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살다 한국에 잠시 온 주부가 다이소에 갔다가 40만원 넘게 쇼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부분 상품이 1000~2000원이고 비싸봐야 5000원 정도인 다이소에서 그렇게 많은 돈을 쓰려면 두 손 가득 장바구니를 채워도 모자랐을 것이다.

일러스트=비비테

미국이나 캐나다에도 이런 가게가 있는데 통칭해서 ‘달러숍’이라고 한다. 1달러짜리 물건이 많다는 뜻이다. 캐나다 달러숍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달라라마(Dollarama)’다. 이 달러숍이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 Lama)보다 더 유명하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확실히 외국 달러숍보다 다이소 물건 품질이 더 좋다. 다이소에 가면 이게 1000원밖에 안 하나 하는 물건이 많은데 외국 달러숍에 가면 뭐 이런 걸 1달러나 받나 하는 물건들이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외국 달러숍은 분위기가 약간 우중충하고 싼 물건 찾아 온 사람들이 많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다이소는 조명도 밝고 여러 가지 상품 구경하러 온 젊은 손님들이 많다.

주말에 강원도 홍천에 놀러 갔다가 읍내 다이소에 간 적이 있다. 따로 주차장을 둔 2층짜리 단독 건물을 쓰고 있었는데 손님이 웬만한 대형마트만큼 많았다. 홍천 사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읍내에 복합 쇼핑몰이 없어서 10~20대들이 다이소를 일종의 백화점처럼 생각하고 재미로 들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 명동에 1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다이소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라는 기사를 읽었다. 5000원 이하 상품들로 12개 층을 가득 채웠다면 정말 가볼 만할 것 같기도 하다. 이 점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초코 과자라는 점이 특이했다. 명동 근처에 대형 마트는 없고 편의점보다는 저렴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작년 다이소 전체 매장에서 판매 1위 상품은 물티슈라고 한다. 키친타월과 건전지가 그 뒤를 이었다. 품질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값이 싼 상품들이다. 내가 항상 다이소에서 사는 물건은 커피 필터다. 100장에 1500원으로 매우 싸고도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 그것도 작년인가 1000원에서 무려 50% 인상된 가격이다.

값이 싼 만큼 품질이 안 좋은 상품들도 있다. 남은 식재료를 담는 용도의 비닐봉투는 싼 만큼 얇아서 잘 찢어진다. 꿀은 스테인리스 숟가락을 쓰면 안 된다고 해서 1000원짜리 나무 티스푼을 산 적이 있다. 포장지에서 꺼내 수세미로 씻으려는 순간 뚝 하고 부러졌다. 오래 두고 쓸 물건은 너무 싼 걸 사면 안 된다는 살림의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