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6월 11일, 국내 한 중앙 일간지에 ‘한국의 과학도 세계 무대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산에 사는 20세 오석근이 NASA(미 항공우주국) 소속 베른헤르 폰 브라운 박사의 초청을 받아 1963년부터 함께 로켓 연구를 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우주개발을 이끌던 폰 브라운 박사와 오군의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폰 브라운 박사가 누구인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서 세계 최초의 로켓 미사일 V-2를 개발한 ‘로켓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기사에 따르면 오군은 동래고 1학년 재학 당시부터 독학으로 로켓 연구를 시작해 3학년 때 길이 2.1m, 지름 32.5㎝, 무게 225㎏ 짜리 2단 액체 로켓을 제작하여 발사에 성공하였다. 오군은 그간의 연구 결과인 설계도 3000여 장과 논문 16편을 NASA의 브라운 박사에게 보냈는데, 이를 검토한 브라운 박사가 격찬하며 자신의 후계자로 삼아 함께 연구하고자 초청장을 보냈다고 한다. 당시 언론은 후속 보도를 통해 오군의 이야기를 ‘한국전쟁의 상흔을 달래 줄 한국 과학의 쾌거’라며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수개월간 서울과 부산 각 신문에 보도된 이 같은 보도 내용은 오군이 스스로 꾸민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1961년 11월 2일 자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우주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오군이 브라운 박사에게 큰 기대 없이 편지를 보냈는데 뜻밖에 격려 답장을 받았다. 엉뚱한 영웅심에 사로잡힌 오군은 초청창을 조작하여 언론에 공개했고 당시 윤보선 대통령에게 연구비 1억환(현 시가 약 100억원)을 보조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까지 쓰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실 확인 차 미국 공보원에서 미 국무부를 통해 공식 문의하는 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아폴로 달 탐사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1961년, 프로젝트를 이끌던 브라운 박사의 이름을 팔아 사익을 취했던 한 젊은이의 사기 행각은 이렇게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우주탐사는 여전히 허무맹랑한 사기, 미래와 꿈에 대한 투자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른바 민간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뉴스페이스’ 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사기 행위의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우주개발은 국가 주도로 정부 예산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뉴스페이스 기업들은 우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억만장자들이 이 분야에서 상업적 이득을 얻을 기회를 보고 설립한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 중 상당수는 인류의 우주에 대한 꿈을 실현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사기 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1999년 설립해 20년 가까이 로켓엔진과 우주여행을 위한 소형 우주비행기 링스(Lynx)를 개발해 온 미국의 XCOR 에어로스페이스는 업계에서 꽤나 유망했던 회사였다. 상당한 투자금을 모으고 우주비행기 개발을 위한 기술적인 성취도 거뒀지만 2017년 경영난으로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파산하고 말았다. 실패한 벤처기업의 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로 남는가 싶었지만, 나중에 XCOR의 경영진이 회사의 재정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잘못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고 여러 투자자가 회사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2011년 설립된 네덜란드 기반의 비영리 민간단체 마스원(Mars One)은 2020년까지 사람들을 화성으로 편도 여행을 보내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주목받았다. 이 업체는 투자자로부터 수천만달러를 모금하고, 우주인 선발과 훈련 과정부터 화성 정착 생활을 TV 리얼리티 쇼로 제작해 중계권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을 이행하지 못했고 2019년 파산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기술적인 바탕 없이 장밋빛 비전만으로 사람들을 현혹한 사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패한 모든 우주 벤처가 사기는 아니다. 일부는 단순히 잘못된 계획으로 생긴 결과일 수 있다. 사건이 사기인지 판단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개인 또는 회사가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를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인데 이를 판단하려면 관련 법률과 규정을 기반으로 특정 상황과 사용 가능한 증거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합법적인 우주 회사와 사기 행위를 하는 회사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회사의 설립자·실적·보유 기술에 주목하고 현재 기술로는 아직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약속하는 회사는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크라우드 펀딩이나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는 규제하기 어려워 사기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회사의 운영과 재정,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주 기업에 대한 투자는 본질적으로 위험하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뉴스페이스 기업의 부상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왔다. 우주개발 분야에는 극복해야 할 기술적, 재정적 장애물이 여전히 많아 아무리 유망한 회사라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잠재적인 보상이 상당할 수 있다. 최근 400조원 규모로 성장한 우주 산업은 2040년까지 10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사기 소지가 있는 일부 업체의 주장에 주의한다면 우주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건전한 투자로 큰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