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선동 '아삐에디'의 노르마 파스타(앞)와 봉골레 파스타./조혜원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모아놓은 돈이 많지도 않았던 부부가 둘 다 회사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다행히 부부는 굶어 죽지 않았다. 부부의 일상을 남편 편성준(57)씨가 맛깔나는 글로 풀어낸 에세이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됐다.

이번엔 아내 윤혜자(53)씨가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몽스북)를 펴냈다. 2021년 10월 1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 일 년간 자신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었는지 기록했다. 대개는 그가 차려서 남편과 함께 먹은 부부의 식사 일기다. 윤씨는 “구매한 식재료가 어떤 경로로 내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조리하였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라며 “기록해두지 않으면 매번 조리법이 조금씩 바뀌니, 기억하기 위해 썼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하루 두 끼를 먹어요. 오전 11시에 첫 끼니를 먹고, 대여섯 시경에 저녁을 먹죠. 한 끼는 반드시 지어 먹고 다른 한 끼는 외식을 하는데 주로 동네를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집에서 먹지요. “ ‘놀고 먹는’ 부부가 즐겨 찾는 단골집 4곳을 소개받았다.

아뻬에디: 백반처럼 먹는 이탈리아 파스타

“‘파스타의 교과서’ 같은 집이에요. 계세언 요리사는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식재료로 단순하게 이탈리아 파스타를 요리합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인데요, 계 요리사는 ‘파스타는 우리의 백반 같은 것이고, 동네에서 소박하게 음식점을 하는 자신이 제시한 가격이 적정하다’고 말합니다.”

‘아 피에디(a piedi)’는 ‘걸어서’라는 뜻의 이탈리아 말. ‘걸어서 찾아가 먹을 수 있는 동네 식당’이란 이름이 계 요리사의 지향점을 반영한다. 국내 한 재보험사에서 이탈리아를 담당하다가 이탈리아 음식에 매력을 느꼈고, 피에몬테에 있는 ICIF 요리학교로 유학 다녀와 요리사가 됐다. 파스타 가격이 8000~1만4000원으로, ‘이렇게 팔아도 망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저렴하다. 계 요리사는 “사람 쓰지 않고 혼자서 다 하기 때문에 괜찮다”며 웃었다. 파스타 9종, 리소토 2종뿐이라 윤혜자씨처럼 자주 찾는 단골들이 질리지 않게 매주 새로운 파스타를 하나씩 선보인다. 이번 주는 ‘시칠리아 시라쿠사(Siracusa)식 스파게티’다.

알리오 올리오 8000원, 봉골레 1만4000원, 노르마 1만2000원.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10길 26 1층, 010-2440-5069

뱃고동낙지쭈꾸미: 직접 만드는 김치와 반찬

“직접 담근 김치를 내주는 음식점에 점수를 후하게 주는데, 이곳은 그때그때 적절한 채소로 사장님이 담근 김치를 내줘요. 특히 달걀을 좋아한다면 마음에 드실 거예요. 반찬으로 나오는 달걀장조림과 달걀국이 아주 좋아요. 격주로 진행하는 책 쓰기 워크숍 수업을 마치면 술 한잔 생각이 나는데, 이때 찾아가 주꾸미볶음에 소주 한 잔 마시는 게 우리 부부의 리추얼 중 하나입니다.”

성북동·삼선동 토박이들이 주로 찾는 ‘찐’ 동네 맛집. 달걀국에는 몽글몽글 구름처럼 부드럽게 익은 달걀이 잔뜩 든 독특한 스타일이다. 파래 등 해조류와 함께 새콤하게 무친 무생채, 어묵볶음 등 밑반찬이 가짓수가 많진 않지만 맛있고 늘 바뀐다. 강된장을 연상케 하는 쌈장도 독특하다.

주꾸미볶음·주꾸미삼겹살 각 1만2000원, 산낙지 연포탕 3만·6만원, 달걀찜 5000원.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11길 16, (02)766-9355

어라우즈: 내추럴 와인과 타파스 오마카세

“좋은 와인과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찾는 집이에요. 내추럴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타파스를 내지요. 저는 페스코테리언(육류·가금류를 먹지 않고 생선부터 먹는 채식주의자)인데요, 방문 전 연락하면 육류가 들어간 타파스를 제가 먹을 수 있는 걸로 대체해줘요. 와인 리스트가 잘 갖춰져 있고 음식 가격도 합리적이면서 분위기도 좋아요.”

와인을 고르면 와인에 맞는 안줏거리 4~5가지를 내주는 ‘타파스 오마카세’로 운영된다. 계절에 따라 음식과 와인 리스트가 바뀐다. 콜키지 불가.

타파스 오마카세 5만원. 서울 중구 다산로 32 상가6동 103-1호, (0507)1467-7507

카카오봄:초콜릿이 원래 이런 맛이었나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카카오봄의 핫초코와 초콜릿은 좋아합니다. 달다기보다 부드럽고 진한 느낌이라서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이곳 핫초코가 무척 생각나요. 그럴 땐 지하철 타고 삼각지역까지 가죠. 매장에 손님이 많으면 핫초코를 테이크아웃으로 사서 마십니다. 특별한 분에겐 이곳 초콜릿을 선물합니다. 단걸 좋아하지 않는다던 분들도 이곳 초콜릿은 좋아해요. 시간도 되고 좌석 여유도 있을 땐 융드립 커피와 벨기에식 와플을 먹으면 금상첨화지요.”

한국 1세대 쇼콜라티에(초콜릿 장인)로 꼽히는 고영주씨가 운영하는 초콜릿 전문점. 벨기에에서 배워온 대로 매장 작업장에서 손수 만든다. 식물성 유지나 합성 착향료를 쓰지 않아 먹고 나도 입안에 느끼하거나 기름진 느낌이 남지 않고 산뜻하다.

오리지널·마일드 카카오(핫초코) 각 6500원, 융드립 커피 6000원, 클래식 와플 1만2500원.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길 45-11 1층, (010)7103-4662

윤혜자·편성준 부부(오른쪽)와 윤혜자씨가 쓴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몽스북·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