있지의 류진, 채령, 유나 등도 이 학교를 나왔다. 3319번 버스가 한림예고에서 JYP 본사까지 한 번에 가, 이 버스를 타면 한림예고 다니는 JYP 소속 연예인과 연습생들을 자주 만난다고 한다.

전공은 연예과, 뮤지컬과, 실용무용과, 실용음악과, 패션모델과, 영상제작과 등 6개. 교훈은 “꿈, 깡, 끼, 꼴, 꾀, 꾼”이다.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재학생들의 방송 활동을 적극 홍보한다. 뮤지컬과 학생들이 송파구청 3·1절 기념식에서 안중근 의사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을 공연한 것은 큰 화제가 됐다.

두 학교 모두 대학 진학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서공예의 장원영(아이브)도, 한림예고의 민지(뉴진스)도 수능을 치지 않았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이미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